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시대는 위기이자 기회… 인간과 AI '원팀'일때 시너지"

      2024.09.01 18:27   수정 : 2024.09.01 18:27기사원문



"생성형 인공지능(AI)의 등장은 무언가를 창조해 내는 능력이 우리(인간)만의 능력이 아니며, AI가 기대 이상으로 놀라운 창의성을 가지게 됐다는 걸 의미한다."

생성형 AI의 발전으로 인간의 영역으로 여겨지던 '창의성'이 위협받고 있다.

최근 AI는 사용자가 텍스트를 제시하면 스스로 그림을 그리고 영상을 만들면서 '창작'과 '예술'의 영역을 넘나들고 있다.



■'AI 시대' 대한민국에 위기이자 기회

국내 대표 뇌과학자인 정재승 카이스트 뇌인지과학과 교수는 1일 파이낸셜뉴스와 인터뷰에서 "AI의 창의성은 데이터를 결합하고 수많은 가능성을 탐색하는 능력에 기반하고 있는데, 이는 인간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탁월하다"고 말했다. 다만 "평균적인 인간 수준과 비교하면 놀랍지만, 아직은 탁월한 창의성에 도달하지는 못했다고 보여진다"며 "인간의 창의성은 개인적 경험이 만들어내는 뇌의 개성적 연결이 원천인 만큼 인간과 인공지능의 창의성은 서로 다른 방식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정 교수는 알쓸신잡 등 방송으로 이름을 알린 국내 대표 뇌과학자이자 스타 교수다. 오는 5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 롯데시네마에서 열리는 'AI월드 2024'에서 '인간과 AI의 공존'을 주제로 파올로 베난티 프란치스코 교황 AI윤리부문 고문과 대담을 나눈다.

그는 뇌인지과학자 입장에서 바라보는 '사람의 뇌'와 'AI'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지능의 목적'으로 설명했다.


정 교수는 "인간은 자연 생태계에서 '생존'하고 유전자를 '복제'하는 것이 가장 중요했기 때문에 다른 인간들과의 대규모 협력을 통한 맥락 이해와 섬세한 소통을 위해 뇌가 발달해 왔다"며 "반면 인공지능은 수학천재들이 문제해결을 위해 개발해온 터라 수학적으로 잘 정의된 문제들을 능숙하게 풀어내고 데이터들의 수학적 특성들을 놀랍도록 잘 포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단한 건 AI의 수학적 알고리즘과 엄청난 계산 능력을 인간의 인지적 영역에 적용해 마치 의식과 감정을 가진 존재처럼 행동하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현대 AI 연구자들에게 경의를 표한다"고 덧붙였다.

AI 발전은 놀랍지만 '인간을 뛰어넘는 AI'가 2030년 전후로 개발될 수 있다는 전망에는 우려감을 나타냈다. 'AI 시대'는 획일화된 교육으로 산업화 시대를 만들어온 대한민국의 가장 큰 위기라고 진단했다.

정 교수는 "컨설팅 비즈니스는 아이디어 승부가 되고, 수많은 바이오·제약 실험들은 인공지능 시뮬레이션으로 대체될 것"이라며 "인공지능이 하지 못하는 역할을 수행할 인재들에게는 새로운 기회들이 열리지만, 평범한 역할을 수행해온 사람들에게는 큰 위기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럼에도 AI의 발전이 대한민국의 기회가 될 수 있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AI 산업은 더 많은 투자와 더 많은 데이터, 더 유능한 인재를 확보할수록 유리한 자본경쟁에 돌입한 만큼 경쟁에 뛰어들 수 있는 기업은 얼마 없다"며 "적은 데이터로 탁월한 지적 능력을 보여주는 '인간 뇌를 닮은 AI' 분야는 아직 발전의 여지가 많아 우리가 뛰어들면 승산이 있다"고 전했다.

이와 같은 측면에서 인간의 뇌를 닮은 AI 발전을 위한 뇌인지과학과의 시너지도 강조했다. 그는 "대규모 빅데이터 기반의 AI는 엄청난 양의 에너지 사용, 머신러닝의 개인 사생활 침해, 개인정보 보호 등에 취약점이 있다"며 "뇌인지과학은 인간의 뇌가 어떻게 적은 데이터만으로 놀라운 지적 능력에 도달했는지 인공지능이 학습하도록 하는 실마리를 제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AI 거품론? 이미 비즈니스 지형도 크게 변화

저출생·초고령화로 야기된 노동생산인구 감소 등 사회적 문제 해결에도 AI가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AI로 노동생산성을 높이는 데 기여할 수 있다"며 "다만 생산성을 늘리더라도 '소비' 시장이 작으면 경제성장이 이뤄지지 못하는 만큼 글로벌 마켓으로의 진출은 꼭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AI의 발전에 따른 '윤리' 논란은 필연적이라는 의견도 덧붙였다. AI 수술 전략 실패로 인한 의료사고 책임, 다수를 구하기 위해 소수를 희생하는 판단을 고민하는 '트롤리 딜레마' 등 AI 발전과 더불어 윤리 문제도 보다 구체화되고 있다.

정 교수는 "현대 인공지능은 스스로 의사결정하는 과정을 내포하고 있어 AI 윤리 문제는 향후 10년 내에 우리 사회에 중요한 화두로 떠오를 것"이라며 "AI 시대의 새로운 기술 환경은 우리에게 새로운 윤리관, 가치관 확립을 요구할 것"이라고 말했다.

생성형 AI를 법률 분야에 적용하는 '리걸테크'에 대해서는 신중함을 내비쳤다. 최근 강력범죄 양형이 예상보다 낮다는 이유로 법원 판결에 대한 불만이 높아지며 'AI 판사' 도입 여론도 높아지고 있다.

그는 "AI가 구체적 사건의 유무죄를 판단하진 못하더라도 수많은 유사 판례를 찾아준다거나 양형기준을 마련하는 데는 도움을 줄 것"이라면서도 "다만 기존 데이터(판례)를 바탕으로 한 접근은 변화된 가치관을 반영하지 못하고 구시대적 편향에 영향을 받을 수 있는 만큼 판사를 인공지능으로 대체하기보다는 인공지능 비서를 판사 곁에 두는 시스템으로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는 'AI 거품론'에 대해서는 강하게 반박했다. 2016년에도 '알파고'가 이세돌과 바둑 대결에서 승리하며 AI 열풍을 불러일으켰지만, 챗GPT가 발표된 2022년 전까지 한동안 암흑기를 겪기도 했다.

그는 "챗GPT와 달리 AI 이미지 생성기인 '미드저니' 같은 범용 인공지능 서비스는 구글의 검색엔진처럼 누구나 보편적으로 사용할 수 있어서 우리의 라이프스타일을 바꾸고 있다"며 "앞으로 우리의 삶은 인공지능으로 검색하는 것을 넘어서, AI에 의지해 의사결정을 하는 '의존'으로 이어지리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미 AI는 비즈니스의 지형도를 크게 바꿔 놓은 만큼 반짝 인기로 끝날 것이라 생각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이러한 측면에서 '인간과 AI의 공존'도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특히 제조사가 다른 AI 간 협업이나 사람들만의 협업보다 인간과 AI가 '원 팀'을 이룰 때 가장 좋은 성과를 만들어낼 수 있다고 전망했다.


정 교수는 "AI는 우리의 일자리를 대체할 존재만이 아니라 우리의 협업 파트너가 될 것"이라며 "AI를 팀 메이트로 여기고, 인간과 역할 분담을 정의해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협력을 고민해야 할 때"라고 강조했다.

hoya0222@fnnews.com 김동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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