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루할 틈 없는 역사… 유튜브 채널 'BODA' 책으로 보다

      2024.09.05 18:34   수정 : 2024.09.08 18:51기사원문

'톺아보다'는 '샅샅이 더듬어 뒤지면서 찾아보다'는 뜻을 가진 순우리말이다. '내책 톺아보기'는 신간 도서의 역·저자가 자신의 책을 직접 소개하는 코너다.

듣는 역사의 힘은 의외로 놀랍다.

딱딱하게만 느껴지는 역사가 순식간에 재밌는 옛날이야기처럼 되기 때문이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인간은 적어도 네안데르탈인 때부터 언어로 의사소통했다고 하니, 적어도 20만 년 전 우리 조상들도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이야기를 나눴다는 뜻이 된다.


반면 역사를 글자로 남긴 역사는 빨라야 5000년이고 한국은 2000년도 채 되지 않는다. 그러니 인간 역사에서 95% 이상은 글자 대신 이야기로 말을 전해온 셈이다.

나는 고고학자다. 제대로 된 전자기기도 없는 1990년대에 우리는 모닥불가에 모여 앉아 책을 읽거나 역사 이야기를 나누며 시간을 보냈다. 어쩌면 이야기꾼으로서의 본능은 시베리아 현장에서부터 단련된 건지도 모르겠다. 아마 많은 역사학자가 비슷한 경험을 했을 것이다. 겉으로는 진지하게 보여도 막상 맥주 한잔 걸치면 우리는 재밌는 이야기꾼으로 변하곤 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재밌는 역사 이야기가 왜 그렇게 지루하기만 했을까.

아쉽게도 우리 주변에는 역사를 재밌게 들려주는 책이 많지 않다. 물론 그런 책이 간혹 나오지만, 전문가들이 차분하게 참여하고 내용의 밀도를 높여준 책은 많게 느껴지지는 않는다. 수많은 역사책이 있지만 그중에서도 '역사를 보다'에는 특별한 재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무엇보다도 '변두리'의 역사가 주는 참신함이다.

'역사를 보다'는 '변두리'의 역사가 주는 참신함을 생생히 느낄 수 있도록 구성했다. 이슬람 문명의 탄생부터 현대 이슬람의 갈등까지 과감하게 소수의견을 던지며 새로운 관점을 던지고, 누구나 이름은 알지만 자세하게는 모르는 고대 문명의 정점 이집트의 이야기도 다룬다. 그리고 유럽과 아시아 사이의 거대한 초원과 중앙아시아의 역사가 함께 이어진다.

'변두리'라고 자조적으로 표현했지만 사실 반드시 알아야 할 핵심적인 부분이다. '변두리'로 치부되었던 지역의 전문가들이 들려주는 이야기는 그 어떤 책에서도 들어본 적 없는 것들이 많을 것이다. 한편, 인터넷상으로 잘못된 정보들이 마치 사실처럼 퍼진 것도 많다. 참신한 이야기 속에서 우리가 모르고 있던 역사의 균형을 찾을 테다.

'고고학'이라는 학문이 주는 매력 역시 독자들이 흥미롭게 여기는 요인 중 하나다. 역사와 고고학은 인간의 과거를 연구한다는 점에서 같은 목적성을 띤다. 연구 대상과 연구 방법이 다를 뿐이다. 매일 쌓여가는 고고학 자료가 곁들여지면서 우리의 역사 이야기는 더욱 풍부해질 수 있었다.

'역사를 보다'에는 역사 전문가들이 모여 펼치는 이야기 속 우리가 몰랐던 재밌는 역사도 있지만 뒷맛이 무척 씁쓸한 아픈 순간도 있다. 첫맛은 달지만 뒷맛은 달콤쌉싸름한 초콜릿 같다고 할까. 여기에는 '동서양을 오가고 고대와 현대를 가로지르는 복잡한 역사 여행이 대중에게 어떻게 다가가야 하는가'라는 우리의 고뇌도 담겨 있다. 대중서 작업을 두고 단순히 '쉽게 쓰면 된다'는 오해를 하던 시절도 있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미디어 매체가 발달한 지금 사람들은 텍스트를 읽는 대신 재밌는 영상 시청을 선호한다. 하지만 영상이 아무리 좋아도 정보를 담아내는 데는 한계가 있다. 그렇다고 선뜻 책을 펴기에는 망설여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다채롭게 펼쳐지는 역사의 여러 장면을 달게 보다 보면 어느덧 쓰디쓴 역사의 교훈을 느낄 것으로 생각한다.

유튜브 채널 'BODA'에서 이 역사 이야기가 인기를 끌었던 이유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마치 흥미로운 영상 콘텐츠를 보듯 다채롭게 펼쳐지는 역사의 여러 장면을 달게 보다 보면 어느덧 쓰디쓴 역사의 교훈을 느낄 거라고 생각한다. '이야기가 재밌는 역사 수업은 재미없다'는 편견을 깨고 역사가 여러분과 함께하는 데 우리의 노력이 도움이 되길 바란다.


우리에겐 아직도 많은 역사 이야기가 있다. 매주 모여 박장대소를 터뜨리다가도 열띤 토론을 벌이며 우리도 몰랐던 역사의 여러 장면에 대한 이야기가 쌓이고 있다.
달지만 여운이 강한 '역사를 보다'가 독자들에게 감동과 균형 잡힌 역사 시각을 선사할 것이다.

강인욱 고고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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