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줄게 날아가지마"..오토바이 옆에 딱붙은 차량들 '감동'
2024.09.10 09:15
수정 : 2024.09.10 14:57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베트남에 큰 피해를 준 태풍 야기의 강풍 속에서 오토바이들이 날아가지 않도록 차량들이 '보호막'을 만들며 운행하는 모습이 포착돼 훈훈함을 전하고 있다.
9일(현지시각) VN익스프레스, 단트리 등 베트남 현지 언론에 따르면 태풍 야기가 베트남을 강타한 지난 7일 오후 1시쯤 베트남 하노이시 낫탄 다리에서 오토바이 운전자를 보호하기 위해 자동차들이 긴 줄을 지어 이동하는 모습이 목격됐다.
오토바이 운전자 A(29)씨는 낫탄 다리를 지날 때 바람을 막아준 자동차 운전자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은 글을 자신의SNS에 올렸다.
A씨는 "태풍의 영향으로 기상이 악화되면서 조퇴를 하고 정오쯤 집에 오던 중이었다"라며 "낫탄 다리를 건널 때 바람이 너무 강해 오토바이를 통제할 수 없을 정도였다"고 했다.
그는 "다리를 4분의 1쯤 건넌 지점에선 앞으로 가거나 되돌아갈 수도 없었다"라며 "수년간 매일 출퇴근하던 길인데 이렇게 강한 바람은 처음이었다”고 말했다.
낫탄대교는 하노이의 홍강을 횡단하는 세계 최대 규모의 사장교로 총 길이가 무려 8.3km에 이른다.
이날 북베트남을 강타한 '야기'의 중심부 풍속은 시속 245㎞에 달할 정도로 강력해 가로수가 뽑히고 사람들이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었다.
A씨는 "나를 포함해 다리위에 있던 몇몇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강풍에 날아갈 위기에 처했는데 곁을 지나가는 트럭 한 대가 마치 바람을 막아주려는 듯 곁에 서서 천천히 운행했다"라며 "이어 다른 차량 운전자들도 트럭처럼 우리를 위해 바람을 막아주려 줄지어 섰다"고 설명했다.
이렇게 길게 늘어선 자동차와 오토바이 행렬이 천천히 이동했고 A씨를 비롯한 오토바이 운전자들은 안전하게 다리를 건널 수 있었다.
A씨는 “정말 감동적이었다. 감사의 글을 쓰려고 번호판을 기억하려고 노력했다”며 “도와준 차량 운전자들이 아니었다면 오토바이 운전자들이 어떻게 다리를 건널 수 있었을지 모르겠다”고 했다.
영상을 본 네티즌들은 "다른 사람들을 보호하기 위해 시간과 에너지를 쓰다니 감동이다", "인류가 자연재해를 이겨내는 모습", "흐뭇하다" 등의 댓글을 게시했다.
베트남 기상청에 따르면 태풍 야기는 7일 오후 1시쯤 최대 풍속 시속 166㎞로 베트남 북동부 꽝닌성 해안에 상륙하면서 14명이 사망하고 약 200명이 다쳤다. 수도 하노이 등에서 나무 수천 그루가 뿌리째 뽑히고 전봇대가 쓰러졌다. 지붕과 간판이 날아가고 주택 다수가 파손되는 등 도시가 아수라장이 됐다.
moon@fnnews.com 문영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