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토 뺏긴 푸틴, 옛 테러 현장에서 우크라 암시...'전쟁 아닌 테러'

      2024.08.21 09:58   수정 : 2024.08.21 09:58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달 우크라이나의 기습적인 본토 공격을 “테러” 행위로 간주한 러시아의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임기 중 발생한 최악의 테러 사건 현장을 방문했다. 그는 과거 테러리스트를 진압했던 것처럼 우크라 역시 물리치겠다고 말했다.

러시아 타스 통신에 따르면 푸틴은 20일(현지시간) 러시아 북오세티야 공화국의 베슬란을 방문해 베슬란 학교 인질사건 희생자 부모들과 만났다.

당시 체첸 분리주의자인 동시에 이슬람 극단주의자였던 샤밀 바사예프의 지시를 받은 32명은 2004년 9월 1일 베슬란 제1공립학교에 침입해 개학식에 참석한 학생과 학부모 등을 인질로 잡았다. 테러범들은 체첸에 주둔한 러시아군의 즉각 철수와 완전한 독립 보장을 요구하며 사흘에 걸쳐 약 1200명의 인질을 데리고 농성했다.
인질극은 2004년 9월 3일 오후 1시에 원인 불명의 폭발과 이어진 진압작전으로 막을 내렸으며 184명의 어린이를 포함해 모두 334명이 숨졌다. 테러범 가운데 31명이 현장에서 사살되었고 사건의 배후였던 바사예프는 2009년 러시아 연방보안국(FSB)에 의해 제거됐다.

당시 대통령이었던 푸틴은 사건 발생 직후 베슬란으로 향했다. 이번 방문은 20년 만에 처음이다.

푸틴은 ‘국제 테러방지 문화애국센터’로 바뀐 학교를 둘러본 뒤 “테러리스트들은 어떠한 도덕이나 원칙도 없으며 오직 이익만 챙길 뿐이다”라고 말했다. 그는 특정 세력을 언급하지 않은 채 "또다시 적들이 나라를 불안정하게 만들려고 한다"고 강조했다. 푸틴은 “러시아는 (베슬란이 속한) 캅카스 지역의 테러리스트를 물리쳤으며 우크라 돈바스 지방과 러시아 쿠르스크 지역에서 범죄를 저지른 신(新)나치 세력 역시 물리칠 것이다”고 말했다.


푸틴은 지난 2022년 우크라를 침공하면서 우크라의 신나치 정권을 교체하기 위한 ‘특수 군사 작전’을 실시한다고 주장했으며 전쟁 내내 ‘전쟁’이라는 단어를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푸틴은 우크라군이 이달 6일부터 러시아 본토로 진입해 쿠르스크주 일대를 공격하자 9일부터 쿠르스크를 포함한 국경지대에 대테러 작전체제를 도입하여 우크라군을 테러리스트로 분류했다. 아나톨리 안토노프 미국 주재 러시아 대사는 7일 소셜 미디어를 통해 “우크라의 행동은 명백한 테러 행위이며 미국 무기로 평범한 러시아인들을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이번 발언은 우크라의 공격을 러시아 영토를 빼앗는 전면전이 아닌 테러 행위로 제한하려는 노력으로 추정된다. 니콜라이 파트루셰프 러시아 크렘린궁 보좌관은 지난 16일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쿠르스크주에 대한 작전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와 서방 정보기관의 참여로 계획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 범죄 행위는 우크라 신나치 정권의 붕괴가 불가피하다는 예감에서 비롯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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