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믿었던 종이 빨대의 배신"…플라스틱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
2024.09.04 15:10
수정 : 2024.09.04 15:10기사원문
(세종=뉴스1) 나혜윤 기자 = 환경부가 지난 2022년 카페 등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사용하지 못하도록 일회용품 규제를 시행하면서 '종이 빨대'가 보편화된 가운데.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더 악영향을 미친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4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김위상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환경부는 올해 3월 이같은 내용이 담긴 '1회용품 저감정책 통계작성 및 관리방안' 용역 보고서를 연구기관으로부터 제출받았다.
보고서는 플라스틱(PP) 빨대와 종이 빨대를 각각 생산해 사용하고 폐기하는 순간까지의 모든 과정을 평가한 결과, 종이 빨대가 유해 물질 배출량이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매립이나 소각의 방식과는 무관하게 종이 빨대가 더 배출량이 많았다. 미국의 일일 빨대 소비량인 5억개 매립을 기준으로 보면 종이 빨대는 258만㎏의 탄소를 배출해 플라스틱 빨대 탄소 배출량 56만 6000㎏의 4.6배에 달했다. 소각 시에도 종이 빨대의 탄소 배출량이 플라스틱 빨대의 1.9배로 나타났다.
물이나 토양을 산성으로 바꾸는 산성화는 종이 빨대가 2배, 강·호수 등 담수(淡水) 생태에 미치는 독성은 7배까지도 높았다. 인간에 미치는 독성은 4.4배가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강·바다·호수 등에서 영양물질이 증가해 조류가 급속히 증식하는 현상인 부영양화는 종이 빨대를 매립했을 때 플라스틱보다보다 4만 4000배나 많이 배출됐다.
플라스틱 빨대가 종이 빨대보다 친환경적인 부분은 오존 고갈, 토양 독성, 자원 고갈 정도 뿐이었다.
이 같은 연구 결과는 환경부가 빨대 규제를 추진하면서 내세운 연구 결과와는 정반대다. 환경부는 2019년 실시한 '폐기물 직매립 제로(0)화를 위한 1회용품 사용억제 로드맵 마련 연구용역'을 통해 환경 전과정 평가를 실시한 결과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72.9% 적다"고 밝혔다.
환경부는 2022년 11월 커피전문점 등에서 종이컵·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금지하고, 위반 시 300만 원의 과태료를 부과한다고 밝혔다. 1년간 계도기간을 거쳐 지난해 11월 본격 시행할 예정이었으나 시행 2주를 앞두고 환경부는 돌연 계도기간을 무기한 연장하며 사실상 규제는 폐지됐다. 당시 환경부는 "종이 빨대가 플라스틱 빨대보다 단가가 2배가량 높고, 소비자 만족도가 낮았다"는 이유를 들었다.
보고서는 일회용 플라스틱 제품과 종이 제품 모두 환경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고 분석했다. 종이 제품이라 할지라도, 플라스틱으로 코팅되어 있는 만큼 생분해성이 아니어서다. 결국 일회용 종이 제품도 화학오염물질을 포함하고 있으며 재활용 시에도 폴리머 코팅을 분리해야 하기에 비용적으로 비싸고 추가적인 비용이 수반된다. 연구팀은 재활용되지 못하는 종이 제품이 매립 처분될 경우에는 환경과 인체 건강에 유해한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봤다.
결국 종이 빨대도 환경에 영향을 미치는 만큼 빨대 사용을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구팀은 "코팅된 일회용 종이 제품도 환경에 긍정적이라 할 수 없으며 제품의 소비와 사용을 점차 줄이기 위해 소비자 행동을 변화시킬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김위상 의원은 "전 정부에서 플라스틱 빨대를 종이 빨대로 대체하도록 유도했던 것은 전형적인 '그린 워싱' 정책"이라고 지적하며 빨대 사용을 줄일 수 있는 노력이 수반되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