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시절 농구팀 만들어 우승… 7구단 창단 노력할 것"
2024.09.03 19:42
수정 : 2024.09.03 19:44기사원문
그는 "한국 여자농구가 굉장히 침체돼 있어 쉽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하지만 목표는 크게 잡아야한다. 목표를 이룰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누군가는 바라보고 걸어 가야 하는 길"이라고 강조했다.
―취임한 지 두 달가량 됐다. 이전에도 여자농구와 인연이 있었다는데.
▲지난 7월 3일 서울 강남구 리베라호텔 청담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WKBL 제10대 총재로 공식 취임했다. 지난 1982년 신한은행에 입행했는데 신한은행장을 맡았던 2004년, 현대 여자농구단을 인수해 신한은행 여자농구단을 창단하는 데 앞장서 농구계와도 인연이 있다. 신한은행은 2007년 여름리그부터 2011-2012시즌까지 리그 6연패를 달성, '레알 신한'으로 불리며 여자프로농구 명문으로 우뚝 섰다.
―현재 여자농구의 현실은.
▲우리나라 여자농구 선수는 초등학교에서 중학교, 고등학교로 갈수록 숫자가 적어진다. 일본은 학교 수가 3000개가 넘는데 우리는 18개밖에 안 된다. 농구 침체를 부채질하는 원인 중 하나는 바로 '대학 정책'이다. 여자농구 저변이 약한 것도 있지만, 받아주는 대학이 있어야 어린 새싹들이 농구를 한다. 예전에는 이대·숙대도 농구팀이 있었는데 지금은 없다. 지금은 체육 정책에 대해 전반적으로 되돌아봐야 할 시기가 아닌가 생각한다. 우리나라 구기 종목이 이렇게 몰락한 적이 없다. 교육정책이 바뀌어야 구기 종목의 경쟁력이 살아난다.
―교육 정책은 어떤 부분이 문제인가.
▲대학수학능력시험에서 가점제를 확대했으면 한다. 체육특기자들을 무조건 해달라는 것이 아니다. 대학에서 좋은 선수들을 받아서 재목으로 키워주는 과정이 필요하다.
―또 다른 문제가 있다면.
▲여자농구 선수 중 스타 플레이어가 없다는 것도 문제다. 스타선수가 각 팀에 한두 명은 있어야 한다. 여자 배구가 전성기를 맞은 것도 김연경이라는 스타 덕분 아닌가. 관람객이 재미를 갖고 볼 수 있어야 경기가 살아난다. 또 현재 우리 프로농구의 선수 연봉이 일본이나 타 리그에 비해 결코 낮지 않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선수들의 기량은 부족하기 때문에 좀 더 실력이 향상돼야 한다.
―지난 8월 26일에는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이 2026 국제농구연맹(FIBA) 월드컵 사전 예선대회 결승전이 있었다.
▲멕시코에서 진행된 경기였는데 대한민국 여자농구는 예상보다 훨씬 잘 싸웠다. FIBA 랭킹 13위 한국은 멕시코 멕시코시티에서 열린 대회 마지막 날 체코(FIBA 랭킹 23위)와 결승에서 67-73으로 석패했다. 이로써 우리나라는 이번 대회 우승국에 주는 2026년 FIBA 여자 월드컵 예선 출전권 획득에는 실패했다. 우승했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움이 남는 경기였다.
―최근 '일본 쿼터제'를 도입했는데.
▲이번 겨울부터 WKBL에 변화를 시도한다. 현재 가장 큰 부분은 '일본 쿼터'다. 아시아쿼터제를 하기 전 일본 쿼터제로 먼저 포문을 열었다. 6개 구단이 팀당 2명씩 일본 선수를 보유할 수 있고, 1명씩 코트에 뛸 수 있게 하는 제도다. 과거에는 미국 용병을 쓰기도 했으나 좋은 선수를 데려오기 위한 과열경쟁이 리그의 혼돈을 가져와 아시아쿼터제로 최종 결정했다. WKBL은 2024-2025시즌부터 아시아쿼터 제도를 도입했으며 지난 6월 열린 아시아 쿼터 드래프트에서는 일본 국가대표 출신 다니무라 리카가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에 뽑히는 등 총 9명이 선발됐다. 내년에는 필리핀이나 호주 정도까지 폭을 넓혀볼 생각이다.
―여자농구 부활을 위한 마케팅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는데.
▲각 구단에 홈 구장에 오는 관중들이 자기 회사에서 발행한 카드로 결제를 하면 할인을 많이 해달라고 요청했다. 우리카드, 국민카드, 하나카드가 농구단을 가지고 있으니 홈구장에서 해당 카드를 지참하면 할인을 해주는 방안을 고민해야 한다. 또 각 카드사에 여기서 받은 비용을 마케팅으로 지원하는 방안도 고민했으면 한다. 이 외에도 각 구단에서 금융사 홍보모델인 톱스타들을 초대하는 방안도 관객몰이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향후 임기 동안 반드시 이루고 싶은 목표는.
▲일단 관람객 수를 30% 늘리겠다고 공약을 했다. 농구의 저변 확대를 위해 초·중·고 교육청과 양해각서(MOU) 체결을 했다. 고교 농구 장학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또 기회가 되면 3대 3 농구도 육성을 해보려고 생각 중이다. 3대 3 농구는 지자체에서 노력해줬으면 하는 바람이 있다. 인원수가 적기 때문에 들어가는 예산도 많이 필요하지 않다. 또 임기 중에 한 팀 정도는 새로 창단을 했으면 한다. 현실적으로는 어려운 문제이고 구체적으로 얘기하기 힘들지만 고민은 하고 있다. 7구단 창단을 위해 노력하겠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각 구단들이 연맹의 의견에 따라와줬으면 좋겠다. 총론 찬성이면 강론도 찬성해줬으면 한다. 강론은 예산이 들어가는 문제니까 어렵다는 것을 이해는 한다. 하지만 힘을 합쳐야 여자농구가 살아날 수 있지 않겠나.
jsi@fnnews.com 전상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