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생 우선’ 한목소리냈지만… 채상병특검·25만원법은 이견
2024.09.01 18:29
수정 : 2024.09.01 21:22기사원문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간 1일 회담은 더 이상 민생현안을 외면한 채 정국 파행이 장기화되는 것을 막아야 한다는 절박감에서 비롯됐다. 주요 쟁점법안을 비롯해 특검법 등에 대한 윤석열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 후 국회 재 표결 시도라는 악순환의 고리가 지속되면서 22대 국회 들어서도 여야가 민생을 외면한 채 당리당략에만 매몰됐다는 여론의 비판이 고조됐다.
양당 대표는 이날 회담에서 우선 다양한 민생현안의 원활한 추진을 위한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를 운영키로 했다.
두 사람은 처음으로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
양당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 전국민 25만원 지원법 등 쟁점 사안에는 첨예한 입장차를 드러내면서도, 일부 공감대를 형성한 금융투자소득세 완화와 의료대란 해법 공동 대처 등에는 진전된 대화 의지를 보였다. 일단 여야가 민생 공통공약 협의기구를 운영하기로 한 만큼, 갈등 일변도의 여야 관계에 변화가 생길 것이라는 기대감이 관측된다.
■화기애애 분위기… 협치 기대감
이날 정치권에 따르면, 대표 회담은 정책위의장과 수석대변인이 배석해 '3+3 회담'으로 진행됐다. 여야 대표의 공식 회담은 지난 2013년 11월 당시 황우여 새누리당(현 국민의힘) 대표와 김한길 민주당 대표의 회담 이후 11년 만이다.
두 대표는 당초 회담 시간으로 계획된 90분을 훌쩍 넘어 약 3시간 동안 대화를 나눴다. 공개 모두발언 역시 당초 각 7분에서 10분으로 확대하기로 했지만, 이날 한 대표는 13분, 이 대표는 18분 가량 발언을 이어갔다.
모두발언에 앞서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인사를 나눈 두 대표는 '민생 우선' 기조에는 확실한 공감대를 이뤘다. 특히 한 대표는 저출생 극복 법안(저출생 해결 패키지 3법, 인구전략기획부 신설)과 국민 안전·민생 시스템 법안(촉법소년 연령 하향, AI 기본법, 반도체 특별법 등)의 우선 처리 등을 제안했다. 또한 이 대표는 "한 대표가 공개적으로 약속하신 지구당 부활만이라도 우선적으로 처리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두 사람은 금투세 완화에는 협상 의지를 보였다. 금투세 폐지를 주장하고 있는 한 대표는 이 대표에게 "금투세가 이대로는 안된다는 인식을 갖고 계신 것을 다행스럽게 생각한다"며 대화를 제안했다. 이어 이 대표는 "(정부여당의 금투세 폐지 입장이) 막연한 세금 깎아주기는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일정기간 대폭 완화해서 시행하는 방안도 같이 논의하면 좋겠다"고 했다.
■특검·25만원법에는 각 세워
다만 입장이 첨예한 현안을 두고는 각을 세웠다. 이 대표는 채상병 특검법과 25만원 지원법에 전향적인 자세를 드러내며 한 대표에게 결단을 촉구했다.
먼저 채상병 특검법과 관련, 이 대표는 한 대표가 제안한 제3자 추천 방식의 특검법은 물론 수사 대상에 증거조작(제보공작) 의혹도 포함하겠다고 밝혔다. 25만원 지원법을 두고는 보편 지원뿐만 아니라 차별·선별 지원 방안까지 수용하겠다며 협상을 압박했다.
하지만 한 대표는 25만원 지원법을 두고 "민주당은 현금 살포를 민생 대책으로 말하지만, 쓸 수 있는 혈세는 한정돼 있다"며 "획일적으로 똑같은 복지가 아니라 모두의 필요에 맞춰진 복지를 하겠다는 것이 국민의힘의 생각"이라며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ming@fnnews.com 전민경 정경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