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가 안죽으면 내가 죽었다"..남친 자는데 불지르고 지켜본 여성

      2024.09.03 05:10   수정 : 2024.09.03 05:1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수년간 데이트 폭력에 시달리던 40대 여성이 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를 살해한 혐의로 중형을 선고받았다.

전주지법 군산지원 제1형사부(부장 정성민)는 현주건조물방화치사 혐의로 구속 기소된 A씨(42·여)에게 징역 12년을 선고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지난 5월 11일 오전 3시쯤 군산시 한 단독주택에 불을 질러 남자친구인 30대 B씨를 살해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A씨는 당시 B씨와 술을 마시다 폭행당하자 앙심을 품고 B씨가 잠든 사이 범행을 저질렀다. 그는 불이 주택 전체로 번지는데도 119에 신고하지 않고 현장을 지켜본 것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주택 인근에 만취 상태로 앉아 있던 A씨를 현행범 체포했다.

A씨는 경찰 조사에서 2019년부터 5년간 B씨와 사귀면서 잦은 폭력에 시달렸다고 진술했다. 범행 당일에도 B씨에게 얼굴 등을 맞은 것으로 조사됐다. 방화 이후 화재를 지켜본 이유에 대해서는 "불이 꺼지면 안 되니까. 만약 그 불이 꺼졌다면 제가 죽었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인간의 생명과 존엄성은 누구도 함부로 처분할 수 없는 절대성을 지녔으므로 이를 침해하는 행위는 용서할 수 없다"며 "피고인은 피해자가 술에 취해 잠든 사실을 알면서도 집에 불을 질렀으므로 죄질이 매우 나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의 범행으로 피해자는 고귀한 생명을 빼앗겼고, 그 유족 또한 평생 치유하기 어려운 큰 상처를 입었다"며 "피고인이 유족에게 용서받기 위해 어떠한 노력도 기울이지 않은 점 등을 고려할 때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판시했다.

한편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경찰청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4월 말까지 접수된 교제폭력 신고 건수는 2만5967건으로 집계됐다.
이 중 검거된 인원은 4395명이다. 올해 검거된 피의자 중 구속된 비율은 1.87%(82명)에 불과했다.


최근 5년간 통계를 보면 교제폭력 피의자 수는 2019년 9823명에서 2020년 8951명으로 소폭 줄었으나 2021년에 1만538명, 2022년 1만2828명, 2023년 1만3939명으로 증가 추세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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