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정갈등 중재자로 나선 한동훈… "용산에 꾸준히 민심 전달"
2024.08.27 18:26
수정 : 2024.08.27 18:53기사원문
주로 '의대 정원 문제' 등 민감성 의제에 대한 소신 발언을 토대로 대통령실에 국정 운영의 변화를 촉구하고 나서면서다. 다만 대통령실의 불수용 의사 표시로 한 대표가 자신의 주장을 관철시키진 못했지만 민생 현안과 관련해 여당이 정책 방향키를 잡겠다는 그림을 연출하면서 대통령실과의 차별화를 꾀할 것으로 보인다.
한 대표는 27일 한국거래소에서 기자들과 만나 대통령실이 자신의 2026년도 의대 증원 유예 요청을 용산에서 거부한 것과 관련해 "국민들이 원하는 의료 개혁의 본질과 동력을 잃지 않으면서도 지금 상황(의료 공백)에 대한 국민들의 걱정과 우려를 경감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여러 의견을 정부와 나눴지만 논의 단계라 상세히 설명하는 것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고 말을 아꼈다.
복수의 여당 관계자들에 따르면 한 대표의 최근 관심은 의정 갈등으로 옮겨갔다. 코로나19가 재유행하는 상황에서 추석 명절까지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의료 공백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의정갈등 해결사를 자처하고 나선 것이다.
한 대표는 정부가 의료 개혁을 추진하는 것은 결국 미래의 의료 공백을 해소하기 위함인데, 지금처럼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이어질 경우 자칫 미래를 위해 현재를 희생하는 방향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대표가 제3자 추천을 골자로 한 채상병 특검법이 아닌 의정 갈등 해결로 관심사를 튼 것은 사안에 대한 당내 온도차도 한몫했다. 당내 인사들과 접촉면을 넓히고 있는 한 대표는 다수의 의원들이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해 신중한 입장임을 확인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면 의정 갈등과 관련해 여당 의원들 사이에선 '정부가 조금 더 유연한 태도를 취할 필요가 있다'는 분위기가 형성돼 있는 만큼 당내 공감대가 더 높은 민생 현안을 중심으로 대통령실을 압박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처럼 한 대표가 민생 현안과 관련해 소신 발언을 이어가는 것을 놓고 기존의 수직적인 당정 구조를 깨뜨리기 위한 고육책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이 계속해서 한 대표의 정책 제안을 수용하지 않더라도 국정운영 동반자인 집권여당의 수장으로서 '정책기조의 유연성'을 확보하는 동시에 민심과 당심간 괴리를 최소화하고, 수평적인 당정간 소통시스템을 구축하겠다는 메시지 발신이라는 것이다. 한 친한계 의원은 "가만히 있으면 어느 한쪽도 전화를 받을 수 없다"며 "대통령실의 거절을 나쁘게만 볼 것은 아니다. 당은 꾸준하게 민심을 전달하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말해 이를 뒷받침했다.
다만 한 대표가 아직까지는 윤 대통령과의 직접적인 충돌을 피하고 있어 아슬아슬한 당정관계가 유지되는 모양새다. 한 대표측은 정치적 부담을 감안, 윤 대통령을 직접 저격하기 보다 제안은 물밑에서 하고, 거절당했을 때 이를 언론 보도를 통해 알리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총선 당시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이나 이종섭 전 국방장관의 출국 논란 당시 대처하는 모습과는 다소 다른 전략인 셈이다.
stand@fnnews.com 서지윤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