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따라가겠다던 여덟살 아들…42년전 두고 나온게 지금도 恨
2024.09.02 19:13
수정 : 2024.09.02 19:13기사원문
벌써 42년의 세월이 흘렀다. 1982년 11월 1일 외동아들을 만났던 어머니 김길임씨는 그날이 후회로 남는다고 했다. 마지막이 될 것이라고 생각을 못했기 때문이다.
김씨의 외동아들은 황성윤씨(사진)다. 1982년 당시 나이는 8살이었고 서울시 양천구에서 살았다. 성윤씨는 당시 어머니 김씨와는 떨어져 아버지 황모씨와 함께 살고 있었다. 전년도 김씨와 황씨는 이혼했고 아들 성윤씨는 아버지 집에 머물게 됐다. 김씨는 "이혼 이후 식당에서 설거지 등 일을 했다. 일이 끝나면 식당에서 한켠에서 숙식을 해결했다"며 "아들을 데리고 함께 살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그렇게 살아가던 김씨는 아들이 너무 보고 싶어 전 남편 집을 찾았다고 한다. 김씨는 전 남편 집으로 가기 전에 일하던 식당 사장에게 애를 데리고 오면 안 되는지 물었다. 식당 사장은 "호랑이도 자기 자식은 안 잡아먹는다"며 들어주지 않았다고 한다.
전 남편 집에 찾아가 만난 아들의 몰골은 말이 아니었다. 아들을 만나 무엇을 먹고 싶은지 물었더니 우유를 먹고 싶다고 해서 가게에 가서 우유를 사줬다고 한다. 그때 가게 주인이 한 말 한마디가 김씨에게 또 상처를 줬다. 가게 주인은 "우유를 먹으면 뭐 하냐. 아버지한테 또 구타를 당할 거고 먹어도 살도 안 찔 거야"라고 했다.
다시 전 남편 집에 들어오니 성윤씨는 어머니에게 말 잘 들을 게 데려가 달라며 사정을 했다. 이혼 전부터 전 남편은 술을 먹으면 아들을 구타했었다. 학대를 당하고 있는 아들을 데려가고 싶었지만 식당 한켠에서 살고 있는 김씨에게는 불가능한 일이었다. 김씨는 "엄마가 돈이 없어. 돈 벌어야 데리고 갈 수 있어"라고 답했다. 그러곤 아들의 얼굴을 보는데 연탄집게로 찔린 상처까지 있었다.
성윤씨가 자는 것을 보고 다시 식당으로 돌아온 김씨는 식당 주인에게 사정을 전했다. 안타까웠는지 식당 주인도 아들을 데려와도 좋다고 허락했다. 이에 김씨는 며칠 뒤 부랴부랴 전 남편 집을 다시 찾았지만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이웃의 말로는 전 남편이 이사를 갔다고 했다. 이에 김씨는 아들을 보러 왔을 당시 전 남편이 했던 말이 떠올랐다. 당시 전 남편은 "성윤이 때문에 할아버지와 이야기를 하고 왔으니 걱정 말고 돌아가라"면서 김씨를 황급히 돌려보냈다.
김씨는 그날부터 아들의 행방을 찾기 위해 수소문하고 다녔다. 어렵게 성윤씨의 친할아버지를 만날 수 있었고 아들의 행방을 물어도 봤지만 어느 날에는 잘살고 있으니 찾지 말라고 하고, 어느 날에는 다른 집에 보냈다고 하고, 어느 날에는 실종됐다고 하는 등 계속 말이 바뀌기만 했다.
최근에는 전 남편과 연락이 닿아 아들의 행방을 추궁했지만 답을 들을 수는 없었다. 김씨는 "죽기 전에 얼굴이라도 보고 싶다"며 심정을 말했다.
coddy@fnnews.com 예병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