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스크도 잡혀가나? 플랫폼 유해 콘텐츠 책임 어디까지?

      2024.08.29 15:46   수정 : 2024.08.29 15:4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표현의 자유와 튼튼한 보안을 내세우는 메시지 어플리케이션(앱)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가 사용자의 일탈을 방치 및 공모했다는 혐의로 기소됐다. 외신들은 최근 서방에서 거대 IT 플랫폼 사업자의 법적 책임을 확대하고 있다며 일론 머스크, 마크 저커버그같은 다른 플랫폼 사업가들 역시 법정에 설 수 있다고 지적했다.

텔레그램 창업자 기소...사용자 비행 방치 및 공모
미국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외신에 따르면 프랑스 검찰은 28일(현지시간) 텔레그램의 공동 창업자이자 최고경영자(CEO)인 파벨 두로프를 예비 기소한다고 밝혔다.

프랑스의 예비 기소는 용의자의 범죄 혐의를 의심할 이유가 상당하고, 법원에서 추가 조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부과하는 준(準) 기소행위다. 정식 기소까지는 수개월에서 수년이 걸릴 수도 있다.
프랑스 당국은 이날 두로프에게 출국 금지 조치를 내렸다.

프랑스 검찰은 두로프에게 미성년자 성착취물을 조직적으로 유포하거나 마약을 밀매하는 범죄를 공모한 혐의, 범죄 조직의 불법 거래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플랫폼의 관리를 공모한 혐의, 텔레그램 내 불법 행위와 관련해 프랑스 수사 당국과 의사소통을 거부한 혐의 등을 적용했다. 그는 지난 24일 프랑스 입국과 동시에 체포되었으며 일단 거액의 보석금을 내는 조건으로 풀려났다.

프랑스 당국이 두로프를 겨냥한 이유는 그가 텔레그램 사용자를 통제하지 않았고, 문제가 있는 사용자들의 정보를 내놓지 않았기 때문이다. 2013년에 출시된 텔레그램은 특유의 익명성과 우수한 보안 기능으로 세계적인 인기를 끌었으며 지난 3월 기준으로 월간활성사용자(MAU) 숫자가 9억명에 달했다. 세계 각국의 범죄자들은 마약 거래, 아동 성착취물 유포 등 각종 불법 행위를 위한 통로로 보안이 뛰어난 텔레그램을 애용했다. 프랑스 검찰은 올해 초 텔레그램에 미성년자 성착취물과 관련한 사건을 수사하면서 용의자의 신원을 알려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을 듣지 못했다. 이에 프랑스 검찰은 지난 3월 두로프에 대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두로프는 러시아 태생이지만 러시아의 규제 때문에 고국을 떠난 뒤 세계 각국을 떠돌았으며 2021년에 프랑스 국적을 얻었다. 현재 텔레그램의 본사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 있다. 텔레그램을 주로 사용하는 러시아에서는 우크라이나 사태로 러시아와 적대적인 프랑스가 러시아 출신 두로프를 체포하자 정치적 체포라고 의심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6일 소셜미디어 엑스(X)에 두로프의 체포가 "수사의 일환일 뿐 결코 정치적 결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플랫폼 책임 어디까지? 머스크도 위험
28일 NYT는 최근 서방 민주주의 국가들이 온라인 플랫폼 경영진에게 플랫폼에서 일어나는 범죄의 책임을 직접 묻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미국 IT 기업들은 러시아나 중국같은 권위주의 국가에서 콘텐츠 검열 목적으로 현지 직원을 체포하는 상황을 경계했으나 이제는 고국 및 유럽에서도 비슷한 위험에 처했다.

미국의 소셜미디어 및 기타 온라인 플랫폼들은 그동안 미국 '통신품위법 230조'의 면책 조항 덕분에 형사 기소를 피할 수 있었다. 해당 조항은 선한 의도로 콘텐츠 중재 작업을 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콘텐츠 중재자’로 봐야 하며 사업자들에게 '콘텐츠 발행자'에 준하는 의무를 부과할 수 없다는 내용이다. 메타나 X 등 플랫폼 대기업들은 해당 조항 덕분에 플랫폼에 넘쳐나는 각종 유해 콘텐츠에 대한 형사 책임을 지지 않았다. 지난해 12월 미국 뉴멕시코주 법무부는 메타가 유해 콘텐츠로부터 청소년을 보호하지 않고 방치한다며 메타의 마크 저커버그 CEO 등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NYT는 저커버그가 이후 피고 명단에서 빠졌지만 안심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통신품위법 230조도 아동 성착취 같은 콘텐츠에는 적용되지 않는다.

가장 위험한 곳은 유럽이다. 아일랜드 더블린대학교의 T J 매킨타이어 법학 부교수는 최근 아동 보호 같은 분야에서 플랫폼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는 기준이 낮아지는 추세라고 진단했다. 지난해 영국에서는 온라인 플랫폼 경영진이 아동 보호에 유해한 콘텐츠를 인지하고 이를 제거하는데 실패한 경우, 경영진에게 개인적인 책임을 지우는 법이 통과됐다. 미국 스탠퍼드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의 다프니 켈러 인터넷법 교수는 사법 당국 입장에서 플랫폼 경영진이 자신들의 플랫폼에서 발생하는 불법 활동을 인지한 다음, 이를 단속하지 않았다는 점을 증명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해 미국 세인트존스대학의 케이트 클로닉 법학 교수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가 텔레그램의 두로프같은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머스크는 지난 2022년에 소셜미디어 트위터를 인수해 X로 개명하면서 표현의 자유를 강조했으며, X의 CEO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여전히 회사 경영에 관여하고 있다. X는 지난 6월부터 경고 표시만 붙이면 X에 성인 콘텐츠를 올리도록 허용했다.
클로닉은 "미래에 머스크가 어떤 국가에서 재판정에 오르거나 감옥에 갇힐 수도 있다"고 밝혔다. 머스크는 두로프 기소에 대한 의견을 묻는 NYT 질의에 응답하지 않았다.
다만 그는 두로프의 체포 소식이 알려진 24일 X에 글을 올려 "2030년 유럽에서는 인터넷 유행 콘텐츠를 좋아하기만 해도 처형될 것"이라고 비꼬았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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