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하면 의료비 오른다? "오히려 의료비 부담 경감"

      2024.08.21 06:30   수정 : 2024.08.21 06: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윤석열 정부가 제2차 국민건강보험 종합계획 등을 통해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을 추진하면서 민간 보험사들에도 가명 공공의료데이터를 제공할 길이 열렸으나, 보험사에 데이터를 개방할 시 의료 민영화를 촉진하고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그러나 보험업계와 전문가들은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으로 인해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에 기여하고 유병자 전용 상품 개발이 가능해지는 등 순기능이 많다는 입장이다.

21일 금융권에 따르면, 전날 양대 노총과 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국민건강보험노동조합 등 500여개 단체로 구성된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저지 공동행동'이 출범하면서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반대 여론이 거세졌다.

현재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을 반대하는 측은 그 이유로 △보험사에 데이터 개방 시 의료 민영화 촉진 △보험사 인수거절 확대·보험금 지급심사 활용 등을 통해 소비자 이익 침해 △보험료 인상 등을 들고 있다.

이에 보험업계는 "보험사의 건보공단 데이터 활용을 통한 건강관리서비스 활성화 등을 보험사의 의료행위로 연결짓는 주장은 불합리하다"는 입장이다.

■보험업계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 악용 여지 없어"

실제로 현재 비의료기관 역시 일정 범위 내의 건강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으며, 보건복지부는 '건강의 유지·증진과 질병의 사전 예방·악화 방지를 목적으로 생활습관 개선 및 올바른 건강관리 유도를 위한 상담, 교육, 훈련, 실천프로그램을 제공하는 서비스'를 비의료 건강관리서비스로 규정하고 있다.

보험업계측은 "최근 고령화, 만성질환 증가 및 신의료기술 증가 등으로 인해 개인의 의료비 지출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보험사들이 데이터 활용을 통해 그간 보장하지 못했던 상품 및 서비스를 개발해 국민이 적정 치료를 받고 사전에 질병을 예방·관리할 수 있도록 도와 국민 의료비 부담 경감에 기여하는 등 건강의 공공성을 높이고자 하는 것"이라며 "의료 민영화 촉진 주장은 논리적 비약"이라고 강조했다.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이 소비자 이익을 침해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보험업계는 "(정보) 악용이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보험사들에 개방되는 빅데이터는 '가명 공공의료데이터'인데, 이는 엄격하게 비식별처리된 표본자료로 개인 특정 및 추정이 불가능해 특정 개인의 건강상태나 의료기관 이력 등을 파악할 수 없어 소비자 편익 저해 목적으로 이용되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의미다.

정성희 보험연구원 연구조정실장은 "보험산업에서 (건강보험 빅데이터를) 악용할 여지가 없도록 법적인 장치가 마련돼 있고, 공단에서도 빅데이터 제공 시 심의를 거친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보험상품 개발 시 보험사는 보험업법 제127조에 따라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 등 법에 따라 기초서류를 작성해야 하며, 감독당국의 엄격한 감독을 받고 있는 상황이다. 데이터 3법(개인정보보호법·신용정보법·정보통신망법) 개정에 따라 가명정보 이용에 대한 안전장치 및 통제수단이 마련되고, 금융분야 빅데이터 이용 근거도 명확해졌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2014년부터 2017년, 심평원 공공의료데이터 제공 당시 보험사는 당뇨보험 및 치매보험 등 그간 보장하지 못했던 상품을 개발하는 등, 국민 편익을 저해하는 대신 오히려 소비자 편익 제고에 기여했다"고 언급했다.

■해외데이터 의존하게 돼 오히려 보험료 할증

보험업계는 건강보험 빅데이터 개방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질 수 없다고도 설명했다. 현재 보험업법 제129조에 따라 보험사는 통계에 기반해 위험률을 산출하고, 동 위험률에 따라 가입심사·보장범위 설정 및 보험료율을 산정해 보험료를 임의로 차등 적용하는 것이 불가능한 구조다. 이 과정에서 보험사는 취급하려는 보험상품에 대해 기초서류를 작성하고 있으며, 보험가입자에게 불리한 내용을 포함하지 않는다는 원칙을 준수하고 있다.

오히려 민간보험사들이 국내 의료데이터를 제한적으로 확보할 수밖에 없어 한국인의 유전형질, 생활패턴과는 무관한 해외 데이터를 활용하는 상황이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치매자 평균 여명을 분석할 때 일본 국민생활기초조사를 활용하고 있는 사례가 대표적이며, 과거 A손보사는 당뇨유병자를 대상으로 한 '질병실명진단금' 담보를 개발할 때 △호주 당뇨환자 실명발생률 데이터 △호주 시각장애인 데이터 △호주 추계인구 데이터를 활용하기도 했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실제 국민 위험률을 반영하지 못하는 결과 오히려 유병자에 일률적인 가입거절 또는 보험료 할증 조치를 취하게 돼 국민 편익을 저해하는 결과를 낳는다"며 "합리적 보험료 산정을 위해 건보공단 보유 데이터를 확보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향후 건보공단 데이터의 민간보험사 활용방안으로는 △신규 위험도 분석으로 보험가입이 어려웠던 유병자 전용 상품 개발 △실제 연령이 아닌 건강나이를 기초로 보험료를 산출해 고령자 보험상품 개발 및 판매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개발 활성화 △유병자의 건강증진 노력에 상응하는 보험료 할인 등 경제적 유인 제공 등이 거론됐다.


서지용 상명대 경영학부 교수는 "현재 소비자 데이터가 전혀 활용되지 않아 적정 보험료 산출도 잘 안 되고, 상품 선택을 위한 맞춤형 지원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빅데이터가 개방돼야 민간보험사들의 보험료가 인하될 가능성이 있으며, 소비자들도 맞춤형 상품 선택에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yesji@fnnews.com 김예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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