"화이트해커 시각으로 현대차 보안 지킵니다"

      2024.08.19 18:14   수정 : 2024.08.19 18:14기사원문
'해커의 세계'에서 데프콘, 코드게이트 1위는 곧 '그랜드슬래머'로 불린다. 그쪽 세계를 평정했다는 뜻이다.

그렇게 총 25번, 국내외 해킹대회에서 우승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화이트 해커로 이름을 날린 그가 현대자동차에 합류한 것은 약 9년 전이다.

조주봉 현대자동차 통합보안센터 전문위원(44·사진)의 얘기다.
현대차 입사(2016년) 후 마치 전직 강호의 고수처럼 존재감을 드러내지 않고 살아가던 그가 최근 사내 첫 컬처북(기업문화 소개서)을 통해 '해커스러운 삶의 태도'에 대해 역설하고 나섰다. 일명 "해커처럼 일하고, 해커처럼 살라"는 것인데, '말뜻'을 직접 들어보고 싶었다.

인터뷰는 19일 경기 성남시 판교 현대차통합보안센터에서 이뤄졌다. 해커가 말하는 직장인 십계명이란 뭘까. "보통 신입사원이 되면 '열심히 하겠습니다'라고 외칩니다. 근데 그것만 가지고는 안 된다는 얘기예요. 새로운 문제를 풀기 위해선 새로운 접근법이 필요한 법이죠. 기존에 해왔던 99%의 방식이 아닌, 독창적인 그 어떤 1%를 찾아내야 한다는 의미입니다. 기존에 해왔던 것을 달달 외워 열심히만 했다가는 '늪'에 빠질 수 있죠. 이 또한 '꼰대스러운' 얘기일까요."(웃음)

해커는 다른 사람들이 구축해 놓은 코드를 해제하는 사람들이다. "잠긴 문을 열기 위해선 짧은 시간, 수천가지를 생각해야 하죠. 가장 빠른 길, 가장 효과적인 길로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내야 하죠. 기존에 해왔던 방식으로만 접근해선 절대 풀리지 않습니다." 그가 말하는 '해커론'의 요지다. "아무리 99%를 막아도 1%가 뚫리면 나머지 99%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게 보안입니다." 매우 철두철미할 것이며, 그러면서도 기존에 없었던 새로운 방식을 찾아나서야 한다는 얘기로 들렸다.

그 자신 유연한 태도가 삶의 원동력이었다고 말한다. 고교 3학년 때 우연한 계기로 해커의 세계에 입문, 컴퓨터공학 계열로 진학했지만 대학은 그가 기대했던 것을 주지 못했다. 자퇴 후 학교 밖에서 독학으로 익힌 실력은 나날이 성장했다. 해킹대회 25번 우승 대기록을 세운 것이다. 그럼에도 사회는 학위를 요구했다. 학점이수제로 대학졸업장을 확보해 이후 석사학위, 박사과정까지 수료했다. "해커가 시스템에 접근하는 방식이 여러 가지이듯 삶 역시 가는 길은 여러 가지죠."

현재 그의 업무는 기업 보안이다. 앞서선 자동차 보안을 담당했다. 기업의 성장은 지킬 게 많다는 의미다. 세계 3위 자동차기업인 현대자동차그룹은 도요타, 테슬라 등 여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과 마찬가지로 보안을 강화하고 있다. 화이트 해커 등 보안 전문가들의 역할이 커지고 있다는 의미다. 현대차에 합류한 것은 자동차 보안 TFT(2015년께)가 만들어진 직후다. 자동차가 인터넷에 연결되는 시대가 열리면서 휴대폰 보안처럼 자동차 시스템 해킹 문제 역시 과제가 되고 있다. "당시만 해도 화이트 해커들이 대기업에서 활동할 수 있는 기회가 거의 없는 시기였는데, 현대차에서 제법 이른 시점에 그 무대를 열어준 것입니다." 내부의 기업문화는 통상 밖에서 보던 현대차와 달랐다고 한다.
많은 자율과 혜택을 부여했다. 그는 현대차에 대해 "도통 지루함을 주지 않는 회사"라고 표현했다.
동시에 화이트 해커인 그에게 "자동차는 거대한 도전체와 같다"고 했다.

ehcho@fnnews.com 조은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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