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도 의대증원 논의? '의정갈등' 파국 풀기엔 역부족

      2024.09.08 15:22   수정 : 2024.09.08 15: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정부가 2026학년도 의대 증원을 의료계와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혔지만 반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의정갈등을 해결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의대 증원에 반발해 의료 현장을 떠난 전공의들은 아직도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의 전면 백지화를 요구하고 있고 의료계 역시 이 문제를 먼저 풀어야 한다는 입장이기 때문에 2026학년도 의대 증원 논의가 의정갈등의 방향을 바꾸는 돌파구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의정갈등, '여야의정' 풀 수 있을지 '주목'
8일 정부와 의료계에 따르면 국무조정실은 지난 7일 입장문을 통해 의료계가 의대 증원의 과학적인 근거를 제시할 경우 의대 증원을 재논의할 수 있다고 밝혔다.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과정에서도 의료계가 과학적 근거를 제시한다면 2000명 증원에 구애되지 않고 논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내놓은 바 있다.

국무조정실은 정부가 2026년도 의대 증원을 의료계와 풀 수 있다는 것이 증원 결정을 유예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의대 증원을 하지만 의료계가 의사정책 과정에 참여해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근거에 따른 주장을 한다면 정책 결정에 반영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가 '여야의정(與野醫政)' 협의체를 구성해 의대 증원 문제를 풀자고 한 것에 정부도 긍정적 평가를 하고, 야당인 더불어민주당 역시 협의체를 즉시 가동하자고 한 상태다. 다만 정부와 여당은 2025년도 의대 증원을 재논의할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야당은 2025학년도 의대 증원 규모도 논의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한덕수 국무총리도 SNS를 통해 "여야정 협의체를 통해 의료계가 과학적인 분석에 기반한 증원안을 제시하고 이를 바탕으로 치열한 토론을 거쳐 우리 사회가 합리적인 결론에 한 목소리로 도달할 수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의료계에서도 정부와 여야 모두 2026년도 의대 증원 규모를 조정할 수 있다는 제안을 한 것 자체는 환영하지만 전공의와 의대생의 의견이 중요하다는 다소 신중한 입장이다.

최안나 대한의사협회(의협) 대변인은 "2026년도 의대 증원 문제는 의료계와 당연히 협의를 해야 하는 사안이지만 정부와 정치권에서 관심을 갖고 조정이 가능하다는 입장을 낸 것 자체는 환영할 만한 일"이라며 "다만 전공의들과 의대생들이 어떤 의견을 갖고 있는지가 중요하고, 현재로선 2026년도 의대 증원 규모 논의에 참여할지 여부에 대해서 공식적 입장을 내는 것은 어렵다"고 말했다.

지난 의협은 지난 7일 여야의정 협의체를 구성해 2026년도 의대 증원 등 의료개혁 문제를 논의하자고 제안한 것에 대해 “2025년도 정원 원점 재논의는 왜 안 되느냐”는 입장을 밝혔다.

전공의들 현 상황서 타협 가능성 사실상 '제로'
의정갈등 해소를 위해 넘어야할 산은 너무 높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이번 의정갈등 상황에서 정부의 의대 증원 정책을 가장 완강하게 반대하는 세력이다. 전공의들은 의료 현장을 떠나고 의대생들은 수업을 거부하며 2025년도 의대 증원 자체를 전면 백지화하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년 넘게 의정갈등이 지속되는 동안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내려진 법적 조치를 중단하고 사직서 수리금지 명령을 철회하는 등 각종 유화책을 펴면서 복귀를 유도했지만 하반기 전공의 모집에 응한 전공의는 1%대에 그친 바 있다. 2025학년도 의대 증원 정책 폐기가 아니라면 전공의들을 달랠 수 없다는 것이 드러난 셈이다.

전공의와 의대생들은 선배격인 의협이 범의료계의 목소리를 하나로 모으기 위해 지난 6월 출범시켰던 '올바른 의료를 위한 특별위원외(올특위)'에도 참여하지 않았다. 의대 증원 정책의 폐기 외에 정부와 할 이야기가 없다는 것이다. 이들의 외면으로 올특위는 약 1달 만에 해체 수순을 밟았다.

반면 정부는 2025학년도 의대 증원은 이미 돌이킬 수 없다는 입장이다.
대학별로 의대정원이 배정됐고 대학수학능력시험이 시행이 이제 2달을 조금 더 남긴 상황에서 의대 증원 문제를 재논의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상황이다.

또 9일부터는 수시 원서 접수 일정이 시작될 예정인데, 정부는 수시 일정 변경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이미 2025학년도 대입 절차는 상당히 진행됐고 따라서 모집인원을 바꾸거나 수시 일정을 연기하는 것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 교육당국의 입장이다.

vrdw88@fnnews.com 강중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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