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 축사 조성 나무 8700그루 '싹둑'.. 벌금 1500만원이면 끝?

      2024.09.09 09:07   수정 : 2024.09.09 14:20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울산=최수상 기자】 돼지 축사 조성을 위해 나무 8700그루를 잘라내고 진입로를 만드는 등 울창한 산림 10만㎡를 훼손했지만 벌금으로 1500만원이 선고됐다.

울산지법 제11형사부(재판장 이대로 부장판사)는 산지관리법 위반, 산림자원의 조성 및 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영농조합법인 2곳에 각각 벌금 1500만원을 선고했다고 9일 밝혔다.

영농조합법인 2곳을 운영하던 A씨는 지난 2017년부터 2021년까지 울산 울주군 일대 야산(8만5059㎡)에서 나무 8717그루를 불법 벌목했다.



또 굴착기 등을 동원해 임야 2만4543㎡를 진입로로 만드는 등 무단 전용한 혐의로 기소됐다.

A씨는 이렇게 벌목과 성토 등을 통해 임야에 가축 사육을 위한 초지를 조성하고 진입로와 임도를 개설했다가 기소됐지만 지난 2022년 12월 사망했다.


이에 해당 영농조합법인들은 재판 과정에서 "A씨가 오래 전부터 존재한 산길과 진입로를 정비했을 뿐 나무를 벌목하지 않았다"라며 "과거 항공사진 등을 보면 원래 나무가 자라지 않던 구역도 있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당시 A씨의 의뢰로 진입로 조성작업을 했던 굴착기 기사의 진술 등을 토대로 A씨가 기존 좁은 오솔길 주변의 나무를 벌목해 진입로를 확장하거나 차량 통행용 임도를 개설했다고 판단했다.

또 항공사진에서 2018년까지 나무가 우거졌던 초록색 부분이 2019년에는 흙이 노출된 황토색으로 변한 점, 당시 현장조사를 진행했던 울주군청 공무원의 진술 등도 근거로 들었다.

영농조합법인들은 "사육하던 돼지들이 이동하면서 자연적으로 길이 생겼을 가능성도 있다"거나 "2020년 9월 태풍의 영향으로 산사태가 발생해 토사가 축사로 밀려 내려온 것으로 성토한 것이 아니다"라고도 주장했으나 재판부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영농조합법인 2곳의 실제 운영자였던 A씨의 행위는 산림 보전을 통한 국토의 건강하고 질서있는 유지·운용을 저해하는 행위로 죄책이 가볍지 않다"라며 "관할관청을 통한 허가 절차를 무시했고 훼손한 산림 규모도 매우 크다"라고 밝혔다.


다만 "A씨의 사망으로 추가적인 벌목과 무단 전용 가능성이 사라진 점, 일부 산지는 자연적인 복구된 점, 개설된 임도 일부 구간은 향후 관할관청과의 협의를 거쳐 생산적으로 활용될 여지가 있는 점 등도 참작했다"라고 덧붙였다.

ulsan@fnnews.com 최수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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