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 특정 무기 이스라엘 수출 금지...서방 견제 물꼬 트나
2024.09.04 04:50
수정 : 2024.09.04 04:50기사원문
영국이 특정 무기의 이스라엘 반출을 금지했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는 '부끄러운 일'이라며 영국을 비난했다.
3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영국은 350여 이스라엘 수출 허가 무기 제품 가운데 군용기 부품을 비롯한 30개 품목 수출을 금지한다고 발표했다.
특정 무기들이 국제 인권법을 위반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명백한 위험'이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수출 금지 품목에는 F-16 전투기 부품과 드론 등이 포함돼 있다.
그러나 잠수함 장비와 교육훈련용 장비 등은 계속해서 수출된다. 일부 무기 수출 금지가 이스라엘의 방위력 약화로 이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점을 시사한다.
이번 무기 수출 금지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이 실제 큰 타격을 입지는 않을 전망이다.
스톡홀롬 국제 평화연구소(SIPRI)에 따르면 이스라엘 무기 수입의 대부분은 미국에 집중돼 있다. 69%가 미국에서 수입된다.
독일이 이스라엘 무기 수입의 30%를 차지한다.
영국의 수출은 1%에도 못 미친다.
그렇지만 이는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영국이 이스라엘의 가자전쟁에 대해 이전 보수당 정부와 다른 태도를 갖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자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내 잔혹행위를 서방 동맹들이 더 이상 좌시하지 않을 것임을 예고하는 신호탄이다.
애널리스트들은 영국의 외교적 지원은 이스라엘에는 물류, 군비 지원보다 더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특히 지금까지 이스라엘을 지지했던 서방 각국이 영국을 시작으로 이스라엘과 거리를 둘 가능성도 이스라엘을 불안하게 만들고 있다.
런던 퀸메리대의 인권법 교수 니브 고든은 "이스라엘의 주요 동맹 가운데 하나로 간주되는 나라가 "우리는 더 이상 너네들에게 무기를 안 팔 거야"라고 말하면 이는 이스라엘의 국제적인 평판에 타격을 주게 된다"고 지적했다.
고든 교수는 영국이 튼 물꼬가 도미노 효과를 일으킬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스라엘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네타냐후 총리는 영국의 결정을 '부끄러운 일'이라며 비난했고 영국 최고 랍비인 에프라임 미르비스는 소셜미디어에 이번 결정은 "우리 공동의 적들을 고무시키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스라엘 외교장관 이스라엘 카츠는 일부 무기 수출 금지 발표 시기에 의문을 제기했다. 하마스가 인질 6명을 살해한지 불과 수일 뒤 영국이 이런 발표를 하는 것이 타당하느냐는 것이다.
팔레스타인 지지 그룹들도 불만을 나타냈다.
영국의 무기 수출 금지가 불충분하다면서 이는 가자 지구의 인도적 위기를 정말로 끝내자는 것이 아니라 그저 정치적 타협일 뿐이라고 반발했다.
그렇지만 애널리스트들은 영국의 이번 조처가 상당한 파급력을 갖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영국이 우크라이나에 장거리 순항미사일을 제공한 것을 시작으로 각국이 우크라이나에 공격용 무기 지원에 나선 점을 감안할 때 영국이 이스라엘 무기 수출 일부를 금지한 것 역시 다른 나라들의 무기 수출 중단을 부를 가능성이 높다고 이들은 보고 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서비스연구소(RUSI)의 부 연구위원 바라 시반은 "비록 영국이 이스라엘의 주요 무기 공급원은 아니지만 이번 무기 일부 수출 금지는 현 이스라엘 정부가 서방 동맹들의 지지를 잃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메시지"라고 강조했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