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 부진에 D램 업황 급제동…삼성·SK, 실적 '한파' 부나
2024.09.09 17:04
수정 : 2024.09.09 17:04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올해 상반기 '깜짝 실적'을 달성한 반도체 업계가 하반기 들어 예상보다 더딘 전방산업 수요 부진에 고전하고 있다. D램 제조사들이 고대역폭메모리(HBM)3, 더블데이터레이트(DDR)5 등 고부가 제품 위주로 생산능력을 확충하며, 공급이 줄어든 범용 D램 업황이 본격적으로 개선될 것이란 시장의 예상을 빗나갔다. 범용 D램 매출 비중이 높은 삼성전자의 올해 3·4분기 영업이익이 시장 추정치보다 4조원 가량 낮을 것이란 전문가들의 경고까지 나오는 등 D램 업황 개선에 제동이 걸린 모양새다.
IT 수요 부진에 D램 재고 증가
9일 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는 최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올 3·4분기 실적 전망치를 하향 조정하고 있다.
KB증권은 삼성전자의 3·4분기 영업이익이 9조7000억원으로, 기존 추정치(13조7000억원)를 4조원 가량 하회할 것으로 분석했다. 현대차증권도 3·4분기 삼성전자의 영업이익이 11조8000억원에 그쳐 당초 전망치(14조7000억원) 대비 3조원 가까이 내려갈 것으로 전망했다.
HBM 경쟁 우위를 앞세운 SK하이닉스도 실적 칼바람은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예측됐다. DB금융투자는 SK하이닉스의 3·4분기 영업이익 추정치를 기존 7조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낮췄다.
상반기만 해도 D램 업황 회복에 대한 시장의 기대감은 컸다. 메모리 업계가 지난해부터 감산 기조를 이어가는 가운데 HBM 생산능력을 늘리기 위해 범용 D램 일부 라인을 전환하면서 공급 과잉이 해소될 것이란 이유에서다.
실제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PC용 D램 범용제품(DDR4 8Gb 1Gx8)의 지난 4월 평균 고정거래가격은 2.1달러로, 전월 대비 16.67% 급등했다. D램 고정거래가격이 2달러대에 진입한 것은 2022년 12월 이후 16개월 만이었다. D램 수요의 40%를 책임지는 스마트폰·PC 제조사들은 IT 업황 개선에 대비해 선제적으로 D램을 대량으로 사들이며 재고 확보에 나섰다.
HBM 신제품 초기 비용도 부담
그러나 기대만큼 IT 기기 판매가 기대만큼 살아나지 않는 점이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 통상 D램은 분기 단위로 공급 계약을 맺는데, 제조사들이 주문을 줄이면서 최근 가격은 떨어지고 있다. 실제 올 8월 D램 고정거래가격은 전월보다 2.38% 감소, 4개월 만에 하락세로 돌아섰다. KB증권에 따르면 현재 D램 제조사들의 재고 수준은 지난해 다운턴(불황 국면)과 비슷한 12~16주로 늘어났다.
HBM 투자 비용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SK하이닉스는 경기 이천에 설립한 M16팹(공장)의 램프업(생산량 증대) 비용이 실적에 반영되는 동시에 이달 말 양산을 앞둔 HBM3E(HBM 5세대) 12단 등 신제품 초기 수율(양품 비율) 안정화에도 막대한 비용 투입이 예측된다.
한국투자증권 채민숙 연구원은 "올 3·4분기는 HBM 신제품이 나오면서 원가가 올라가는 구간"이라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모두 당초 추정치보다 실적이 많이 내려올 것"이라고 말했다.
mkchang@fnnews.com 장민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