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 아이콘' 아이브, 도쿄돔서 어떻게 '라이브 아이콘' 됐나

      2024.09.06 06:40   수정 : 2024.09.06 06:40기사원문
[도쿄=뉴시스] 아이브가 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의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이브는 이날 자신들의 상징적 이미지인 당당함을 승화시킨 대표곡 '아이 엠'으로 포문을 얼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아이브 첫 번째 월드 투어 대장정을 종료하는 피날레다.

(사진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뮤즈(AMUSE) 제공) 2024.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뉴시스]이재훈 기자 = 4세대 K팝 대세 걸그룹인 '아이브(IVE)'의 개성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이미지가 중요한 시대라 해도 가수의 본적(本籍)은 라이브다. 아이돌이라는 화려한 형식만큼, 음악의 알찬 내용 그 자체도 중요하다.


'MZ 아이콘'으로 통한 아이브가 5일 오후 일본 콘서트업계 상징인 도쿄돔에 처음 입성해 자신들이 어떻게 '라이브 아이콘'이 됐는지 증명한 것처럼.

아이브가 작년 10월 서울 잠실실내체육관에서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의 첫 공연을 시작했을 때만 해도 이 팀은 라이브 실력으로 크게 주목 받는 팀은 아니었다.

하지만 이날과 전날 도쿄돔 공연 포함 11개월 간 총 19개국 28개 도시에서 37회 공연해 42만을 끌어모으는 동안 아이브의 라이브 실력은 무럭무럭 성장했다. 특히 회차당 4만4000여명씩 양일간 9만8500명을 모은 도쿄돔 공연에서 수많은 관객을 압도하는 무대 매너와 당당함이 일품이었다.

"내일 내게 열리는 건 빅 빅(big big) 스테이지" 이번 투어 콘서트마다 문을 연 '아이 엠'처럼 11개월 동안 케이스포돔(옛 체조경기장), 이번 도쿄돔까지 공연장을 차근차근 넓혀왔다. 그 사이 미국 대형음악 축제 '롤라팔루자 시카고' 무대에 올라 자신들의 진가를 보여줬다.

아이브가 특히 인상 깊은 지점은 억지로 자신들의 실력을 세공하지 않아왔다는 것이다. 부족하면 부족한 대로 냉정한 평가를 받기도 했던 이들은 매번 자신들을 증명하며 무대를 통해 본인들에 대한 확신을 갖게 했다.

[도쿄=뉴시스] 아이브가 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의 앙코르 공연을 펼치고 있다. 아이브는 이날 자신들의 상징적 이미지인 당당함을 승화시킨 대표곡 '아이 엠'으로 포문을 얼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아이브 첫 번째 월드 투어 대장정을 종료하는 피날레다. (사진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뮤즈(AMUSE) 제공) 2024.09.06.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현지 방침상 특수효과 사용이 제한될 수밖에 없었음에도 음악과 팬덤 다이브의 응원봉만으로 도쿄돔의 넓은 공간을 거뜬히 채웠다. 화려한 외모뿐만 아니라 라이브 밴드와 함께 음악을 목표로 향해 직진으로 나아가는 아이브 멤버들의 열정이 근사했다. 앙코르 공연으로서 아이브 첫 번째 월드 투어 대장정을 종료하는 피날레가 된 이번 무대에서 유독 여유로워보였던 까닭이다. 아이브가 히트곡을 선보일 때마다 객석에선 우렁찬 한국어 떼창도 터져 나왔다.

아이브 총괄 프로듀서인 서현주 스타쉽 엔터테인먼트 부사장은 "라이브 무대로 '정면 승부'를 하자고 멤버들에게 얘기를 해왔다. '팬분들이 데뷔 초창기엔 이해해주실 수 있지만, 나중엔 성장해 있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투어 중간중간에도 스케줄이 정말 많았는데, 그런 가운데도 연습하고 보컬 레슨을 받으러 가는 멤버들을 보면서 '좋은 가수가 되겠구나'라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날 공연에서 펑펑 눈물을 쏟은 가을은 "1년 동안 투어를 하면서 처음 얘기하는 거지만 많은 활동과 컴백 준비를 하면서 굉장히 힘들었던 적도 있었다"면서 "저는 이 꿈을 너무 사랑하고 정말 좋은 모습,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은데 뜻대로 되지 않고 늘 제 자리에 머무르는 것 같아서 '나는 노력해도 안 되는 사람인가' 이렇게 생각하기도 했다"고 털어놨다.

그런데 "이렇게 투어를 통해 다이브를 만나면서 늘 함께 묵묵히 곁에 있어주고 실수해도 마음에 담아두지 않고 그냥 저를 있는 그대로 사랑해 주신다는 걸 깨달았다. 제가 이 투어를 통해서 정말 큰 깨달음을 얻고 성장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 같아서 너무너무 감사하다"고 덧붙였다.

실제 이번에 접한 멤버들은 작년 10월 무대에서 본 멤버들이 아니었다. 굳이 티를 내지 않고도 한 단계 성장한 모습을 자연스럽게 드러냈다.

그간 안유진·장원영이 주축 멤버로 여겨졌던 아이브는 이번 월드투어를 통해 멤버 간 균형감도 맞춰졌다. 안유진은 여전히 자연스러움을 담당했고, 장원영은 팀의 역시 얼굴이었다. 여기에 리즈는 드라마틱함을, 레이는 귀여움을, 가을은 안정감을, 이서는 청량함을 맡았다. 가을·레이, 원영·리즈, 유진·이서 등 두 명씩 짝을 지은 유닛 무대는 멤버들의 개성을 잘 살렸다.

[도쿄=뉴시스] 아이브가 4, 5일 일본 도쿄돔에서 펼친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의 앙코르 공연을 조명한 현지 언론 보도. 이번 공연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아이브 첫 번째 월드 투어 대장정을 종료하는 피날레다. (사진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뮤즈(AMUSE) 제공) 2024.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음악적으로도 점차 다양해졌다. 이번 공연에서 처음 선보인 '슈퍼노바 러브(Supernova Love(feat. David Guetta)' 무대가 증거다. 해당 곡은 프랑스의 거물 프로듀서 겸 DJ 데이비드 게타와 협업한 곡이다. 특히 일본 거장 음악가 사카모토 류이치(1952~2023)의 대표곡 '메리 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런스(Merry Christmas Mr. Lawrence)'를 샘플링해 눈길을 끌었다.

사카모토의 서정적인 원곡의 아우라가 몽환적으로 탈바꿈해 아이브의 청량함과 만나 새로움을 환기했다. 사카모토에 대한 헌정 성격의 음악을 일본에서 처음 들려줬다는 점도 의미가 있었다. 이 곡의 음원은 추후 발매된다.

유독 젊은 세대의 관객이 많은 점도 아이브의 미래를 더 밝게 했다. 고등학생이라는 호시노 미유는 "처음엔 장원영의 비주얼에 끌려 좋아하기 시작했는데 멤버들 모두 개성 있고 실력이 좋더라. 계속 성장한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무대를 잘할지 몰랐다. 나도 열심히 노력에 내 꿈을 향해 더 나아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아이브 멤버들이 이번 투어로 얻은 성과는 또 있다.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까지 살피게 됐다는 것. 멤버들은 다른 멤버들과 다이브뿐 아니라 콘서트를 함께 해준 스타쉽 스태프, 즉 '팀 아이브'에게 거듭 감사를 표했다.

리더 안유진은 "전엔 모든 게 스스로한테 달려 있다고 생각했다. 잘못되면 '내가 열심히 하지 않은 탓인가?' 의심했다. 근데 투어를 하면서 저희 공연을 도와주시는 많은 분들을 돌아보니까 제 주위에는 정말 너무 좋은 사람들이 많더라"고 말했다. 그래서 "다시 한 번 이 공연을 통해서 만난 스태프분들께도 그리고 언제나 항상 저희 옆에 계시는 스태프분들께도 다시 한 번 감사의 인사를 전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멤버들에겐 "이런저런 얘기를 막 했었던 것 같다. 제가 무조건 정답인 것도 아닌데 항상 너무 고마워해주고 잘 함께 해줘서 너무너무 고맙다"고 덧붙였다. "정말 좋아하는 사람들과 저를 좋아해 주시는 분들과 제가 좋아하는 무대를 할 수 있다면, 정말 계속 행복하게 살 수 있겠다라는 확신이 생긴 투어였다"고 덧붙였다.

[도쿄=뉴시스] 아이브가 5일 오후 일본 도쿄돔에서 첫 번째 월드 투어 '쇼 왓 아이 해브'(IVE THE 1ST WORLD TOUR 'SHOW WHAT I HAVE')의 앙코르 공연 오프닝 전 백스테이지에서 결연한 의지를 다지고 있다. 아이브는 이날 자신들의 상징적 이미지인 당당함을 승화시킨 대표곡 '아이 엠'으로 포문을 얼었다. 이번 공연은 지난해 10월부터 진행한 아이브 첫 번째 월드 투어 대장정을 종료하는 피날레다. (사진 = 스타쉽엔터테인먼트, 아뮤즈(AMUSE) 제공) 2024.09.05.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도쿄돔에 첫 입성한 아이브의 성과에 대해 일본 현지 신문은 이를 일제히 1면에 장식했다. 닛칸스포츠, 도쿄 주니치 스포츠, 산케이 스포츠, 스포츠 호치 등 현지 언론들이 아이브의 도쿄돔 공연을 집중 조명하는 특별판을 제작했다.

일본 다이브(아이브 팬덤)는 이날 오전 일찍부터 콘서트 굿즈를 사기 위한 문전성시를 이룬 건 물론 편의점 등에서 아이브 특별판 신문을 사모았다. 이 신문들은 "아이브 도쿄 첫 강림!", "아이브가 다이브(아이브 팬클럽명)와 함께 이틀간 역사적인 공연을 만든다", "아이브 레이 어릴 적 꿈 이루다" 등이라고 쓰며 아이브 활약상을 조명했다.

특히 아이브 멤버 레이는 일본 국적으로 어릴 때부터 꿈꿔온 이곳 무대에 서는 남다른 감격을 전했다. 레이는 이날 공연 오프닝 인사에서 "다다이마(ただいま)"를 외쳤다. 관객들은 "오카에리(おかえり)"라고 응답했다. 우리말로 옮기면 "잘 다녀왔습니다"와 '어서 와요"다.

조혜림 프리즘(PRIZM) 음악콘텐츠 기획자(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일본인 멤버 레이의 엉뚱함과 사랑스러움, 그리고 한국 노래를 완벽하게 소화하는 실력파적인 모습 또한 아이브의 일본 인기에 큰 영향을 줬을 것"이라고 봤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일본센터장을 지낸 '한류 전문가' 황선혜 일본 조사이국제대 미디어학부 교수도 "'갸루피스' 등 레이가 버라이어티 방송 등에 출연하며 이슈 만들기를 잘한다"고 거들었다.

아이브의 숨은 동력을 짚어낸 전문가도 있다.
임희윤 문화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데뷔 초기부터 꾸준히 일본어 싱글과 EP를 내면서 현지 시장을 공략했다. 외모를 비롯해 내세우는 메시지, 이미지, 그리고 일부 악곡 등 여러 측면에서 카라, 소녀시대 같은 2세대 K-팝 걸그룹과 연결되는 느낌을 선사한다"고 해석했다.


저서 '당신이 알아야 할 일본가수들'을 쓴 'J팝 전문가'인 황선업 대중음악 평론가(한국대중음악상 선정위원)는 "주체성 있는 메시지, 캐치한 음악, 화려하고도 탄탄한 퍼포먼스가 좋은 밸런스를 구축하고 있고, 이를 통해 '나는 나'로서 있을 수 있는 자신감을 대중에게 심어줌과 동시에 본인들은 그 대중들이 동경할 수 있는 우상으로서의 모습을 완성하고 있기에 지금과 같은 아이브 신드롬이 가능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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