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통위원 6명 중 4명 "3개월 내 인하"… 서울 집값에 달렸다
2024.08.22 18:29
수정 : 2024.08.22 18:29기사원문
■금통위원 포워드가이던스 변화
이날 한은 금융통화위원회에서는 시장의 예상과 달리 금리인하를 주장하는 소수의견은 등장하지 않았다. 다만 포워드 가이던스를 제시한 금통위원은 4명까지 늘어났다. 지난 2월 금통위에서부터 등장한 포워드 가이던스는 2, 4, 5월 1명에서 7월에 2명으로 증가했다가 이달 4명까지 늘어나며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7명 중 절반을 넘겼다. 실명으로 개진해야 하는 소수의견과 달리 익명을 기반으로 한 포워드 가이던스는 금통위원 입장에서 보다 자유로운 의사표명이 가능하다.
금통위가 도비시(Dovish·통화완화 선호)하게 변한 이유는 물가가 하향세를 유지하면서 통화정책 전환의 틀을 마련해줬기 때문이다. 한은은 이날 "올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근원물가가 하향 안정 흐름을 지속하는 가운데 농산물 가격도 상당폭 둔화하면서 5월 전망(2.6%)을 소폭 하회하는 2.5%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특히 지난해 유가·농산물 가격 급등에 따른 기저효과로 8월 이후에는 2%대 초반 수준으로 낮아진다는 것이 한은의 설명이다.
아울러 원화 가치가 오르는 것도 한몫했다. 직전 금통위인 7월에는 원·달러 환율이 1380원대를 웃돌자 통화정책방향 결정문에서 '외환시장 변동성'이 강조되는 등 환율에 대한 우려가 컸다. 그러나 최근 달러화 약세에 힘입어 원·달러 환율이 5개월 만에 1330원대까지 내려앉으면서 환율에 대한 금통위원들의 경계감은 옅어지게 됐다.
무엇보다 내수부진이 심각해지고 있다. 2·4분기 소매판매는 2.9% 감소하며 9분기 연속 감소했다. 이는 1995년 관련지표 작성 이후 최장기간 연속 감소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지난 8일 수정 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에서 2.5%로 낮춘 이유도 내수부진이다. 한은도 "내수의 경우 기업 투자여력 증대, 디스인플레이션 진전 등에 힘입어 개선 흐름을 재개하겠지만 모멘텀 상승폭은 당초 예상에 다소 못 미칠 전망"이라며 내수부진 장기화를 공식화했다.
■집값·가계부채에 강한 우려
쪼그라든 내수에도 금통위는 8월에도 금리를 묶으며 역대 최장기간 동결 기조를 이어갔다. 내수부진에 금리인하 필요성이 커지자 7월에 이어 이달에도 "기준금리 '인하' 시기를 검토해 나갈 것"이라며 '인하'를 명시했음에도 부동산·가계부채에 따른 금융안정 리스크가 더 시급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총재는 이날 "내수부진은 시간을 가지고 대응할 수 있는 반면 부동산·가계부채에 따른 금융안정 위험신호는 지금 막지 않으면 좀 더 위험해질 가능성이 커지겠다고 판단했다"며 "한은이 유동성을 과잉 공급해 부동산 가격 상승 심리를 자극하는 실수를 범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에 피벗 시점은 물가, 내수 지표가 아닌 집값이 결정할 가능성이 커졌다. 금리인하 가능성을 열어둔 4명의 금통위원도 "부동산 관련 정부 정책이 시행될 예정인 만큼 금융안정 상황을 지켜보고 금리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건을 달았다. 시장에서는 10월 금리인하 전망이 우세하지만 한은은 11월 금통위까지 피벗 시점을 열어뒀다. 이 총재는 3개월 포워드가이던스에는 "10월뿐만 아니라 11월도 포함된다"면서 앞으로 집계되는 가계부채 지표, 정부와의 정책공조를 통해 금리를 결정할 것임을 시사했다.
한편 대통령실이 기준금리 3.50% 동결에 아쉽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내수 활성화에 대한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금리 결정은 한은의 고유 권한이지만, 정부가 이같이 아쉬움을 드러낸 것은 추석 연휴를 앞두고 금리인하로 소비진작을 유도해 정책 체감 시기를 당기려 했으나 이번 동결로 그 시기가 늦춰졌기 때문으로 보인다.
한은이 고환율 상황을 중요하게 보는 것을 감안해도 환율이 안정화되는 추세라는 점에서, 미국의 금리인하 전망 속에 선제적으로 우리가 금리를 내려 내수진작을 유도할 수 있었다는 게 대통령실 시각이다. 발표를 준비 중인 추석 민생 물가대책의 효과를 높이기 위한 정책공조가 필요했던 대통령실과 정부 일각에선 한은의 기준금리 동결이 정책 효과를 반감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eastcold@fnnews.com 김동찬 김학재 김윤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