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들의 성매매, 노예놀이 그리고 몰카

      2024.08.24 09:00   수정 : 2024.08.25 13:33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2016년 수원지방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그리고 2019년부터 2022년까지 수원가정법원의 소년부 판사로 근무하면서 수많은 소년재판 사건을 접했다. 그 당시 극악무도한 범행부터 아주 경미한 비행까지 다양한 사건들을 처리하였는데 오늘은 그 중 기억에 남는 안타까운 사건들에 대하여 얘기해보고자 한다.

비행소년들의 성매매
소년부 판사로 근무할 당시 비행소년들과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기회가 많이 있었다.

비행소년들과 대화하다 보면 요즘 소년들이 어떠한 유형의 범죄에 많이 노출되고 있는지, 어떤 녀석이 사건을 주도하는지, 소년재판을 통해 처분을 받은 소년이 현재는 어떻게 지내는지, 나아가 그들만이 쓰는 용어 등에 대한 정보까지 듣게 된다. 내가 면담한 어떤 소년은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자기가 속해있는 여자 중학교 학급 내에서 성매매를 하지 않는 아이들이 성매매를 하는 아이들보다 더 적다’고 얘기한 적이 있었다.
당시 너무 큰 충격을 받았다. 그리고 중학교 2학년 여자 아이가 중학교 1학년 여자 아이에게 성매매를 강요하고 성매매로 받은 돈을 갈취한 사건이 있었는데, 그 사건의 피해자였던 중학교 1학년 여자아이가 나중에 자기 후배(초등학생)나 자기보다 약한 아이에게 똑같이 성매매를 강요하고 돈을 갈취하였다는 사실도 나중에 듣게 되었다.

사실 대부분 비행소년들의 문제는 가정의 미흡한 보호력에서 기인한다. 어떠한 이유로 비행소년들이 장기간 가출하게 되면 생활비가 필요하다. 생활비를 마련하기 위해 남자 아이들은 주로 절도 범행을 저지르고 여자 아이들은 성매매를 하게 된다. 아이들이 스스로 절도나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있지만 오갈 데 없는 그런 아이들의 곤궁한 상황을 이용해 돈을 버는 나쁜 어른들이 아이들을 유혹해 범죄의 구렁텅이에 빠트리기 때문에 이런 유형의 범죄가 발생하기도 한다. 따라서 미성년 성매매 범행의 성매수자에 대해서는 엄한 처벌이 필요하다.

노예놀이
중·고등학교 남자 아이들 중에 어린 여자 아이들을 상대로 카카오톡이나 페이스북 메신저로 이른바 ‘노예놀이’라는 것을 하는 것을 사건으로 접한 적이 있었다. 비행소년들은 처음엔 피해 아동에게 “프로필을 보니까 예쁘다. 같이 게임하자”며 접근한다. 그러다가 친해지면 조금씩 여자 아이들을 ‘가스라이팅’하기 시작하면서 피해 아동의 약점을 찾기 시작한다. 비행소년들이 피해 아동의 약점을 잡게 되면 본색을 드러내고 피해 아동을 협박하기 시작한다. 비행소년은 항상 반말로 피해 아동에게 명령하는 반면 피해 아동에게는 항상 존댓말을 쓰고 말대꾸도 하지 말라고 강요한다. 또한 자신을 ‘주인님’으로 부르라고 한다. 비행소년은 피해 아동에게 나체 사진이나 자위 동영상을 촬영하여 보내달라고 요구하고, 즉시 보내지 않으면 피해 아동의 약점을 다른 친구들이나 가족들에게 알리겠다고 협박한다. 이런 유형의 비행을 사건으로 접하였을 때 두 가지 점에서 놀라웠다. 첫 번째는 사실 비행 소년의 협박이라는게 내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것 같은데 피해 아동들이 너무 쉽게 끌려다니는 것처럼 보인다는 것이다. 두 번째 놀라운 점은 이런 유형의 범행을 저지르는 비행 소년을 실제 법정에서 만나보면 매우 소심하고 왜소한 타입이라는 점이다. 이런 유형의 범행의 피해 아동들은 어린 경우(초등학생)가 많기 때문에 어른의 입장에서 보면 별거 아닌 협박에도 쉽게 넘어가는 것 같다. 만약 자신의 자녀가 초등학생 여자 아이인데 핸드폰을 보여주기를 꺼리면서 항상 불안해하고 있다면 한번 즈음 이런 피해를 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점검해볼 필요가 있다.


몰카 비행
또 다른 비행의 유형은 타인의 신체를 허락 없이 불법촬영하는 이른바 ‘몰카범행’이다. 특히 여자 화장실에 침입하여 여자가 용변 보는 모습을 촬영하는 비행을 많이 접했는데, 어떤 비행소년은 여자 화장실에 시선을 끌지 않고 잠입하기 위해 여성용 가발을 준비하기도 했다. 놀라운 사실은 이러한 비행을 저질렀던 대부분의 아이들이 학교에서는 모범생인데다가 가정환경도 나쁘지 않았다는 점이다. 몰카 비행을 저질러 소년 재판을 받게 된 아이들을 조사해 보면 학업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이런 범행을 저질렀다고 변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매번 비행을 저지를 때마다 죄의식을 느끼며 그만두고 싶었으나 자신의 의지로는 그 비행의 유혹을 이겨내지 못했다고 했다. 그래서 오히려 단속되었을 때 ‘이제는 이 비행을 멈출 수 있겠구나’ 생각하며 안도하였다고 했다.

소년 재판 당시 느낀 바로는 몰카 비행을 저지른 아이들이 단속되기 전에 스스로 그 비행을 멈추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 보였다. 몰카 비행을 저지른 소년들이 적절한 처분을 통해 자신의 범행에 대해 진지하게 반성하고 재비행의 유혹을 이겨낼 만큼의 내적 성장을 이루지 못한다면 성인이 돼서도 계속 그 범행의 습벽을 끊지 못할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이미 성공을 거둔 유명 아나운서나 스포츠 스타, 심지어 판사까지도 몰카 범행에 연루되어 그동안 쌓아 온 모든 노력의 결과들이 한순간에 물거품처럼 무너지는 것을 본 적이 많다. 차라리 이러한 습벽을 가진 사람들의 경우 조기에 그 비행 또는 범행이 발각되어 처분이나 처벌을 통해 그 습벽의 씨앗이 제거되는 것이 좋다.
나아가 자신이 받은 스트레스를 비정상적으로 풀지 말고 좋아하는 취미나 운동 등을 통해 적절히 해소하는 경험을 어른들이 청소년들에게 자주 선사해 주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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