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초고가 주택도 PF 구조조정 후폭풍

      2024.09.09 18:16   수정 : 2024.09.09 19:19기사원문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평가에서 정상인 '보통' 등급을 받은 서울 강남권 고급 주거단지 사업이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하면서 업계가 술렁거리고 있다. 금융당국의 PF 구조조정 본격화로 대주단들이 본PF 전환에 소극적으로 나서면서 '정상' 현장도 위기에 처하는 사례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진다.

9일 업계에 따르면 더랜드가 시행하는 서울 서초구 반포동 '더팰리스73' 프로젝트가 최근 브릿지론 만기 연장에 실패했다.

옛 쉐라톤팔레스 호텔 부지를 헐고 35층 2개동 규모로 73가구의 고급 주거단지를 짓는 사업이다. 분양가는 최고 500억원에 이른다.

앞서 시행사는 지난 2022년 4000억원 규모의 브릿지론을 일으켰다. 이후 몇 차례 만기를 연장해 왔으나 최근 재연장에 실패했다. 대주단 관계자는 "연장이 이뤄지지 않은 것은 맞다"며 "사업이 최종 무산된 것은 아니고 시행사와 여러 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말했다.
더랜드 관계자도 "대주단 간 의견차가 있어 협의 중"이라며 "신규 투자자 유치도 모색 중이다"라고 했다.

만기 연장 실패의 표면적 이유는 사업성이다. 분양률이 35%를 넘어야 한다는 조항이 있는데 이를 충족시키지 못했다는 것. 업계에 따르면 판매된 가구는 이를 넘어섰지만 분양대금은 기준에 못 미쳤다. 정상 등급이지만 대주단 일부가 낮은 분양률을 이유로 연장에 반대한 것이다.

업계는 이 이면에 금융당국의 PF 구조조정 고강도 압박이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시행사 한 관계자는 "양호·보통 등 정상 사업장도 본PF 전환이 갈수록 까다로워지고 있다"며 "기준을 맞추지 못하면 정상 현장도 유의·부실 우려로 전락하게 된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본PF 전환 지원은 거의 가동되지 않고 있고, 미래가치보다는 현 상태만 보고 평가하는 경향이 더 강해지고 있다"며 "본PF 전환에 대한 당국의 명확한 기준도 없다 보니 대주단별로 천차만별"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금융당국은 이달 중순부터 PF 평가에서 부실 사업장으로 평가 받은 13조5000억원 규모 현장에 대한 경공매를 본격적으로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PF발 한파가 시장에 미칠 영향에 부동산 업계는 촉각을 곧두세우고 있다.

ljb@fnnews.com 이종배 서혜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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