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 대한민국의 국제적 위상, 어떻게 규정할 수 있을까?

      2024.09.06 06:00   수정 : 2024.09.06 06:0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1919년은 강건한 대한민국 건국에 시동을 걸었다는 점에서 역사적으로 중요한 해다. 우선 일본의 식민통치에 맞서 33인의 민족대표가 ‘기미독립선언서’ 발표하고 대규모로 독립 결기에 나선 3·1운동이 있었다. 이러한 결집은 제도적 기반 구축으로 이어졌다.

같은 해 4월 11월 상하이에서 대표자들이 모여 나라의 이름을 ‘대한민국’이라 정하고 대한민국임시정부를 수립했다. 초대 대통령으로 선출된 이승만은 대한민국이 “독립적인 주권국가(distinct, independent, sovereign state)”라는 것을 공식 인정하라는 문서를 일본 국왕에게 보냈다.
그리고 2024년 현재 건국 세력이 결집하여 이정표를 설계하고 추진한 지 100년이 훌쩍 지났다. 그렇다면 지금의 대한민국은 초유의 도전에 맞서 결기로 뭉쳤던 당시 건국 세력이 기대했던 수준에 부응하는 국가가 되어있을까?

국가의 위상과 성격을 규정하는 하나의 통일된 국제 분류법은 없다. 그렇지만 학계 등에서 주류 사용하는 나름의 국가유형은 있다. 국제정치적으로는 초강대국, 강대국, 중견국, 약소국, 실패국가로 분류된다. 냉전기 초강대국은 미국과 소련이었고, 탈냉전기에는 미국이 유일한 초강대국으로 남았다. 현재는 초강대국의 지위를 확고부동하게 가진 국가는 부재하고 미국과 중국이 강대국의 지위를 갖고 있다. 한편 경제적으로는 선진국, 개발도상국, 빈곤국으로 분류해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느 유형에 속할까? 한국은 세계 10대 경제 강국이며 세계 5위 군사 강국이다. 역량(Capability)은 구비하고 있는데 역할의 의지(Willingness)가 없으면 국가의 위상이 제고될 수 없는데 최근 한국은 그 역할도 대폭 확대해오고 있다. 한국의 인도-태평양전략이나 글로벌 중추국가(GPS) 구상은 우수한 역량에 만족하지 않고 그 역량을 국익 확대와 국제질서 수호에 사용하겠다는 의지를 담아낸 것이다. 한국을 통상 중견국으로 분류하기도 하지만 이와 같은 한국의 위상, 역할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면 중견국 개념만으로는 모두를 설명하기에는 다소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

한국은 경제적으로는 선진국임이 분명하다. 한편 국제정치적으로는 강대국으로 규정하기도 어렵다. 국토면적에서 보면 대국(大國)이라는 성격 규정에 부합하지 않는 측면이 있다. 그런데 한국은 강대국과 같은 광대한 국토를 보유하고 있지는 않더라도 강대국에 밀리지 않는 역할과 능력이 있다. 한국은 자유민주주의의 롤모델로서 민주주의 정상회의를 주최하는 등 전 세계를 대상으로 자유와 질서 수호를 위한 결집을 추동하고 있고, 원전 수출을 통해 에너지 안보에 기여하며, 우수한 방산역량을 통해 안보 도전에 직면한 국가들의 군사력 현대화·첨단화에 실질적으로 협력하는 국가다. 한국은 하드파워도 강건하지만 소프트파워는 세계적 영향력이 더욱 막강하다. 이러한 한국의 차별화된 특성과 역할을 담아내기에 적실한 개념으로 ‘선진강국(先進强國)’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국토면적은 크지 않지만 경제 선진국이고, 소프트파워 초강대국이며, 특유의 강건함으로 글로벌 레버리지를 높이는 한국의 모습을 설명하기 쉬운 용어이기도 하다. 다만 선진강국의 지속성과 계속되는 진화를 위해서는 정치적·사회적 성숙도 및 공정성 제고 등 많은 노력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렇지만 한국이 그 짧은 기간 내에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어낸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한국이 선진강국이 된 비결을 한 가지로 설명할 수는 없을 것이다.
자유, 교육, 국제사회 지원 등 다양한 요소가 융합된 결과다. 그럼에도 거시적으로 본다면 1단계에서 건국 세력이 제도적·조직적 기반을 매우 정교하게 잘 구축하였고, 2단계에서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이 상호 간 견제와 균형을 통해 정반합의 기제를 창출시켰다는 것을 주요 비결로 거론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는 3단계로 MZ 세대들이 새로운 ‘번영화 세력’으로 성장하여 선진강국 공고화에 나서는 시대를 준비해나가길 기대해본다.

정리=
wangjylee@fnnews.com 이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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