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 '재정부담'에 보조금 망설일때… 美·日 수십조 현금 살포
2024.09.03 18:56
수정 : 2024.09.03 18:57기사원문
반도체 투자 경쟁이 개별기업 차원을 넘어 '국가대항전'으로 확전된 가운데 국내 기업들은 세제혜택 등 간접지원만 받고 있어 대규모 투자 부담을 '나 홀로' 떠안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회가 반도체 직접보조금 지급으로 방향을 전향적으로 선회했지만, 기획재정부는 여전히 세제지원을 주장하고 있어 가장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조금 지급 힘 실은 국회 전문위원
3일 업계에 따르면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와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최근 회동에서 반도체 산업 지원안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면서 국회에 계류 중인 반도체특별법이 22대 첫 정기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을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국민의힘 고동진·송석준·박수영, 더불어민주당 김태년·이언주 의원 등 여야 의원들이 모두 반도체특별법을 발의한 가운데 산업계의 최대 관심사는 정부의 직접보조금 지급조항 명시화가 여야 합의안에 담길지 여부다. 직접보조금 지급의 가장 큰 걸림돌은 기획재정부다.
실제 기재부는 최근 보조금 지원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의견을 국회에 전달했다. 미국·일본 등은 신규 투자 유치를 위한 투자보조금 지원 중심인 반면 제조기반이 있는 한국·대만은 세제지원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투자 세제혜택 위주의 지원수단을 마련했다는 주장이다. 또 재정건전성 악화, 배터리·디스플레이 등 타 산업과의 형평성 등도 반대의 이유로 들었다. 아울러 민주당이 직접보조금 지급에 소극적인 점도 변수다. 국민의힘 안에는 직접보조금 지급조항이 담겼지만, 민주당 안은 투자세액공제 확대가 핵심이다.
이런 가운데 의원들이 발의한 법안을 검토한 뒤 입법 취지 타당성을 제시하는 국회 전문위원실도 직접보조금 지급에 무게를 싣는 의견을 낸 것으로 나타났다.
고동진 국민의힘 의원이 대표발의한 '반도체 산업 경쟁력 강화 특별법'을 검토 보고한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박희석 수석전문위원은 보고서를 통해 "현행 첨단전략산업법에서 허용하고 있지 않는 직접보조금 지급 여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대규모 기반시설과 초격차 기술개발이 경쟁력의 핵심인 반도체 산업은 장기적 관점에서 안정적·지속적 투자가 중요하며, 이에 따라 주요국들은 투자 보조금 지급, 투자세액공제 등 천문학적인 금액을 동원해 반도체 산업을 경쟁적으로 지원 중"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한국도 반도체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목적으로 보조금 지급, 기반시설 설치비용 지원, 고용보조금 지급 등 다양한 지원정책을 수행하기 위해 대규모의 안정적 재원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반도체산업특별회계 설치를 검토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다.
■美·日은 수십조 투자보조금 지급
정부가 재정건전성 악화 등을 명분으로 직접보조금 투입을 주저하는 사이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등은 수십조원의 보조금을 쏟으며 자국 반도체 산업 육성에 사활을 걸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에 따르면 미국은 자국 내 반도체 생산시설 보조금 지원에 390억달러(약 53조원)를 배정했다. EU와 일본도 각각 430억유로(약 64조원), 2조엔(약 17조원)의 설비투자 보조금을 책정했다.
한국경제인협회 이상호 경제산업본부장은 "미국, EU, 일본 등이 세제혜택뿐 아니라 직접보조금을 지원하면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힘만으로는 반도체 기술 경쟁력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이 됐다"면서 "당장 국가재정에 부담은 있더라도 국내 기업들이 투자를 확대해 실적이 개선되면 다시 세수는 회복될 수 있는 만큼 정부가 거시적 안목에서 직접지원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