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머니 안고 뛰어내린 손자, 돌아가신 사실 아직 몰라"
2024.09.10 15:35
수정 : 2024.09.11 09:12기사원문
[서울=뉴시스] 최윤서 인턴 기자 = 최근 경기 수원 탑동에서 발생한 화재 당시 30대 손자가 90대 할머니를 안고 뛰어내려 현장을 탈출했지만 치료 도중 할머니가 숨졌다는 안타까운 소식이 알려져 누리꾼들의 응원이 쏟아진 가운데, 손자의 사고 이후 근황이 알려졌다.
지난 5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오전 6시29분께 경기 수원시 권선구 탑동의 한 상가 건물 3층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3층에 거주하던 90대 여성 A씨가 연기를 흡입하는 등 부상을 입고, 의식이 뚜렷하지 않은 상태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치료 도중 사망했다.
화재 현장에서 할머니를 안고 3층에서 뛰어내린 30대 손자 B씨도 상반신 2도 화상 등 중상을 입어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받고 있다.
손자 B씨는 소방 당국이 현장에 도착하기 전 할머니 A씨를 안고, 안방 창문을 통해 2층 높이 패널 지붕 위로 뛰어내려 대피했다. 그는 애초 할머니와 함께 계단으로 탈출하려 했지만 이미 화재로 인한 연기가 건물에 가득 차 있어 부득이하게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알려졌다.
사고 당시 건물 3층에는 1세대만 거주 중인 것으로 파악됐고, 손자의 구조 덕분에 할머니는 별다른 외상은 없이 연기를 흡입하는 등의 부상을 입었으나 치료 도중 숨진 사실이 알려져 안타까움을 샀다.
이후 JTBC가 공개한 구조 과정 영상에는 B씨가 A씨를 안고 뛰어내린 뒤 2층 지붕에 머무르는 동안 옆에 있던 소방대원이 물을 쏴 불을 끄는 모습이 담겼다. 인근 주민이 "할머니 먼저 구해달라"고 소리치자 대원들이 사다리를 대고 지붕으로 올라가는 모습도 포착됐다.
구조 영상을 접한 누리꾼들은 소방 당국의 부실한 구조 작업에 비판을 쏟아냈다. 누리꾼들은 "소방관들 고생하는 건 알겠는데 훈련 똑바로 안 하나" "2도 화상까지 입어가며 할머니 구조한 손자가 보면 눈물 난다" "구조대원이 저런 실수를 하는 게 말도 안 된다" "사람을 먼저 구해야지 물만 뿌리고 있으면 어떡하나" 등의 반응을 보였다.
한편 사고 이후 지난 9일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에는 '안녕하세요. 할머니 구한 손자 가족입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작성자 C씨는 "그 사건의 가족 중 한 명이다"고 밝히며 "많은 위로 속에 할머니는 잘 모셔드리고 왔다"고 사고 이후 근황을 알렸다.
이어 "사건의 당사자인 손자는 제 사촌동생"이라며 "(사촌동생은) 할머니 돌아가신 줄 모르고 안부만 묻고 있는 상황이다"라고 밝혔다.
그는 "(사촌)동생이 어려서부터 엄마같은 할머니처럼 모셨는데 불의의 사고로 이별하게 돼 참으로 가슴이 아프다"며 "퇴원하기까지 한 달 이상의 치료가 필요한데 동생에게 용기와 응원을 부탁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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