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려도 절반은 '집유'... '무법지대' 딥페이크
2024.08.28 18:36
수정 : 2024.08.28 18:36기사원문
28일 파이낸셜뉴스가 최근 4년간 딥페이크 음란물 제작·유포와 관련해 1심 판결이 내려진 사건(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21건을 분석한 결과 이 중 실형이 선고된 경우는 8건으로 확인됐다. 나머지는 집행유예 11건, 벌금형 1건, 소년부 송치 1건이었다. 딥페이크 성범죄만으로 실형이 선고된 건은 3건에 불과했다. 대부분 피해자를 협박해 강제추행하거나 불법촬영하는 등 다른 혐의가 함께 적용돼 실형이 선고됐다.
딥페이크 성범죄는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이 가능하다. 범행 대상자가 미성년자인 경우 아동 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이 적용돼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 등으로 처벌 수위가 더 높아진다.
수년간 미성년자를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도 법원의 판단은 집행유예였다. A씨의 경우 수년간 미성년 피해자의 얼굴과 타인의 나체 이미지를 합성한 동영상을 만들어 상습적으로 배포했다. 지난 2020년부터 지난해까지 2000개에 이르는 영상을 만들어 텔레그램을 통해 수천회에 걸쳐 공유했다. 그럼에도 A씨는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영상물 합성 수준이 그리 높지 않아 인위적으로 합성된 것임을 눈치챌 수 있는 것들이 대부분이며, 영리를 목적으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인정할 만한 정황이 없다"고 판단했다. B씨는 1년6개월여간 딥페이크 영상 공유방을 만들어 영상을 판매·배포했다가 덜미를 잡혔다. 그는 아동·청소년 여자 연예인이 등장하는 성착취물 100개, 성인 여자 연예인이 등장하는 허위영상물 588개를 만들어 뿌리고 이를 통해 수익까지 얻었다. 하지만 1심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제작 과정에서 실제 대상자에 대한 성착취 행위가 수반되지 않았다"는 이유를 달았다.
법조계에선 딥페이크 범죄에 대한 양형기준도 높일 필요가 있다고 보고 있다. 현재 시행 중인 디지털 성범죄 양형기준에 따르면 △'아동·청소년 성 착취물 제작'은 기본 징역 5~9년 △불법촬영은 징역 8개월~2년 △촬영물 반포는 징역 1년~2년6개월이다. 반면 딥페이크 등을 활용한 허위영상물을 편집·반포하는 경우에 대한 양형기준은 기본 징역 6개월~1년6개월이다.
jisseo@fnnews.com 서민지 정원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