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대목은 옛말"...고물가·폭염에 발길 끊긴 전통시장

      2024.08.22 15:40   수정 : 2024.08.22 15: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 더위에 누가 와요. 해가 져야 겨우 사람이 나타나요."
22일 오전 서울 송파구 방이시장.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김모씨(56)가 선풍기 앞에 앉아 한숨을 쉬며 말했다. 휴대폰에 표시된 온도는 30도였다. 김씨는 "한두명이라도 손님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일찍 문은 열고 있다"며 "요즘 시원한 대형마트로 가서 배달 시키면 되는데 누가 힘들게 돌아다니면서 물건을 사겠냐"고 반문했다.



"평년 대비 40% 매출 줄어"
연일 계속되는 폭염으로 전통시장 상인들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고물가로 서민들이 허리띠를 졸라맨 가운데 더위까지 겹쳐 사람들의 발길이 뚝 끊겼다. 추석 대목이 3주 앞으로 다가왔지만 상인들의 기대감은 예전같지 않았다. 이날 방이 시장엔 구경하는 사람도 찾기 어려웠다. 간간이 장을 보러 온 주부들이 양산을 들고 장바구니를 끌며 돌아다니는 모습이 보이는 게 전부였다.


상인들은 폭염이 시작된 지난달부터 매출이 크게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이미 연초부터 이어진 고물가를 고려하면 '엎친 데 덮친 격'이라고 했다. 정육점을 운영하는 강모씨(34)는 "날씨가 더워지면서부터 장사가 안되기 시작해 평년 대비 40% 가까이 매출이 줄었다"며 "사람들이 밖에 나오질 않는 것 같다. 너무 덥다 보니 유독 올여름 매출이 크게 줄어들어 걱정된다"고 토로했다.

야채과일 장사를 하는 박모씨(57) 역시 매출이 뚝 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날씨가 더운 데다가 사회 분위기가 안정되지 않으니까 분위기가 활발하지 못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인근 석촌시장(서울 송파구)은 더 심각했다. 구청 허가를 받은 노점 50여곳이 줄지어 있었지만 대부분 문을 닫은 상태였다. 문을 연 가게도 있었지만 찾아온 손님은 없었다.

상가 1층에서 야채가게를 하는 최수임씨(70)는 "평소에 10만원어치를 팔았다면 올여름은 매출이 3만원으로 뚝 떨어졌다"며 "더워서 나오는 사람 자체가 없다. 아파트 바로 앞에 시장이 있는데도 장사가 안 된다"고 설명했다.

노점에서 장류를 판매하는 이모씨(74)는 "사흘 만에 장사하러 나왔는데 다시 들어가려고 한다. 더위에 사람이 없으니까 다 문을 닫았지 않냐"며 "다들 대형마트로 가는 것 같다. 손님들이 추위, 더위를 견뎌야 하는 시장을 더 이상 찾지 않는데 언제까지 장사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지금도 없는데 추석이라고..."
'추석 대목'에 대한 기대감도 사라진 분위기였다.

야채와 과일을 파는 박씨는 "요즘 추석에 음식하는 사람은 점점 줄어들고 다들 놀러 가니까 장사가 평소보다 안 된다. 오히려 손해를 본다"며 "인건비가 올라 명절에는 오히려 부담이 더 된다"고 언급했다.

다른 시장상인 A씨도 "지금도 사람이 이렇게 없는데 추석이라고 사람들이 시장을 다시 찾을지 잘 모르겠다"며 "젊은 사람들일수록 추석 준비를 안 해서 큰 기대는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상인들은 노후화한 시설도 손님이 끊기는 요인이라 지적한다. 소방청에 따르면 최근 10년간(2013~2022년) 전통시장에서 발생한 화재는 총 509건이고 재산피해는 약 1387억원에 이른다.
주로 낙후한 시설과 상인들 부주의에서 비롯됐다.

야채가게를 운영하는 B씨는 "대형마트처럼 에어컨을 틀 수도 없고 화장실 가기도 불편하다.
시장이 형성된 지도 오래돼서 시설이 전반적으로 낙후되고 화재에 대한 걱정이 있는 것도 사실"이라며 "구청에서 시설 지원이라도 해줘야 하는데 쉼터라고 만들어놨지만 에어컨도 제대로 나오지 않아 무용지물"이라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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