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 트위터 인수에 돈 꿔준 은행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대출"
2024.08.21 04:48
수정 : 2024.08.21 04:48기사원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지금은 X로 이름을 바꾼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할 때 돈을 댄 은행들이 진퇴양난(hung)에 빠졌다.
인수 자금을 대출한 지 2년이 다 돼 가지만 돈을 회수하지도, 그렇다고 대손처리하지도 못하고 있다.
은행 대차대조표에 오랜 기간 부담이 되고 있다.
7개 은행, 130억달러 대출
머스크의 X 인수(buyout)에 자금을 댄 은행은 모두 7개다.
월스트리트의 모건스탠리와 뱅크오브아메리카(BofA), 영국계 바클레이스, 프랑스계 BNP파리바와 소시에테제네럴(SG), 그리고 일본계인 미쓰비스 UFJ 파이낸셜그룹(MUFG)과 미즈호가 머스크에게 돈을 빌려줬다가 크게 물려버렸다.
머스크는 2022년 10월 440억달러에 당시 트위터를 인수했고, 이들 은행은 약 130억달러(약 17조원)를 꿔줬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0일(현지시간) 당시 트위터 인수금액 고평가 논란이 있었지만 은행들은 세계 최고 부자 머스크가 일부 투자자들을 모아 이미 약 300억달러를 인수 자금으로 투입하기로 함에 따라 머스크를 믿고 대출에 나섰다고 전했다.
금융위기 이후 최악의 기업 인수자금 대출
스티븐 캐플란 시카고대 재무학교수에 따르면 은행들은 돈을 꿔주면서 장밋빛 꿈을 꿨다.
캐플란 교수에 따르면 이들은 손실을 보도라도 평소처럼 일정 가격으로 이 대출을 시장에서 팔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획대로만 되면 머스크를 통해 달러당 100센트를 받을 수 있다"는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해 대출 매각 시기를 놓쳤다.
은행들은 기업 인수 자금으로 돈을 빌려주면 이 대출을 담보로 채권을 발행해 원금을 최소한 일부는 보전하곤 한다.
그러나 머스크에 대한 트위터 인수자금 대출은 그러지 못했다.
'두 배 장사' 욕심에 눈이 멀어 대출을 마냥 들고 있다 시기를 놓쳐 손실 처리도, 채권 발행을 통한 원금 회수도 하지 못하고 있다.
피치북LCD에 따르면 2007년 한 기업이 인수에 나서면서 200억달러를 빌렸던 것이 진퇴양난 대출로는 최대 규모이지만 이 기업이 약 1년 만에 파산하면서 은행들이 대규모 손실로 마무리했기 때문에 테슬라처럼 진퇴양난 상황이 지속되지는 않았다.
캐플란은 테슬라 대출이 2년 가까이 진퇴양난이 지속되면서 역대 최악의 진퇴양난 대출이 됐다고 지적했다.
그는 "테슬라 대출은 은행들에 다른 그 어떤 헝(진퇴양난) 대출 중에서도 가장 오래 부담을 주는 대출이 됐다"고 말했다.
추락하는 X
머스크가 440억달러에 인수해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는 그가 인수한 지 채 2년이 안 된 지금 기업가치가 190억달러 수준으로 추락했다. 인수 금액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언론의 자유'를 외치는 머스크가 혐오 발언도 언론의 자유가 있다며 옹호하면서 광고주들이 떨어져 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대선을 앞두고 X 사용이 늘고 있다는 데이터가 나오고는 있지만 광고가 회복되고 있다는 조짐은 없다.
머스크는 광고주들이 조직적으로 광고를 철회하고 있다며 소송을 걸고, 광고주들에게는 육두문자까지 날리고 있지만 광고주들은 요지부동이다.
은행들에서 막대한 인수자금을 빌린 탓에 X는 재정적인 부담도 상당하다.
머스크는 연간 이자 부담만 15억달러에 이른다고 밝힌 바 있다.
은행 순위도 영향
트위터 인수 자금 대출은 은행 순위에도 변화를 불렀다.
머스크가 트위터를 인수하기 전인 2021, 2022년에는 미 투자은행 1, 2위를 BofA와 모건스탠리가 차지했다.
그러나 2023년과 2024년에는 인수 자금을 대지 않은 JP모건과 골드만삭스가 각각 1위를 기록했다.
은행들은 여전히 이 대출에 미련을 갖고 있다. 장래성을 보고 머스크에게 꿔 준 돈을 채권으로 매각하지 않고 있다.
WSJ은 세계 최고 부자인 머스크, 또 테슬라, 뉴럴링크, xAI 등에 이르기까지 그의 6개 업체와 계속 거래하려는 욕심으로 은행들이 이 대출을 손에서 놓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또 단기적으로는 고전하고 있지만 우주 개발업체 스페이스X, 산하 스타링크 위성 인터넷 사업이 기업공개(IPO)할 경우 얻게 될 막대한 수익창출 기회를 날려버리지 않기 위해 이 대출에서 여전히 손을 떼지 못하고 있다고 WSJ은 분석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