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스피싱·불법도박에 가상계좌 7만개 판매…역대 최대 유통조직 적발

      2024.08.20 12:00   수정 : 2024.08.20 12: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와 불법 도박사이트 등 범죄조직에 가상계좌 7만여개를 판매한 역대 최대 규모 가상계좌 유통조직이 수사기관에 적발됐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홍완희 단장)은 전자금융거래법 위반, 사기방조, 컴퓨터등 사용사기방조 등 혐의로 4명을 입건하고 이 중 총책 A씨와 유통 및 관리책 B씨, 유통책 C씨를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가상계좌를 판매해 범죄조직이 보이스피싱 피해금 및 도박자금 5900억원을 이체받는 데 사용하게 한 대가로 11억2060만원 상당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이들은 유령 법인을 설립한 뒤 결제대행사(PG사)가 보유한 저축은행 가상계좌 관리 권한을 취득하고 가상계좌 7만2500개를 보이스피싱 및 불법 도박사이트 운영조직에 제공한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과 거래한 보이스피싱 조직은 가상계좌를 통해 피해자 6명으로부터 총 1억2000만원을 편취한 것으로 파악됐다.


가상계좌는 PG사가 보유한 모(母)계좌에 연결된 입금 전용 임시계좌를 말한다. PG사는 가상계좌 판매업자에게 은행에서 발급받은 가상계좌를 제공하면, 이 업자는 가맹점에게 계좌를 재판매한다. 일회성 계좌번호를 사용하면 입금 내역을 쉽게 확인할 수 있어 온라인 쇼핑몰 등이 고객으로부터 물품대금을 송금받을 때 주로 활용된다.

이 조직은 가상계좌 판매업자로 활동하면서 보이스피싱, 불법도박 등 범죄 조직을 가맹점으로 모집한 뒤 이들의 불법 자금을 관리해왔다. 가상계좌에 입금된 보이스피싱 피해금과 도막자금을 범죄조직이 지정한 계좌로 이체해주면서 수수료를 지급받았다.

이들은 '가상계좌 ○○' 이라는 브랜드를 만들고 텔레그램을 통해 영업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이스피싱 조직 대신 피해자와 접촉해 사건을 무마시키거나 계좌 지급정지를 피하는 등 범죄조직과 공생한 것으로도 확인됐다.

이들은 범죄조직에 가상계좌를 판매하기 위해 역할을 분담하는 등 조직적으로 움직였다. 가상계좌 판매업을 하던 A씨는 유령법인을 설립하고 PG사와 계약을 체결하는 등 범행 기반을 조성하는 한편, 대포통장 유통업을 하던 조직폭력배 출신 B씨는 가상계좌 유통망을 마련했다.

금융감독원, 경찰 등으로 구성된 합수단 금융수사협력팀은 보이스피싱 신고로 지급정지된 계좌 현황을 분석한 뒤 압수수색을 통해 피해내역을 확인하고 가담자를 검거했다.

이번 사건을 통해 가상계좌 유통 과정의 문제점도 확인됐다. PG사는 가상계좌 판매업체를 확인할 의무가 없고, 가맹점 모집 대상에 제한이 없다. PG사들은 피해가 신고된 가상계좌 판매업자에 대해 계약 해지, 가상계좌 이용 중지 등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도 파악됐다. 이에 합수단은 PG사에 관련 사실을 통보하고 후속조치 협조를 요청했다.

아울러 합수단은 범죄수익 박탈을 위해 피고인들의 현금 및 관련 계좌 등에 대해 추징보전을 청구했다. 가상계좌를 이용한 보이스피싱 조직에 대해서는 계속 수사 중이다.


합수단은 "가상계좌는 간단한 절차를 통해 무한대로 개설이 가능하고, 신고하더라도 모계좌 전체가 지급정지되지 않아 범죄조직의 이용이 급증했다"며 "금융당국에 PG사 관리·감독, 판매업체 점검 등을 금융당국에 요청하는 등 보이스피싱 범죄 차단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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