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갑 닫힌 美, 제조업도 먹구름…'빅컷'으로 고비 넘길까

      2024.09.04 18:42   수정 : 2024.09.04 18:42기사원문
지난달 경기침체 우려로 '검은 월요일'을 겪었던 미국에서 또다시 침체 공포가 수면으로 떠올랐다. 시장에서는 범세계적인 침체를 걱정하면서도 이달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약 1년 만에 꺾이면 고비를 넘길 수 있다는 기대도 있다. 다만 원자재 시장에서 드러나는 중국 경제의 정체와 가라앉은 유럽 경기를 감안하면 안심하기는 이르다.



■美 제조업 전망 위태…'빅컷' 기대

3일(현지시간) CNBC 등 현지 매체들에 따르면 이날 미국 공급관리자협회(ISM)는 지난달 미국의 제조업 구매관리자지수(PMI)가 47.2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제조업 PMI가 50 미만인 경우 설문조사에서 앞으로 경기 전망이 나쁘다고 보는 업계 관계자가 절반 이상이라는 의미다.
해당 수치는 지난달까지 5개월 연속으로 50을 밑돌았으며 시장 전망치(47.9)에도 미치지 못했다.

같은 날 미국 시장조사업체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글로벌이 별도로 발표한 지난달 제조업 PMI 역시 47.9를 기록, 전월 기록(49.6) 및 시장 전망치(48)보다 낮았다. 이날 미국 상무부도 지난 7월 건설투자가 전월 대비 0.3% 줄었다고 밝혔다.

ISM의 티머시 피오레 제조업 조사위원장은 제조업 경기에 대해 "수요가 계속 빈약하고 생산량이 감소했다"고 지적했다. 그는 "기업들이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통화정책과 대선에 따른 불확실성을 의식해 자본 투자 및 재고 확대를 꺼리고 있다"고 설명했다. S&P글로벌의 크리스 윌리엄슨 수석 비즈니스이코노미스트는 제조업 경기 둔화가 3·4분기 미국 경제에 부담을 준다고 지적했다. 그는 "선행지표를 보면 이러한 부담은 앞으로 몇 개월 동안 더욱 심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연준 산하 애틀랜타연방은행은 3일 자체 운영하는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예측 모델인 'GDP나우'를 통해 올해 3·4분기 GDP 성장률 예측치를 지난달보다 0.5%p 낮춘 2%로 제시했다. 지난달 공개된 2·4분기 GDP 성장률은 3%였다.

시장에서는 연준이 오는 18일 기준금리 결정에서 빅컷(0.5%p 인하)으로 경기부양에 나설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연준의 제롬 파월 의장은 이미 지난달 연설에서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수준(5.25~5.5%)인 현재 금리를 곧 내린다고 예고했다. 3일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CME)에서 제공하는 시장분석도구인 페드워치로 미국 기준금리 선물 거래인들의 매매형태를 분석한 결과, 이달 빅컷 확률은 41%로 나타났으며 0.25%p 인하 가능성은 59%였다. 구제적인 인하폭은 4일 나오는 연준의 경기동향보고서(베이지북), 8일 공개되는 미국 노동부의 8월 고용보고서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낫지 않는 中 경제, 유럽도 불안

경기침체에 대한 공포는 전 세계적으로 퍼지고 있다. 특히 경기 척도로 볼 수 있는 구리와 석유 가격은 최대 수입국인 중국의 침체로 내리막길에 들어섰다. 영국 런던금속거래소의 3개월물 구리선물 가격은 3일 기준 t당 8954.5달러(약 1201만원)로 전장 대비 약 2.5% 빠졌으며 지난 5월 고점 대비 약 20% 추락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미국 골드만삭스는 3일 보고서에서 2025년 구리 가격 전망치를 t당 1만100달러로 예상했다. 이는 4개월 전 전망치(1만5000달러)에서 30% 이상 하향한 가격이다. 골드만삭스는 지난 몇 개월 동안 중국의 금속 소비가 감소했다며 "중국 부동산 시장이 계속 가라앉는 상황을 감안하면 구리 재고 고갈 및 가격 상승 시기는 우리가 이전에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늦게 찾아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같은 날 미국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거래된 10월 인도분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전장 대비 3.21달러(4.36%) 하락한 배럴당 70.34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해 12월 13일 이후 가장 낮은 가격이다. 스웨덴 은행 SEB의 비얀 쉴드롭 수석 원자재애널리스트는 유가 하락에 대해 "중국 경제 및 중국의 석유 수요를 걱정하는 메시지"라고 지적했다. 중국 국가통계국이 지난달 31일 발표한 8월 제조업 PMI는 전월 대비 0.3 낮은 49.1이었으며 4개월 연속으로 50을 밑돌았다.

미국에 앞서 지난 6월부터 기준금리를 낮췄던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도 사정이 좋지 않다.
유로존 최대 경제대국인 독일의 2·4분기 GDP는 주요 산업이 위축되면서 전 분기 대비 0.1% 감소했다. 유로존의 8월 제조업 PMI는 45.8로 26개월 연속으로 50을 넘지 못했다.
유럽중앙은행(ECB)의 정책위원을 맡고 있는 올리 렌 핀란드 중앙은행 총재는 지난달 23일 미국 연준의 잭슨홀 회의에 참석해 "유럽의 성장 전망, 특히 제조업 부문이 다소 침체되고 있다"면서 "이는 9월 금리를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말했다.

pjw@fnnews.com 박종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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