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라리 몰며 호화생활' 뉴욕주지사 女비서 '뜻밖의 정체'..中 스파이였다

      2024.09.05 04:30   수정 : 2024.09.05 04:3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미국 뉴욕주지사의 전 비서가 '중국 스파이' 혐의로 미 사법당국에 체포됐다.

3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미 검찰과 연방수사국(FBI)은 캐시 호컬 뉴욕주지사의 전 비서실 차장인 린다 쑨(40)과 남편 크리스 후(41)를 롱아일랜드의 자택에서 이날 체포해 기소했다. 쑨은 앤드루 쿠오모 전 주지사 시절에도 비서실에서 일했다.



쑨 전 차장 부부는 이날 뉴욕 브루클린 연방법원에 출두해 무죄를 주장하고 보석으로 풀려난 상태다.

이들 부부는 전·현직 뉴욕주지사의 비서실에서 중국 정부의 미공개 요원으로 각종 활동을 한 혐의를 받는다.

공소장에 따르면 쑨 전 차장은 외국대리인등록법(FARA) 위반, 비자 사기, 돈세탁 및 기타 범죄를 포함한 10건의 범죄 혐의로 기소됐다. 미국은 FARA에 따라 외국 정부나 정당, 회사 등의 이익을 대변하는 사람은 법무부에 신고하도록 하고 있다. 쑨 전 차장의 남편인 후는 돈세탁 혐의를 받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쑨 전 차장은 주지사들의 중국 관련 업무에 관여하면서 대만 정부 인사들이 뉴욕주 공무원들과 만나는 것을 무산시키고, 뉴욕주 고위 관리의 중국 방문을 주선하려 한 혐의다.

2019년 차이잉원(蔡英文) 당시 대만 총통이 방미 과정에서 쿠오모 당시 주지사를 연회에 초청했지만, 쑨 전 차장은 이같은 대만 측 요청을 주지사에게 의도적으로 전달하지 않았다. 그는 이후 중국 측에 "차단했다(block)"고 알렸다고 한다.

검찰은 공소장에서 쑨 전 차장이 뉴욕주 고위 관리의 방중을 주선하려고 시도했고, 중국 인사들의 미국 방문을 위해 주지사 사무실 명의로 허가되지 않은 초대장을 발급했다고도 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중국 측은 쑨 전 차장 남편의 사업과 관련해 수백만 달러의 거래를 알선한 것으로 파악됐다. 남편 후는 뉴욕에서 주류 매장을 운영하고 있으며, 골든 캐피털 그룹, 메디컬 서플라이스 USA, LCA 홀딩스 등 사업 성격을 알 수 없는 업체를 설립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NYT는 전했다.

검찰에 따르면 쑨 전 차장 부부는 이를 통해 받은 돈으로 고급 스포츠카와 뉴욕 롱아일랜드와 하와이 호놀룰루에 600만 달러(약 8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구입했다.

이외에도 중국 영사관에 전속된 개인 요리사가 '난징식 소금 오리' 요리를 쑨 전 차장의 부모 집으로 배달한 정황도 확인됐다. 이밖에 여행 혜택, 중국 오케스트라 공연 티켓 등을 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AP 통신은 "공소장의 내용이 사실이라면 중국 정부가 10년 가까이 뉴욕주 최고위층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쑨 전 차장은 여러 정부 기관을 거쳐 2021년 9월 호컬 주지사의 비서실 차장으로 뽑혔다. 호컬 주지사 측은 성명을 통해 " 쑨 전 차장의 위법 행위에 관한 증거가 발견돼 이를 즉시 신고한 후 쑨 전 차장을 지난해 3월 해고했다"고 밝혔다.

한편, 이번 기소는 최근 미 법무부가 중국 정부의 미국 내 스파이 활동을 집중 수사하는 가운데 나왔다.
앞서 검찰은 중국공산당 스파이 혐의를 받는 미국 귀화 중국인 왕슈쥔(76)과 중국 정부를 대신해 미국으로 이주한 중국계 가족을 감시한 중국인 3명 등을 기소했다.

류펑위 중국 대사관 대변인은 "최근 몇 년간 미국 정부와 언론은 소위 '중국 요원 이야기'를 과장하고 있다"라며 "이중 다수가 나중에 거짓으로 판명됐다.
우리는 중국을 표적으로 삼는 근거 없는 중상모략과 비방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밝혔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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