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포정치에 나선 푸틴
2024.08.31 06:00
수정 : 2024.08.31 06:00기사원문
공포정치는 절대권력을 보전하기 위해 독재자가 사용하는 일종의 극단적인 술(術)이다. 히틀러는 1933년 정치권력을 장악하자마자 게슈타포(Gestapo)라는 비밀경찰을 조직하여 반대파를 탄압하고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로 단기간에 절대권력을 거머쥐었다. 스탈린도 1922년 소비에트 연방 서기장으로 취임한 후 1952년 정권에서 물러날 때까지 반대파를 잔혹하게 숙청하는 등 공포정치를 일삼았다.
한편 상기와 같은 공포정치 사례는 하나의 공통점이 있다. 바로 국내정치용으로 공포정치를 이용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최근 푸틴이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포정치에 나서고 있다. 지금까지 푸틴은 국내정치 무대에서는 공포정치를 이용해 반대파를 숙청하여 절대권력을 유지하고, 국제정치 무대에서는 전쟁을 통해 외부의 위협을 부각시킴으로서 결집효과를 조성해 국민이 절대권력자를 추종토록 유도한 투트랙 기법이었다. 사망 원인이 불명확한 바그너그룹 수장 프리고진이나 정적 나발니 사건의 경우도 푸틴의 공포정치와 무관치 않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이다. 올해 초에는 러시아 대선을 앞두고는 정적과 반푸틴 세력 탄압을 위해 공포정치를 일삼았고 그 결과 대선에서 승리하여 지난 5월 취임식을 통해 푸틴 5기를 시작했다.
하지만 푸틴이 우크라이나군의 본토 공세가 성공하여 전세가 러시아에 불리해지면서 공포정치 이용에 있어 국내정치와 국제정치를 혼용하려는 셈법을 구사하고 나섰다. 러시아가 수세에 몰리면서 푸틴에 대한 반감이 상승하자 공포정치 대상을 ‘자국민’에서 ‘전 세계시민’으로 확장하고 나선 것이다. 독재자는 자신의 권력에 작은 누수나 틈새라고 발생하면 공포정치를 극대화시킨다. 그런데 이번에 푸틴이 공포정치를 강화한 대상이 전 세계시민이라는 점에서 충격적이다. 우크라이나의 본토 공세에 대대적인 반격에 나선 러시아는 3차 세계대전으로 비화될 수 있다며 엄포를 놓았다. 러시아가 3차 대전을 운운한 것은 우크라이나 자유 회복을 지지하는 전 세계시민을 상대로 공포정치를 구가함으로써 전선을 자국에 유리한 방향으로 돌리려는 전략적 계산이 숨어있다. 사실 푸틴은 수세에 몰릴 때마다 ‘3차 대전’ 카드를 던지며 전 세계를 공포정치에 몰아넣는 시도로 전장의 주도권을 장악하려는 전략을 취해왔다. 2023년 7월 푸틴은 미국이 집속탄을 우크라이나에 지원하게 되면 3차 대전을 의미하는 것이라 위협한 바 있고, 2024년 3월에도 나토가 러시아와 직접적으로 충돌할 경우 3차 대전으로 향할 수 있다고 엄포를 놓기도 했다.
그런데 러시아가 이번에 3차 대전을 언급한 것은 푸틴의 오판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이라는 점에서 예의주시할 필요가 있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를 침략한 지 2년 7개월 이상 지났지만, 현재 소모전에 빠져들었고 심지어 현재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본토에서 군사작전을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푸틴에게 절대권력에 흠집이 생겼다는 불안감이 작동되는 것으로 보인다. 이런 불안감을 해소하기 위해서 전 세계를 대상으로 공포정치를 구사하고 나섰다는 의미라는 점에서 주지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푸틴이 오판하지 않도록 자유민주주의 진영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정치적, 외교적, 군사적 지원을 강화해야 한다. 러시아의 3차 대전 협박으로 자유진영이 저자세 정책으로 전환하면 2차 대전 발발이라는 ‘체임벌린의 악몽’이 재현될 수 있다. 국제사회가 강건한 연대를 통해 대응한다면 국제안보 차원의 억제력도 제고되고, 유라시아 전장에서 우크라이나의 자유를 지키는 목표에 한층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