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해인 홀릭 예약"..올 추석엔 무조건 무조건이야! ‘베테랑2’

      2024.09.10 09:37   수정 : 2024.09.10 16:01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이제 ‘베테랑’시리즈는 (감독인) 저는 없어도 되는데 황정민은 없으면 안된다. 보증 잘못섰다 권리 뺏긴 것 같다고 할까.(웃음) 신뢰감 주는 정해인은 엄청 훈련된 배우. 혹자가 '동공 연기'라고 했는데, 같은 눈인데 텅 비어있는 것 같다가도 어떤 때는 선량해 보이더라. 우리 영화의 큰 복이라고 생각했다."(류승완 감독)
2015년 1300만 관객에 “어이가 없네”라는 명대사를 남긴 ‘베테랑’이 9년 만에 돌아왔다.

올 추석 유일한 한국영화인 ‘베테랑2’가 13일 개봉을 앞두고 9일 베일을 벗었다.

속편, 여전한 액션 쾌감에 깊어진 서사

결론부터 말하면 '베테랑2'는 선악 구도가 명확했던 전편보다 통쾌함과 웃음기는 줄었지만 액션의 쾌감은 여전히 펄펄 살아있다. 서사는 감독과 배우의 연륜과 함께 깊어졌다. 단순명쾌했던 기존 범죄자와 달리 이번 놈은 묘하게 이상하고 복잡하다.

다른 한편 단전에서 올라오는 "힘들다"는 서도철 형사의 대사엔 공감의 댓글이 달리고, 죽을 힘을 다해 나쁜 놈을 추격하는 그의 모습에선 우리사회가 점점 잃어가는 건강한 직업정신을 떠올리게 된다.
죄와 벌, 정의와 심판, 선악의 경계가 무너진 혼탁한 세상에서 매일같이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를 목격하는 우리사회에 대한 불안과 성찰, 젊은세대에 대한 기성세대의 책임감도 이 영화에 담겨있다.

장르영화의 미덕인 날 것의 거친 액션은 콘텐츠를 1.5~2배속으로 즐기는 요즘 관객의 속도에 맞게 정신 못차릴 정도로 빠르다. '바른생활 이미지' 정해인의 연기 변신은 '정해인 홀릭' 가입 버튼 누르기를 이끌며, 민중의 지팡이 '서도철 형사' 황정민은 늘 그랬듯 믿고 보는 배우다.

류승완 감독은 이날 언론시사회 후 기자간담회에서 서도철을 연기한 황정민에 대해 깊은 신뢰를 드러냈다.

지난 9년간 황정민의 사는 모습이 서도철 캐릭터에 영향을 끼쳤냐는 물음에 류감독은 “1편의 출발이 황정민이라는 배우였고 2편도 마찬가지였다”며 “보통 영화를 만들 때 시나리오를 다 쓰고 배우를 결정하나 ‘베테랑2’는 서도철=황정민이라 이런 방향으로 쓰고 있다고 논의하면서 집필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마치 보증 잘못 섰다 권리 뺏긴 것처럼, 이제 ‘베테랑’시리즈는 저는 없어도 되나 황정민은 없으면 안된다”고 강조했다.

‘베테랑2’에는 자연인 황정민의 모습도 많이 투영됐다. 자칭 사교성이 좋지 않다고 밝힌 류감독은 “영화계에 속 얘기하는 몇 안 되는 친구 중 한명이 황정민”이라며 “인간적이고 배려심이 있는 자연인 황정민의 모습이 많이 투영됐다”고 말했다.




황정민은 이날 서도철 캐릭터에 대해 “9년이 지났는데도 똑같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다. 난 늙어가지만 서도철은 늙지 않길 바랐다”고 말했다.

하지만 황정민의 바람과 달리 방문 걸어 잠그는 10대 아들을 둔 서도철은 지친 모습이 역력한데 이러한 서도철의 현재는 밥벌이에 지친 세상 모든 직장인과 겹친다. 동시에 황정민의 바람처럼 늙지 않은 서도철의 모습이 있으니 그건 바로 정의감과 사명감이 투철한 직업정신이다.

서도철은 다수의 대중처럼 범죄자가 잘못을 저지르고도 솜방망이 처벌을 받을 때마다 분노하며 죽어야 마땅하다고 말한다. 하지만 선택의 순간 그의 도덕적 기준은 확고하다.

“세상에 좋은 살인, 나쁜 살인이 어디 있냐, 살인은 살인”이라는 게 바로 그것이다.

류감독은 "사람은 나이들수록 진화하는 부분도 있지만 퇴화하는 모습도 있다. 서도철이 은연 중에 힘들다는 대사를 계속 한다. 내가 대본에 쓴 것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것도 있다. (배우의 입에서 자연스레 나온) 그 힘들다는 대사는 나와 황선배의 마음이 다르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니까 류 감독 역시 늙어서 체력이 딸린다는 뜻일테다.

‘아들들’이라는 부제를 붙여도 될 만큼 다음 세대에 대한 고민이 투영돼 있다는 지적에는 “우리(황정민과 류감독)가 애들도 비슷한 또래”라며 “다음 세대에 대해 생각할 수 밖에 없다. 이 영화에서 서도철이 자기 아들에게 하는 한마디가 아주 중요했다. 사과하는 어른의 모습이 중요했다. 인간 황정민의 모습에서 그런 것을 충분히 발견할 수 있었기에 시나리오도 쓸 수 있었고 속편도 만들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베테랑2’에서는 두 명의 아들이 상징적으로 등장한다. 서도철의 진짜 아들과 서도철처럼 정의감에 무술 실력까지 갖춘 젊은 형사 박선우(정해인)다. 박선우는 서도철이 있는 강력범죄수사대에 합류한다.

류승완 감독, 성공한 전편 재탕하고 싶지 않았다

앞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D.P’를 통해 브라운관에서 구축한 '로맨스 장인'의 이미지를 벗고 연기 스펙트럼을 확장한 정해인은 이번 ‘베테랑2’에서도 한뼘 더 성장했다. 감탄을 자아내는 날렵한 액션 몸짓과 미묘한 심리 연기로 관객의 마음을 훔친다.

그가 연기한 박선우는 소위 “‘베테랑’이 밀크 초콜릿이었다면 ‘베테랑2’는 다크 초콜릿”이라는 비유가 생겨나는데 기여한 주요 캐릭터다.

'베테랑2'는 최근 범죄 등 사회문제를 다룬 한국콘텐츠에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사이버 렉카의 모습이 비중있게 담긴다. 가짜뉴스의 범람과 함께 유튜브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사이버 렉카의 폐해와 사적 응징은 우리사회가 직면한 화두 중 하나다.

류 감독은 “언론 생태계가 대격변 속에 있고, 유튜브나 SNS 등의 알고리즘이 사람들의 편향된 사고를 강화시켜주는 현실이 우려되고 불안감이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성공한 전편의 색깔을 그대로 이어가지 않고 속편에서 영화의 톤을 달리한 이유에 대해서는 “제가 지금까지 극장용 영화의 속편을 만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재탕하고 싶진 않았다. 그래서 (속편이 나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며 운을 뗐다.

그는 “강력범죄수사대가 불법 도박장을 덮치는 오프닝 장면은 전편에서 서도철이 해결하지 못한 사건이었다. 이 장면은 전편의 색깔을 유지하나 이후부턴 속편 만의 색깔을 찾으려고 노력했다”고 말했다.

류 감독은 “상업영화보다 대중영화라는 용어를 선호한다. 박스오피스 성적이 최종 목적이 아니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관객의 마음을 훔치고, 그들 마음에 내 영화가 자리 잡는 것이다.
제작진이 나의 방향성에 동의해 줬다. 황정민이 내가 무리수를 두는 것에 동의해 줬다.
덕분에 (투자) 자본도 설득 가능했다”고 부연했다.

jashin@fnnews.com 신진아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