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응급실 붕괴 직전… 추석 의료대란 현실화 우려

      2024.08.29 18:18   수정 : 2024.08.29 18:18기사원문
"팔순이 넘으셨는데 중증이 아니라서 입원이 안 되네요."

29일 오전 서울 성동구 한양대학교병원 응급실 앞에서 만난 40대 이모씨는 한숨을 쉬었다. 이씨는 고관절이 아프다는 85세 어머니를 모시고 응급실을 찾았지만 발길을 돌려야 했다. 지난해 이 병원에서 오른쪽 고관절 수술을 받았지만 소용없었다.

이씨는 "중증이 아니어서 정형외과 진료를 받을 수 없다고 한다. 진료받고 입원할 수 있는 3차병원으로 가려고 한다"고 말했다.


■구급차서 30분씩 대기하는 환자도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전공의 공백이 6개월을 넘어서면서 응급실 부족 문제가 심화하고 있다. 전공의 대신 교수와 전임의들이 응급실을 지키고 있지만 한계에 다다랐다는 지적이 나온다. 응급실 진료를 보더라도 다른 과에서 환자를 소화할 수 없어 환자들이 병원을 찾아 헤매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는 가운데 추석 연휴 의료대란이 벌어질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이날 한양대병원 응급실 앞에서는 진료받으러 왔다가 돌아가는 환자를 볼 수 있었다. 진료를 받기까지 구급차에서 30분가량 대기하는 환자도 여럿 있었다. 한양대병원은 전날까지 민주노총 산하 보건의료노동조합(보건의료노조) 지부와 사측이 막판 교섭을 벌이면서 이날로 예정됐던 파업을 피하고 응급실과 외래, 입원 등 정상 진료를 하고 있었다.

그러나 환자들은 의료공백 장기화로 제때 진료를 받지 못할까 봐 불안하다고 말했다. 일반 진료를 하지 않는 추석 연휴에 사고가 나지 않을지 우려의 목소리도 있었다.

다친 손녀가 응급실을 거쳐 수술을 받고 있다는 A씨는 "의료공백이 장기화하는 상황에서 갑자기 손녀가 이런 일을 당하니 마음이 좋지 않다"며 "오늘은 다행히 문제없이 수술을 받고 있지만 퇴원하고 후유증이라도 있으면 당장 응급실을 이용하지 못할까 봐 걱정"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파업이 예정돼 있다는 사실은 몰랐다"면서도 "병원 곳곳에 파업한다는 현수막이 걸려 있어 불안함이 있었지만 연휴를 앞두고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서 다행"이라고 말했다.

아내가 갑자기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을 찾은 박모씨(60)는 "오전에 서둘러 왔는데 응급실 들어가기까지 한참을 대기한 것 같다"며 "응급실 이용이 점점 어려워진다고 하면 나이 든 사람들이 가장 큰 문제"라고 말했다.

■응급실 진료비 인상에 환자 부담 가중

응급실 문턱은 점점 높아지고 있어 환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정부는 다가올 추석 연휴에 응급실로 환자가 몰리는 상황에 대비해 거점지역응급의료센터를 추가 지정하고 연휴 기간 응급실 전문의 진찰료를 250%까지 올리기로 했다. 응급실 대란을 막기 위해 다음달부터 경증환자의 본인부담금을 진료비의 90%로 인상하기로 했다.
전문의 진료는 물론 응급실을 통한 수술·처치 수가도 올라간다.

이날 응급실을 찾은 B씨는 "심장이 안 좋으면 숨 쉬기가 힘들 때가 있어 응급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며 "응급실 진료비가 오른다고 하면 병원비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노모를 모시고 응급실을 찾은 C씨는 "일흔이 넘으셔서 어머니가 말이 어눌해지시거나 구토증상 같은 게 오면 당장 응급실에 갈 수밖에 없다"면서 "대부분은 경증으로 밝혀지지만 자식 입장에선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몰라 응급실을 택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unsaid@fnnews.com 강명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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