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구 혼란' 공식 사과한 이복현 원장 "銀 가계대출 관리 자율적으로"
2024.09.10 16:22
수정 : 2024.09.10 16:22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가계부채 관리 방침 중 실수요자 보호 기준을 두고 발생한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 간의 견해차가 '은행의 자율적 판단'을 강조한 금융위 의견으로 수렴되는 분위기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국민이나 은행 창구에서 일하는 분들에게 불편과 어려움을 드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이어 "가계대출을 엄정하게 관리하겠다는 당국 기조는 변함이 없다"며 "은행의 영업계획이나 포트폴리오 운영과 관련해 적절한 자율심사 등을 통해 관리해야 한다는 기조에 금융당국 이견이 없다"고 말했다.
李 "국민·창구에 불편함 드려 죄송" 거듭 사과
이 원장은 10일 서울 중구 은행회관에서 18개 국내은행 은행장과 간담회를 갖고 "감독당국의 가계대출 규제는 기본적으로 준수해야 하는 최소한의 기준"이라며 "은행이 각자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자율적으로 강화해 나갈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지난 4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일률적·기계적인 대출 제한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금융당국의 개입이 필요하다"고 했던 주장을 사실상 번복한 것이다. 앞서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지난 6일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회의) 직후 "고객을 가장 잘 아는 것은 은행"이라고 반박한 바 있다.
이 원장의 발언으로 은행권에서는 이날 간담회에서 구체적인 실수요자 기준이 제시될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김 위원장이 "정부가 획일적인 기준을 정하기보다 개별 회사의 리스크 수준과 차주의 특성을 스스로 평가해 투기 수요를 제한해야 한다"고 하자 이 원장이 한 발 물러섰다.
이 원장은 이날 "은행권도 가계대출 관리를 엄정하게 해야 한다는 필요성에 대해 공감하고 있다"며 "은행마다 여신 포트폴리오가 달라 여신 심사에 대한 특정 기준을 세우되, 그레이존에 대해서는 은행연합회와 논의하는 방식이 제시됐다"고 말했다.
이어 "앞으로 자율적인 가계대출 관행이 자리잡기 위해 (대출 수요자 불편은) 현 시점에서 고민하고 해결해 나가야 하는 문제"라면서도 "공통 이슈가 있다면 정책에 반영해 일률적으로 하겠지만 지금 정한 것은 없다"고 부연했다.
이와 함께 이 원장은 '은행권의 손쉬운 금리 인상' '실수요자 보호 필요' 등 잇따른 발언으로 은행 창구에서 혼란이 일었다는 지적에 사과의 뜻도 밝혔다.
銀 "실수요자 불편 축소 '자율 노력'할 것"
은행들은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간주할 수 있는 대출을 중심으로 여신심사를 강화하는 등 자율적으로 관리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여신심사 강화 과정에서 대출 수요자의 선의의 피해가 발생하지 않도록 은행연합회를 중심으로 지속적으로 보완할 계획이다.
이날 간담회에서 은행장들은 당국의 가계대출 관리 필요성에 전적으로 공감하며 "자체 수립한 경영계획 내에서 가계대출이 관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언급했다. 각 은행의 가계대출 관리 상황과 리스크 수준 등에 따라 관리 수준을 조절하는 등 유동적으로 대응하겠다는 뜻을 내보인 것이다.
특히 지난 7~8월 중 예상치 못한 가계대출 수요 급증으로 속도 조절이 어려웠던 일부 시중은행은 "자체적인 관리 방안을 마련해 운영할 수밖에 없었다"며 "대부분 은행이 공통적으로 다주택자 등 투기수요로 보이는 대출에 대해서는 여신심사를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이미 가계대출 경영계획을 초과해 관리가 시급한 일부 은행은 다른 은행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하고 있다. 이들은 "갭투자에 활용될 수 있는 전세자금대출, 유주택자가 당장의 실거주 목적이 아닌 주택을 추가 구입하기 위한 대출뿐 아니라 신용대출에 대해서도 심사를 강화하겠다"면서도 '실수요자 전담 심사팀'을 운영해 선의의 고객 피해를 최소화하겠다는 의지를 전했다.
지방은행은 "시중은행의 관리에 따른 풍선효과 여부를 모니터링하면서 선제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중"이라고 했다. 또 "수도권과 달리, 지방 부동산 경기는 부진한 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 지역 내 실수요자 위주로 자금을 공급하겠다"고 덧붙였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은 "연초부터 증가 속도를 완만하게 조절하고 있다"며 "중저신용자 포용금융 지원도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seung@fnnews.com 이승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