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 가입 전 軍 신검 근거로 장애연금 지급 거부…법원 "위법"

      2024.08.26 09:40   수정 : 2024.08.26 09:4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국민연금에 가입하기 전 진행한 군대 신체검사 결과를 근거로 장애연금 지급을 거부한 처분은 위법하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26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강재원 부장판사)는 A씨가 국민연금공단을 상대로 낸 장애연금 수급권 미해당 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최근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지난 1999년 국민연금에 가입한 A씨는 2022년 3월 난청을 이유로 장애연금을 청구했다.

그는 2010년 6월 병원에서 진료를 받은 뒤 '양측 50%의 어음명료도, 우측 65dB, 좌측 85dB의 난청'이라는 청각장애 4급의 장애진단서를 발급받은 상태였다.

하지만 국민연금공단은 A씨가 국민연금에 가입하기 전부터 난청이 진행됐다고 보고 연금 지급을 거부했다.
A씨가 1985년 병역판정 신체검사에서 양측 난청의 정도가 중등도(41~55dB)에 해당한다는 결과를 받았다는 이유에서다.

처분에 불복한 A씨는 행정소송을 제기했고, 재판부는 "징병 신체검사 당시 원고에 대한 중등도 난청 판정의 신빙성이 높다고 보기 부족하다"며 A씨의 손을 들어줬다.

당시 청력검사는 군의관으로부터 5m 떨어진 곳에 대상자를 서게 한 뒤 군의관의 속삭임 소리를 복창하게 하고, 소리를 알아듣지 못한 경우 정확히 복창할 때까지 한 걸음씩 접근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재판부는 "해당 검사 및 측정 방법만으로는 청력이 의학적·객관적으로 측정됐다고 보기 어렵다"며 "정밀검사 등도 별도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군대 전역 후 병원에서 난청 진단을 받기 전까지 일상생활을 하는 데 있어 불편함이 없었다는 점도 이유로 들었다.

재판부는 "의학적으로 41~55dB 수준의 중등도 난청은 보청기 사용이 권장되는데, 원고는 제대 후 1989년경 회사에 입사해 직장생활을 했고, 2000년경부터는 소프트웨어 개발 등을 목적으로 한 사업체를 설립해 운영하는 등 보청기 착용 없이 일상생활을 영위했다"며 "2010년 6월경에서야 갑자기 귀가 전혀 들리지 않는 증상이 나타나 처음으로 난청에 관한 진료를 받게 됐다"고 판시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국민연금에 가입할 당시 장애연금을 받을 목적으로 난청 사실을 숨기고 가입했다가 장애연금을 청구한 경우라고 볼 아무런 자료가 없다"며 "징병 신체검사 결과만으로 난청이 국민연금 가입 전 발생했다고 볼 수 없으므로, 공단의 처분은 위법해 취소돼야 한다"고 했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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