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재권 수사 노하우 동료들과 나눕니다"
2024.08.28 18:39
수정 : 2024.08.28 18:39기사원문
지난 13일 만난 하보람 서울서부지검 검사(변호사시험 4회·사진)는 이같이 말했다.
하 검사는 유사한 저작권법 위반사건들을 조사하다가 B씨가 서로 다른 영화사 2곳의 직원 자격으로 동시에 고소를 대리한 사실을 알게 됐다. 이어 수사를 통해 A씨 부부가 영화사에서 실제로 재산권 지분을 양도받은 것이 아니라 허위의 저작재산권 양도계약서만을 작성해 고소할 수 있는 외형만 갖춘 것으로 확인했다. 현재 A씨 부부는 재판에 넘겨졌다.
하 검사는 이번 수사를 통해 배운 저작권법 수사 노하우를 담은 '체크리스트'를 만들어 각 지방검찰청에 배포하기도 했다. 하 검사는 "내가 장님 코끼리 더듬듯이 품을 들이고 비효율적인 과정을 거치면서 수사를 하다 보니 '다른 검사님들은 나처럼 무익한 시간낭비를 안 하시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만들게 됐다"고 설명했다. 체크리스트 배포는 대검에서도 자주 있는 일은 아니다. 최근 10년간 4~5편이 나왔을 정도다.
하 검사는 "영화를 제작한 제작사에 모든 권리가 있는 게 아니더라. 극장에 영화를 배급하는 배급사의 권리도 있고,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에 제공하면서 생기는 콘텐츠 이용료 정산 문제도 있다. 개별 영화마다 권리관계를 따져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식재산권이 요즘 떠오르는 새로운 분야라 권리관계의 특수성에 대해 수사기관 전반적으로 다들 이해가 부족하다"며 "그 틈을 노려 이런 편법적인 고소가 있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저작권법 전문검사 아니냐는 칭찬 겸 질문에는 겸손하게 손사래를 쳤다. 그는 "아직까지도 모든 전담부서를 해본 것은 아니다"라며 "사건을 맡으면서 매번 새로운 수사 노하우를 배우는 것 같다. 지식재산권 말고 다른 분야에 대한 사건을 맡게 되면 또 공부하면서 수사하지 않을까"라고 답했다. 이어 "하나하나 배워가는 것이 검사 일의 매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검사가 된 이유는 무엇일까. 하 검사는 로스쿨 2학년 재학 시절 학교의 튜터링 프로그램을 통해 만난 검사 선배의 영향이 컸다고 말했다. 그는 "진로고민이 돼서 연락을 했더니 집에 놀러오라고 해서 진지한 조언을 해줬다"며 "검찰은 위계질서가 강하고 남성 중심적인 부분이 있다는 인식이 있지만 한편으론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할 수 있는 일"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겪어 보니 선배의 말이 맞았다고 그는 말했다. '내가 해보고 싶은 것을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
이제는 하 검사가 서부지검에서 로스쿨 인턴들을 지도하고 있다. 선배가 했던 것처럼 검사직을 추천하고 있다고 했다. 그는 "여전히 법조계에 유리천장은 있고, 돌파하려면 시간과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다만 검찰은 제가 들어왔을 때부터 지금까지 점점 더 여자 선배, 여자 검사장님이 많아지는 추세"라며 "롤모델이 될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게 중요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yesyj@fnnews.com 노유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