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0兆 빚 천국, 나라의 미래 짓누른다

      2024.08.25 19:34   수정 : 2024.08.25 19:34기사원문
국가와 가계 빚이 처음으로 3000조원을 넘어섰다. 정부와 한국은행에 따르면 2·4분기 말 국가·가계 빚 총액이 3042조여원으로 지난해 명목 국내총생산(GDP·2401조원)의 127%에 달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가는 1145조여원, 가계는 1896조여원 빚을 졌다.

2·4분기에만 증가한 금액이 44조원인데 1·4분기 증가폭의 2배를 웃도는 수치다. 팬데믹이 절정이던 2021년 3·4분기 이후 가장 큰 폭의 증가세다. 빚잔치만 벌이는 나라는 미래가 암울하다. 당국이 사즉생 각오로 빚과의 전쟁을 치러야 하는 이유이다.

국가부채 증가는 경기부진으로 세금이 덜 걷히면서 국고채 발행을 늘린 탓이다.
여기에 상반기 재정집행 기조까지 겹쳐 빚이 더 불었다. 증가 속도도 문제다. 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우리나라 GDP 대비 정부 부채는 2015년 40.8%, 2021년 51.3%, 2023년 56.6%로 치솟았다. IMF는 이 수치가 2029년 60%가 될 것으로 내다봤다. 가계대출 폭증세도 거침없다. 5대 시중은행 주택담보대출은 8월 들어서도 22일치만 6조원이 넘는다.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 규모가 3년 전 0%대 기준 금리 시대를 넘어섰다고 한다.

온 나라가 빚천국이 된 것은 정부의 안일한 대응에 상당한 책임이 있다. 엔데믹 이후 세계적인 고금리 기조 속에 가계 빚 거품을 뺄 기회가 있었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3.5%까지 올리면서 그 후 폭증하던 가계빚 증가세는 하락으로 돌아섰다. 하지만 한은의 긴축 기조와 달리 부동산 연착륙을 우선으로 한 당국의 엇박자 정책이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갔다. 저금리 주택 정책 금융이 잇달아 풀렸고 안정세를 찾던 부동산 시장은 다시 들썩였다. 여기에 시행 직전이었던 2단계 스트레스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돌연 연기해 대출 막차 수요까지 부추겼다. 정부의 원칙 없는 정책이 빚을 키우고 시장을 벌집으로 만든 것이다.

빚을 해결 못하면 내수가 발목을 잡히고 장기 저성장에서 빠져나올 수 없다. 우리와 달리 세계 각국은 고금리를 끝내고 피벗(정책전환)을 시작하고 있다. 제롬 파월 미국 연방준비제도 의장도 지난 주말 열린 '잭슨홀 미팅' 연설에서 9월 금리인하를 시사했다. 파월 의장은 "통화정책을 조정할 시기가 왔다"고 했는데 시장은 이제 빅컷(한꺼번에 0.5%p 인하)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런데도 우리는 피벗 시기도 불투명하다. 천문학적인 빚 규모가 계속 이대로면 10월에도 한은은 같은 길을 갈 수밖에 없다. 금리 고통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라도 부동산과 빚 문제 해결이 절실하다.

정부는 이제서야 대출 조이기와 주택 공급 확대에 나섰다.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확고한 의지로 정책을 추진하고 실행 속도를 높여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당국은 2단계 스트레스 DSR 시행 이후에도 빚 급증세가 진정되지 않으면 추가 조치를 내놓겠다고 한다. DSR 규제 한도를 낮추고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도 검토하고 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25일 "앞으로 부동산 시장 상황 등에 비춰 금융권 개입을 더 세게 할 것"이라고 했다. 시장은 엄격히 관리해야 하지만 그렇다고 관치금융은 경계해야 한다.
국가부채는 내수가 살고 기업이 뛸 수 있는 여건이 돼야 근본적으로 해결될 문제다. 정치권의 돈 뿌리기 선심정책도 자제돼야 한다.
정부는 정책 신뢰를 회복하고 더불어 정치권 전체의 각성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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