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운드리 퀄 테스트 실패, 더 힘들어지고 있는 인텔
2024.09.05 11:51
수정 : 2024.09.05 11:51기사원문
【실리콘밸리=홍창기 특파원】
사업 구조조정이 확실시되는 미국 반도체 챔피언 인텔이 더욱 더 막다른 길로 몰리고 있다.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부문의 적자가 커지고 있는 가운데 파운드리 1.8나노(㎚·10억분의 1m) 공정이 난항을 겪으면서다. 1.8나노 공정이 어려움을 겪게 되면 오는 2027년까지 파운드리 부문에서 세계 2위로 올라서겠다는 인텔의 계획은 물론, 파운드리 사업 부문 존재 자체를 장담할 수 없게 된다는 진단이다.
4일(현지시간) 미국 언론들은 일제히 인텔이 반도체 설계 회사인 브로드컴의 반도체 제품의 퀄(품질)테스트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보도했다. 브로드컴이 인텔의 1.8나노 제조 공정으로 자사의 칩을 대량 생산할 수 없다고 결론을 내렸다는 것이다. 그동안 브로드컴은 자체 칩 설계도를 보내 인텔의 최첨단 1.8나노 공정 등을 테스트해왔다.
인텔은 그동안 마이크로소프트(MS) 등 세계적 빅테크 기업이 자사의 1.8나노 공정에 관심을 보이고 있다며 1.8 나노 공정의 높은 수율(결함없는 합격품 비율)을 자신해왔다. 그런데 이 1.8나노 공정을 위한 퀄 테스트를 실패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부문이 오는 2027년에 손익분기점을 달성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인텔은 이를 즉시 부인했다.
인텔측은 "내년에 대량 생산을 시작하기 위한 준비가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업계에서 인텔 1.8나노 대한 관심이 매우 높지만 정책상 고객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브로드컴은 미묘한 답을 내놨다.
브로드컴 관계자는 "인텔 파운드리를 평가 중이며 아직 결론을 내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확실한 것은 오는 2027년까지 세계 2위의 파운드리 기업이 되겠다는 인텔의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는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 부문은 인텔 CEO 팻 겔싱어가 인텔의 핵심 사업으로 콕짚어 지난 2021년부터 본격 육성하기 시작했다. 인텔은 그동안 파운드리에 상당한 투자를 해왔다.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등을 육성하기 위해 총 1000억달러(약 134조원)를 들여 생산기지를 건설 중이다.
하지만 지난해 인텔은 파운드리 사업 부문에서 70억 달러의 영업 손실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 2022년 52억 달러에서 손실 폭이 확대된 것이다. 파운드리 사업 부문이 인텔의 계륵이 되어 버리고 있는 것이다.
한편, 인텔은 조만간 개최될 이사회에서 사업 구조조정안을 발표할 계획이다. 이 안에는 파운드리 사업 부문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거론된다.
theveryfirst@fnnews.com 홍창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