큐텐, '위시' 인수 위해 '몸집 불리기' 정황 검찰이 포착
2024.09.02 15:33
수정 : 2024.09.02 15:39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티몬·위메프(티메프) 사건의 정점인 큐텐그룹이 북미 이커머스 업체 ‘위시’를 인수하려고, 티몬을 통해 선정산 업체에게 새로운 사업과 상품권 사업을 제안하는 방식으로 ‘몸집 불리기’를 한 정황을 검찰이 포착했다.
티몬의 상품권 판매대금 선정산 업체 부담
2일 파이낸셜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큐텐의 자회사인 티몬은 지난해 12월 선정산 업체에게 선정산 서비스와는 다른 방식의 사업구조를 소개하며 올해 1월부터 상품권 사업을 진행하자고 요청했다.
티몬이 해피머니 등 상품권업체로부터 상품권을 구매하면, 선정산 업체가 티몬의 상품권 구매 대금을 대신 선지급하고 나중에 티몬으로부터 정산을 받는 방식이다.
검찰은 2월 위시 인수를 앞두고 진행됐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당시 이미 자본잠식 상태였던 티몬이 선정산 업체를 끌어들여 상품권 구매대금을 먼저 지급토록 하면 표면적으론 월별 거래액 늘어난 모양새가 된다. 이른바 위시 인수 직전 ‘몸집 불리기’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선정산 업체에겐 이후 발생하는 판매대금으로 정산할 계획을 짰을 가능성도 있다.
그동안 티몬이 e쿠폰 업체 자회사를 설립한 뒤 상품권 판매 대금을 확보했다는 의혹은 제기된 적 있지만, 상품권 구매대금의 지급을 누구에게 떠넘겼는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검찰은 구영배 큐텐 대표 등에 대한 압수수색 영장에 티몬이 상품권을 할인 판매해 확보한 현금으로 판매대금을 정산한 구조에 대해 '돌려막기'라고 규정했다. 큐텐은 위시 인수를 위해 지난 1월에 50억원, 4월에 200억원을 티몬으로부터 빌리기도 했다.
큐텐은 위시 인수금액 2300억원 중 나머지 1900억원은 지분교환 형태로 지급했다. 매각자 입장에선 인수자의 현금이 적더라도, 이처럼 몸집이 커진 티몬의 신뢰도를 높이 평가할 수 있다. 티몬과 선정산 업체의 새 상품권 사업은 위시 인수 즈음인 2월에서야 본격화됐다.
큐텐은 선정산 업체와 상품권 사업 계약을 하면서 ‘정산 내용의 진실성을 보장한다’는 확약서 취지의 정산내역확인서를 류광진 티몬 대표 직인과 함께 매달 발급한 것으로 파악됐다. 티메프 사태로 인한 선정산 업체들의 미정산금은 최소 400억원 가량이다.
티메프발 회생 신청 '도미노', 정상화 '첩첩산중'
한편 티메프의 대규모 정산 지연사태 여파로 관련 업체들이 연이어 회생법원의 문을 두드리는 등 파장이 커지고 있다. 피해 규모도 눈덩이처럼 불어나고 있지만, 법조계에선 회생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 나오는 만큼, 이들 기업이 다시 정상 궤도로 돌아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이날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달 7월 29일 티몬, 위메프가 첫 기업회생을 신청한 뒤 8월 16일 인터파크커머스가 법원에 기업 회생 절차 신청서를 냈다. 또 같은 달 27일엔 식당 예약·식사권 판매 플랫폼 회사인 테이블엔조이가, 28일은 해피머니 상품권 운영사인 해피머니아이엔씨가 줄줄이 법원에 기업회생 절차를 신청했다.
인터파크쇼핑과 AK몰 등을 운영하는 인터파크커머스는 티메프와 같은 큐텐의 계열사로 사태가 불거진 뒤 판매자와 고객 이탈로 자금난을 겪어왔다. 테이블엔조이와 해피머니아이엔씨도 티몬, 위메프 등 이커머스 업체들을 판로로 상품을 판매하는 등 모두 티메프 사태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곳이다. 이로써 제휴 업체와 개인 소비자 등의 피해 확대는 불가피하게 됐다.
법조계에선 두 회사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해 회의적인 목소리가 크다. 자금 마련은 물론, 신뢰 회복도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금융감독원 출신의 한 변호사는 “사실상 파산해서 빚잔치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며 “이미 다른 이커머스도 타격을 입는 상황인데 상식적으로 티메프를 다시 믿고 이용하겠다는 사람이 얼마나 있겠나”라고 지적했다.
만약 파산 시나리오가 현실화한다면, 개인 피해자들의 입장에서는 구제가 더 어려워질 수 있다. 법원이 회생개시를 결정하더라도 티몬, 위메프의 회생계획안이 실현될 수 있을지도 예단하기 어렵다. 회생계획안 인가를 위해선 담보권자 의결권 4분의 3 이상, 회생채권자 의결권의 3분의 2 이상 동의가 필요하다. 구 대표가 티몬과 위메프를 합병하는 ‘K-커머스’ 출범 계획을 제시했으나 이마저도 현실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koreanbae@fnnews.com 배한글 서민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