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대출내용 아는 것 없다"..이복현 "우리금융 못 믿겠다" 직격
2024.08.20 17:35
수정 : 2024.08.20 17:35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이 20일 손태승 전 우리금융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과 관련해 현 우리금융지주와 은행 경영진의 상황 인식을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우리은행이 손 전 회장의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발언을 옹호하면서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점 등 대응행태를 일일이 거론하면서 우리금융 행태를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이날 열린 금융위원장과 은행장 간 간담회에 우리은행장이 코로나19 확진으로 불참한 가운데 금융권에서는 이 원장의 현 경영진을 향한 날선 비판의 의미를 두고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조병규 행장 간담회 불참‥ 손태승 "대출내용 아는 것 없다" 해명
이날 열린 금융위원장과 은행장 간의 간담회에 조병규 우리은행장은 불참했다. 김병환 위원장의 취임 이후 첫 간담회이자, 손태승 회장 사고 보도 이후 열린 첫 민관 간담회에 조 행장이 불참한 것이다. 앞서 지난 6월 열린 '금융감독원장-은행장 간담회'에서 조 행장은 우리은행 직원의 180억원 규모 횡령 사고에 대해 사과하면서 이날 조 행장이 손 회장 논란에 대해 공개 사과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우리은행 측은 “조 행장이 코로나 확진으로 간담회에 불참했다”고 설명했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 11일 우리은행이 손태승 전 회장 재임시절 손 회장 친인척이 임원으로 재직 중인 법인 등에 의심되는 총 616억 원(42건) 규모의 대출을 실행했다고 밝혔다. 우리은행의 자체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달 19일 기준 손 회장 친인척 기업의 대출잔액은 총 304억원(16개 업체, 25건)으로 이중 269억원(13개 업체, 19건)이 부실화된 상황이다. 우리은행이 보유한 담보 등을 감안하면 최대 158억원 규모의 손실(부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손 전 회장의 아내가 출자한 법인은 2021년 6월 서울의 한 병원을 매입 과정에서 우리은행으로부터 부동산담보신탁 방식으로 139억7000만원을 대출받았다. 이 대출은 손 전 회장 친인척 대출 616억원 중 일부로 부당 대출 집계에서는 제외됐다. 손 전 회장은 지난 2017년 우리은행장에 취임했다. 2019년 1월 우리금융지주가 출범에 맞춰 지주 회장직과 은행장직을 함께 맡다가 2020년 3월 지주 회장을 연임했다. 지난해 3월 임기를 마쳤다.
손태승 전 회장은 일부 언론 보도에 대해 억울한 측면이 있냐는 본지의 질문에 “대출 내용에 대해 아는 것이 없어 답하기 곤란하다”고 해명했다. 손 전 회장은 “여러 가지로 잘못 보도되고 있는 것들이 많이 있으나 일일이 말하는 것은 맞지 않을 것 같다”며 이같이 말했다.
■"우리금융 행태 더 이상 신뢰하기 어렵다" 금융권도 긴장
이 원장은 같은 날 열린 임원회의에서 손태승 전 회장 친인척 부당대출 의혹에 대해 "제왕적 권한을 가진 전직 회장의 친인척에게 수백억원의 부당대출이 실행되고 그 결과 대규모 부실이 발생한 사안"이라며 우리금융지주·은행의 상황 인식과 대응 행태를 일일이 비판했다.
이 원장은 "은행 내부 시스템을 통해 사전적으로 인지할 수 있었어야 하며 사후적으로도 부당대출과 관련한 조직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엄정한 내부감사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조치했어야 한다"면서 "기관 자체의 한계 등으로 문제점을 밝혀내지 못할 경우 계좌추적권·검사권 등이 있는 금융당국이나 수사기관 등에 신속히 의뢰해 진상을 규명했어야 한다"고 꼬집었다.
이 원장은 우리은행에 대해 "친인척 대출에 대해 몰랐었다는 전직 회장의 발언을 옹호하면서 심사소홀 등 외에 뚜렷한 불법행위가 없었다며 금감원에 보고하지 않은 것을 합리화하는 행태를 지속했다"면서 우려를 표했다.
특히 이 원장은 우리금융 행태를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금감원은 그간 은행권의 내부통제 강화를 위한 제도적, 문화적 개선 노력을 기울여왔고 이에 따라 내부통제 기능이 자동해 자율적으로 수습하기를 기대했다"면서 "하지만 우리금융이 보이고 있는 행태를 볼 때 더 이상은 신뢰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평했다.
한편 내년 1월 책무구조도 도입을 앞두고 이 원장이 우리금융지주와 우리은행의 현 경영진의 대응 행태를 직접 거론하면서 발언의 의미와 향후 파장이 어디까지 번질 지를 놓고 금융권에는 긴장감이 감돌고 있다.
mj@fnnews.com 박문수 김나경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