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할 사람' 10년내 400만명 증발...'이민사회' 늦출수 없는 미래

      2024.09.11 07:49   수정 : 2024.09.11 07:49기사원문

#1. "왜 '한국'이냐고요? 비자 받기 쉬워서 선택했죠" 울산의 한 공장에서 기공업무를 하고 있는 모함마드 알리씨(27). 그는 지난해 고국인 파키스탄을 떠나 한국에 왔다. 자국에서 일을 하면 월 급여가 10만~50만원이지만 한국에선 몇 배를 벌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가 한국을 택한 가장 큰 이유는 EPS시스템(외국인고용관리시스템)이 잘 되어있어 많은 비용을 들이지 않고 비자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한다.

한국 생활에 만족한다는 그는 기회가 된다면 가족들을 데리고 와 한국에 정착하길 원하고 있다.


#2. 17년 전 한국에 왔다는 중국인 태웨이씨(38). 그는 유학차 한국에 왔다가 대학 졸업 이후 한국에서 취업을 해 경기지역의 한 회사에서 엔지니어로 일하고 있다.
"한국 생활은 충분히 적응했지만 한국에 계속 있을 건지, 중국으로 돌아갈지 아직 정하진 않았어요. 향후에 결정하려고 해요."

저출산·고령화, 해결 방법은 '이민'

저출산으로 인해 고령화 시대로 빠르게 향하면서 노동시장이 흔들리고 있다. 정부에서도 저출산과 고령화에 대한 정책을 내놓고 있지만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는 출산율을 막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이러한 가운데 '이민'이 그 해법이 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통계청이 발표한 '2023년 인구주택총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1월 기준 우리나라 총 인구는 5177만5000명으로 지난해보다 8만2000명(0.2%) 늘어났다.

총 인구는 늘어났지만 내국인 수는 2021년 이후 3년째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내국인은 96.3%(4983만9000명)으로 전년보다 0.2%(10만1000명) 줄었다. 연령별로 살펴보면 유소년(0~14세)·생산연령인구(15~64세)는 줄어든 반면 고령인구(65세 이상)는 늘어났다.

생산연령인구는 3654만6000명(70.6%)으로 전년보다 14만명 줄었으며, 유소년 인구는 561만9000명으로 24만1000명 감소했다. 반면 고령인구는 960만9000명을 기록했다. 이는 전년보다 46만2000명 늘어난 수치로 고령인구는 1000만명을 눈앞에 두고 있다.


내국인의 수는 하락세를 보이고 있지만 외국인 수는 늘어났다. 국내 3개월 이상 체류했거나 3개월 이상 체류 목적으로 입국한 외국인 수는 193만5000명으로 전년보다(18만3000명) 늘었다.

이런 가운데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의 잠재성장률이 2025년 이후 약 2.0% 수준으로 둔화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무디스는 지난해 발표한 우리나라 국가신용등급 평가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 성장의 장기적인 리스크는 인구 통계학적 압력이 심화하는 것"이라며 "인구 통계적 압력은 생산성 향상과 투자에 부담을 주고 재정적 문제를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개혁이 필요하며, 정부가 젊은 외국인 노동자의 이민을 장려하는 정책을 펼 경우 일시적으로 생산성을 향상하고, 노년부양비의 균형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인협회(한경협)도 노동공급을 확대할 경우 저출산·고령화가 경제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화할 수 있다고 제언했다.

한경협이 통계청 인구추계를 기준으로 잠재성장률을 추정한 결과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은 2021~2025년 연평균 2.3%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은 2031~2040년 1.0%, 2041~2050년 0.7%, 2051~2060년 0.2%까지 하락하고, 2061년 이후에는 -0.1%를 기록해 마이너스 성장 시대로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한경협은 출산율 제고, 경제활동참가율 증가, 이민 확대 등을 통해 노동공급을 확대할 경우 경제성장률이 기존 전망치 대비 약 0.4~0.8%p 상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를 토대로 노동공급 확대를 위한 정책들을 조속히 마련해 추진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또 이민 확대를 위해서는 전문인력 비자 완화, 외국인의 영주권 취득 및 국적 취득 요건 완화, 정주여건 개선 등을 제시했다.

전문가들 "숙련인력과 정주 중심의 이민정책 펴야"


전문가들은 한국도 적극적인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인력 부족 해결을 위해 무작정 이민자들을 받기보다는 이민정책을 개선해 숙련인력과 정주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고 지적했다.

조영희 이민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이민정책이 외국인 대상 정책이 아니라 외국인과 내국인을 통합하는 정책으로 확장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조 위원은 "우리가 외국인 정책과 이민 정책을 왔다 갔다 혼용하고 있지만 지금 법상으로는 사실 외국인 정책"이라며 "이민정책은 외국인을 대상화하는 정책이라는 이미지가 있는데, 함께 살아가게 될 사회 구성원으로서의 삶을 생각해야한다"고 지적했다.

그는 양적 확대보다는 질적 확대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진단했다.

조 위원은 "단순 기능 외국 인력이 5만~6만 가량 20년 동안 유지되어 오다가 최근에 더 확장되고 있는데, 장기적으로 봤을 땐 바람직하지 않다"며 "이민과 경제는 굉장히 밀접한 관련이 있는데, 저숙련 인력이 우리 사회를 지탱해 주진 못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어 "단순노동보다는 좀 더 숙련된 인력이 필요하다"면서 "우리나라에 정주할 수 있는, 우리가 예측 가능한 이민 사회를 설계할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

대한상공회의소도 '독일·일본 이민정책으로 본 한국 이민정책 시사점 연구'보고서를 통해 숙련 기술 인력과 정주 중심으로 이민 정책이 변화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와 관련해 독일과 일본의 이민정책 접근 방식에 대해 분석했다.

독일의 경우 2000년대 초반부터 심각한 노동력 부족이 현실화되자 '거주허가 및 정주법'을 제정해 '정주형 이민정책'을 펼쳤다.

2021년 전문인력인정법, 2020년 기술이민법 등 숙련 기술 인력 및 정주 중심 이민정책을 펼친 결과 생산인구는 반등했다. 독일 연방정부 통계에 따르면 자국민 중 18~65세 비율은 61.2%인 반면 이주민은 83.6%로 집계됐다. 즉 적극적인 이민정책을 펼친 결과 독일 사회를 젊게 만들고 있다.

일본은 생산인구가 감소하자 고용을 연장하고 여성 노동력, 비정규직 등 국내 인력 활용을 중심으로 대응했다. 여기에 산업연수생과 유학생 등을 중심으로 외국 인력을 도입했으나 생산가능인구는 감소세를 이어갔다. 그러자 일본은 지난 2019년 간호·돌봄, 농업, 건설, 조선업 등에 외국인 근로자를 고용할 수 있는 '특정기능제도'를 도입했고, 새로운 외국 인력 확보를 위해 '육성취업지원제' 도입을 결정했다.

독일과 일본같이 한국도 보다 적극적 이민정책이 필요하다며 보고서는 3가지 정책방안을 제시했다.

먼저 우수한 산업인재를 유치할 수 있도록 'K-블루카드' 도입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이는 독일과 EU의 'EU 블루카드'를 착안된 것으로 숙련기술인력에 대해 취업비자를 발급하는 것을 뜻한다. 또 이민근로자와 동반가족들이 우리 사회에 통합 융화될 수 있도록 이주민 정주지원제도가 필요하며, 이주자에 대한 국민인식개선 노력이 필요하다고 진단했다.

유일호 대한상공회의소 고용노동정책팀장은 "정주 인력 대상으로 하고 있는 E-9(단순 인력)의 경우 학력 수준 등을 검증하지 않고 있다"며 "일정 자격 수준을 가지고 있는 사람을 대상으로 비자 문을 열어야 한다"고 제언했다.

그는 "(이민자들이)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 기관 등을 국가 차원에서 만들어 비자와 교육을 같이 연계할 수 있는 '일체형 시스템, 연계형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며 이러한 정주화 프로그램을 시행한다면 이민자들이 자연스럽게 사회에 융화될 수 있어 부작용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한민국이 소멸하고 있다." 한 달에 태어나는 아이는 2만명 아래로 추락했고, 노인인구는 1000만명에 육박했습니다.
그야말로 '인구 국가비상사태'인데요, 인구 절벽으로 향하는 대한민국에 희망은 없을까요. 파이낸셜뉴스는 전문가들과 함께 국가 소멸 위기에 대한 원인과 대안을 모색해 희망을 찾아갑니다. <편집자주>

newssu@fnnews.com 김수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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