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천대 기업에 한국 61곳, 무색해진 글로벌 창업
2024.08.22 18:36
수정 : 2024.08.22 18:36기사원문
우선 지난 10년간 세계 2000대 기업 명단에 새로 진입한 한국 기업의 비중은 전체 평균보다 낮다. 중국(59.3%), 인도 (42.3%), 미국(37.5%) 순으로 신규 기업 진입률이 높은 반면 한국은 33.8%에 그쳤다. 전체 평균 신규 진입률보다도 낮다. 신규 진입률이 낮다는 건 새로운 사업으로 성공한 기업이 적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산업별 신규 진입률을 살펴보면 IT 소프트웨어가 61.6%로 가장 높다. 이어 비즈니스 서비스 53.9%, 금융투자 45.3%, 헬스케어 43.6%, 유통 40%, 제약 38.3% 등 주로 첨단산업 분야에서 신규 스타기업이 많이 등장했다. 우리는 전통 제조업 위주로 안정적으로 유지하는 기업들이 상위권을 주도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는 혁신의 부재로 읽히는 대목이다.
2000대 기업의 폭을 좁혀 최상위 500대로 좁혀 보면 우리 기업들의 전반적인 경쟁체력이 한참 떨어진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우리나라 기업 61개 중 9개인 14.7%만 상위 500등 안에 포함된다. 2000위권에 포함된 수치는 국가별 순위에서 6위인데, 우등생으로 불릴 최상위 500위권에는 일부만 포함돼 있다. 반면 1001~2000등에 속한 기업의 비중은 우리나라가 60.7%로 주요국 중에 가장 높다. 한국 기업의 경쟁력이 숫자로만 부풀려졌을뿐 실속이 없음을 보여준다.
기업의 수익성을 나타내는 순이익 면에서도 우리나라 기업들은 경쟁국들보다 뒤진다. 국가별 등재기업의 순이익을 합한 전체 순이익 규모는 우리나라가 649억달러로, 전체 12위에 그치고 있는 것이다.
글로벌 창업대국을 외치던 게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가 현재의 기업경쟁력을 유지하다간 창업 선도국가는커녕 쇠락의 길을 걷는 건 아닌가 우려스럽다. 인공지능(AI)이 주도하는 산업의 변화 속도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건 아닌지도 우려된다.
글로벌 톱 기업은 혁신성, 확장성, 수익성 등 3가지 역량을 두루 갖춰야 가능하다. 우리 기업들은 세 가지 역량 모두 분발해야 한다. 이 세 가지 경쟁력이 시너지를 내면 기업가치가 올라간다. 밸류업 코리아를 달성하려면 기업들은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첨단산업 경쟁에서 한판승부를 벌여야 한다. 내수 시장에서 벗어나 글로벌 시장을 겨냥한 기회형 창업기업들도 분발해야 한다. 정부가 신산업 구조로 전환하기 위해 기업 성장을 지원하는 노력을 쏟아야 하는 건 두말할 것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