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시대·캣츠아이, 절묘한 매시업…'K-팝 세계화' 보다

      2024.09.05 12:03   수정 : 2024.09.05 12:03기사원문
[서울=뉴시스] 캣츠아이. (사진=하이브 x 게펜 레코드 제공) 2024.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서울=뉴시스]이재훈 기자 = 2007년 8월5일. '세상의 모든 소녀들을 위한 시대를 열겠다'는 포부를 지닌 걸그룹이 등장했다. 2세대 K-팝 대표 걸그룹 '소녀시대'였다. 그리고 이들은 실제 2010년대 한국 대중문화를 상징하는 아이콘이 됐다.

임진모 대중음악 평론가는 소녀시대를 두고 "젊은 세대의 전유물이었던 아이돌 음악을 전 세대로 확장시킨 K팝 글로벌화의 주역"이라고 평했다.

그로부터 17년이 지난 현재 소녀시대의 영향을 받고 성장한 다국적 걸그룹이 미국에서 데뷔했다.
K-팝 방법론으로 탄생한 하이브(HYBE)와 미국 유니버설 뮤직 그룹(UMG) 산하 게펜 레코드의 글로벌 그룹 캣츠아이(KATSEYE)다.

이들은 지난 4일 '터치(Touch)'라는 자신들의 노래에 소녀시대의 명곡 '지(Gee)'를 조합한 매시업(Mashup) 음원과 퍼포먼스를 선보여 K-팝 2세대 '퀸'을 향한 존경심을 표했다. 소녀시대의 '지'는 작년 7월 미국 음악 전문 롤링스톤(RollingStone)이 7월 공개한 'K팝 역사상 가장 위대한 100곡'(The 100 Greatest Songs in the History of Korean Pop Music)'에서 1위를 차지한 노래다.

국경과 세대를 뛰어넘은 두 신구(新舊) 아티스트의 음악적 소통에 글로벌 K-팝 팬덤이 들썩였다. '터치 X 지(Touch X Gee)' 매시업 버전 퍼포먼스 영상은 인스타그램, 틱톡 등에 공개된 지 하루만에 각각 100만 회 이상 조회수를 기록하며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소녀시대 멤버 수영도 직접 등판해 호응했다. 수영은 자신의 소셜 미디어 계정에 "이 리믹스 좋은데. 너무 잘하네"라며 해당 영상을 공유(리그램)했다. 캣츠아이 마농과 윤채는 이에 "여왕이자 전설"이라고 수영을 칭하며 "저희에게 애정을 보여주셔서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겨 그에게 화답했다.

[서울=뉴시스] 소녀시대 '지(gee)' 뮤직비디오. 2024. 09. 05(사진 = SM 유튜브 캡처)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요즘 K-팝 아티스트들은 '챌린지 품앗이'를 한다. 따라하기 쉽고, 춤을 추는 이의 매력을 발산할 수 있는 포인트 안무 영상을 다른 동료 아티스트와 함께 촬영해 소셜 미디아에 올리면 신곡의 홍보 효과가 배가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 캣츠아이와 소녀시대의 교감은 결이 다르다. 특별한 인연 없이, 오직 'K-팝'이라는 공통 분모가 만들어낸 현상이이라고 업계는 해석한다.

유튜브가 물리적인 경계를 허물며 세계 대중음악 시장의 판도 변화를 이끌었다면, 숏폼 플랫폼 내 단골 콘텐츠인 매시업 챌린지는 음악팬들의 더욱 적극적인 참여와 자연발생적인 입소문을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매시업의 특징은 확장성이다. 매시업이 팬들 사이 일종의 놀이 문화로 자리매김하면서 수많은 파생 콘텐츠가 새롭게 창출돼 소셜미디어에 쏟아지고, 이는 단 하나의 원천 콘텐츠를 능가하는 파급력과 영향력을 갖기도 한다.

[서울=뉴시스] 캣츠아이. (사진 = 하이브 x 게펜 레코드 제공) 2024.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하이브와 게펜 레코드에 따르면, 이번 '터치 X 지(Touch X Gee)' 매시업 음원 역시 '지'를 만든 프로듀서 이트라이브(E-TRIBE)가 캣츠아이의 '터치'를 듣고 큰 흥미를 느껴 작업을 진행, 그 결과물을 캣츠아이 측에 전달하며 공개됐다.
소녀시대의 음악뿐 아니라 이효리의 '유-고-걸(U-Go-Girl)' 등 수많은 히트곡을 배출해낸 K-팝 대표 프로듀서가 미국 현지에서 갓 데뷔한, 일면식도 없는 신예 걸그룹의 곡을 널리 홍보해준 셈이다.

'세상의 모든 소녀들을 위한 시대를 열겠다'는 17년 전 소녀시대의 출사표가 캣츠아이를 보고 다시 떠오르는 게 지나친 망상은 아닌 셈이다.


한 대형기획사 관계자는 "유튜브를 통해 K-팝의 세계화를 시작한 팀(소녀시대)과 K-팝의 세계화 그 자체인 팀(캣츠아이)의 절묘한 매시업이 이뤄졌다"라고 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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