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반도체株 와르르 … 증권가 "미국發 변동성 장세 이어질듯"
2024.09.04 18:43
수정 : 2024.09.04 18:43기사원문
증권가에서는 발표를 앞둔 경제지표의 방향성에 따라 당분간 시장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3.45% 하락한 7만원에 거래를 마쳤다. 개장과 동시에 6만원대로 주저앉았지만 이후 낙폭을 줄이며 7만원 선을 수성했다. 삼성전자가 장중 6만원 선으로 떨어진 것은 약 10개월 만이다.
SK하이닉스는 전날 대비 8.02% 하락한 15만4800원에 장을 마감했다. '15만닉스'를 기록한 것은 지난달 5일 '블랙 먼데이' 이후 한달 만이다. 이외 한미반도체(-7.00%), 주성엔지니어링(-5.94%) 등 주요 반도체 종목들이 줄줄이 급락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재차 불거진 가운데 글로벌 반도체 대장주 엔비디아가 급락한 영향이 컸다. 뉴욕증시에서 엔비디아는 전날보다 9.53% 폭락하며 하루 사이 시가총액 약 374조원이 증발됐다. 경기침체 우려로 AI 산업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국내 증시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반도체 대장주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코스피 시총 1~2위 종목이자 상반기 증시 상승을 이끈 주도주다.
글로벌 경기침체 공포 등으로 외국인의 대형주 중심의 매도세가 거세져 당분간 반등의 동력 확보가 쉽지 않을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거래소에 따르면 최근 한달간 외국인은 삼성전자를 2조9230억원어치 팔아치워 코스피 순매도 1위에 올려놨다. 이어 SK하이닉스를 1조2162억원어치 매도했다.
증시가 계절적으로 약세를 보이는 9월에 진입한 데다 미국 대선 영향도 변동성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투자증권 염동찬 연구원은 "내년 상반기에 반도체 업종 실적의 고점이 확인될 수 있다. 과거 반도체 주가는 실적 고점을 6~8개월 선행했기 때문에 올해 상반기를 이끈 반도체의 둔화를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9월에 증시가 부진한 학습경험은 투자자들이 매수를 꺼리게 만드는 악순환을 만들고 대선 부담까지 있어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증권가에서는 주요 경제지표들의 발표가 마무리되기 전까지는 경계심리가 이어질 것이란 진단이 나온다. 대표적으로 4일(현지시간) 연방준비제도(Fed)의 경기동향 보고서인 '베이지북'이 공개된다. 이어 5일엔 8월 민간고용 보고서와 서비스업 구매관리자지수(PMI), 6일에는 8월 비농업부문 신규 고용지표와 실업률이 각각 발표될 예정이다.
대신증권 이경민 FICC리서치부 부장은 "미국 실업률 지표 등이 공개되기 전까지 불안감과 경계심리가 시장에 남아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다만 지난 8월 초와 유사하게 외국인이 선물 매도세를 줄이면서 일시적 급락에 그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날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시장에서 매도량을 키우다 종료 전에 1500억원대로 줄였다. 앞서 지난 8월 5일에도 한때 1조원 가까이 순매도를 기록하다 막판 매수 우위로 돌아서 1조원 넘게 순매수한 바 있다.
zoom@fnnews.com 이주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