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차 때문에 대피소 훈련하러 못 들어가… 실제라면 아찔"

      2024.08.25 18:43   수정 : 2024.08.25 18:43기사원문
지난해 민방위 훈련이 6년만에 재개된 후 올해 2년째를 맞았지만 실효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과거와 달리 훈련경보가 울려도 거리를 걷고 있는 시민들도 종종 보였다. 대피소로 지정된 지역은 주민들이 인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수천명 수용이 가능하다고 공지돼 있는 대피소에는 공지된 인원을 수용하기에 현실적으로 어려운 곳들도 많았다.

■'만차'에 비좁은 대피소

25일 국민재난안전포털에 따르면 서울 마포구 염리동 A빌딩과 서울 용산구 B빌딩, 용산구 C아파트의 지하주차장은 각각 7312명, 4만7503명, 1만3673명을 수용할 수 있다고 공지돼 있다.
하지만 기자가 지난 22일 민방위 훈련 당일 가본 대피소는 차들이 많아 수용 공간이 부족했고, 비상용품함도 사용이 어려워 보였다.

염리동 A빌딩의 경우 한두 곳을 제외하고 주차 공간이 모두 차량으로 가득 차 있었다. 사람이 있을 만한 공간은 중간 통로 정도였다. 다닥다닥 사람들이 밀집해도 지하 1~3층을 합쳐 4000명이 겨우 설 수 있을 정도로 보였다. A빌딩 관계자는 "차량이 들어찬 상태에서 갑자기 공간을 비울 수는 없기 때문에 모든 인원을 다 수용하기에는 어려울 수도 있어 보인다"고 전했다.

대피소 비상용품함은 모두 철제 자물쇠로 잠겨 있었다. 서울시는 지난 4월 지하철 역사 등 25개 자치구 내 민방위 대피소 2600여곳에 라디오, 손전등, 응급처치 세트 등이 들어 있는 비상용품함 3000여개와 350ml 아리수 29만병을 비치한 바 있다. 다만 용품함은 비밀번호를 눌러야 풀리는 자물쇠로 잠겨 있어 비상시에는 쓰이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지자체에서는 도난과 분실 우려 때문에 자물쇠를 부착했다며 건물 관리자에게 비밀번호를 공유했다고 설명했다. A빌딩 관계자는 "방재실 직원들은 자물쇠 비밀번호를 알고 있지만 비상 상황에서 직원들이 출동해 해당 용품을 열어야 한다는 매뉴얼은 없다"고 했다. B빌딩 관계자는 "용품함이 플라스틱 재질로 돼 있어 유사시 깨고 이용할 수 있게 돼 있다"고 주장했다.

■현실적 대피소 이용법 알려야

기자가 만나본 대다수 주민들은 대피소 위치나 비상용품함 이용법에 대해 알지 못했다. C아파트 주민 이모씨(57)는 "이곳 지하주차장이 대피소인지, 비상용품함이 어디 위치했는지도 몰랐다"며 "비상시에 자물쇠가 걸려 있는 것을 보면 우선 당황할 것 같다"고 우려했다.


전문가들은 대피소 지정과 운영이 요식 행위에 그치지 않기 위해서는 현실적 이용 방법에 대해 안내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현재 공지된 수용 인원은 주차장 전체 면적 대비 수용 가능 인원으로 계산한 것으로 보인다"며 "모든 주차장에 차가 다 들어있다고 가정했을 때 사람이 들어갈 수 있는 숫자로 계산해 실질적인 대비를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비상용품함에 관련해 이창우 숭실사이버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이곳을 파손시켜 사용하십시오'라는 안내문을 붙여야 한다"며 "버스 등 대중교통 차량에 유리를 깨는 망치가 비치돼 있듯이 대피소 역시 도구를 함께 갖춰놓는 방안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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