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부암의 항암제 내성 원인을 찾아냈다

      2024.09.11 14:26   수정 : 2024.09.11 14:26기사원문
[파이낸셜뉴스]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의약소재연구센터 김택훈 박사팀이 피부암 중 가장 치명적인 흑색종의 항암제 내성 원인을 세계 최초로 알아냈다. 암세포 안에 있는 특정 유전자가 '폴리아민'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내는데, 이 물질이 암세포를 더 잘 자라도록 도와주며 특히 항암제에 내성을 가진 암세포들이 더 많이 자라게 한다는 것이다.

김택훈 박사는 11일 "폴리아민이 많이 만들어지도록 하는 유전자를 조절한 실험을 통해 흑색종 암세포가 항암제 '비라프(BRAF)'에 대한 내성이 낮아져 죽어 없어졌다"고 말했다.

즉 항암제 내성이 빈번하게 발생해 완치가 어려웠던 흑색종을 치료할 수 있는 폴리아민 대사 조절 기반의 신약 개발이 가능해졌다.

■치명적 피부암 '흑색종'
흑색종은 피부암 중 하나로 자외선 노출과 같은 환경적 요인과 유전적 요인 때문에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예를 들면 장기간 햇볕에 과도하게 노출되거나 물집이 생길 정도의 햇볕에 의한 화상을 입는 경우 발병 위험이 높고, 특히 야외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경우 악성흑색종의 위험률이 높다.

세계 암 연구 기금(WCRF)에 따르면, 흑색종은 2022년 약 33만명의 환자가 발생했으며, 여러 암 중 17번째로 많이 걸리는 암이다. 또 우리나라 피부암 사망자는 2020년 이후 550명 수준이다. 편평세포암과 기저세포암 사망자가 많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흑색종 사망자가 대부분이다. 최근 해마다 600~700명에 달하는 흑색종 새 환자 수와 비교하면 흑색종은 편평세포암과 기저세포암과 달리 상당히 치명적인 암이다.

■AMD1 막으니 항암제 효과
연구진은 항암제에 내성을 가지는 흑색종 세포 발달 과정을 살펴봤다.

그결과 이 암세포에 있는 'AMD1'이라는 유전자가 항암제 내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것을 알아냈다. AMD1 유전자는 세포의 성장과 증식을 촉진하는 폴리아민 생합성에 필수적인 역할을 한다. 특히 암세포에서 폴리아민이 더 높은 수준으로 나타난다.

이렇게 많아진 폴리아민이 미토콘드리아 단백질의 양을 증가시켜 미토콘드리아 활성을 높이게 된다. 이로 인해 항암제에 내성을 지닌 암세포의 증식으로 이어지는 것이다.

연구진은 이 유전자를 조절해 폴리아민 생합성을 억제하면 BRAF 항암제에 대한 내성도 낮아져 흑색종이 사멸된다는 것을 확인했다.

또한 연구진은 항암제에 대한 내성을 극복하기 위해 내성 원리의 각 단계를 억제하는 항암제 개발 전략을 제시했다.
KIST 측은 2028년 10억달러 규모로 전망되는 BRAF 억제 항암제 시장에 적용 가능한 선도 기술을 확보할 것으로 보고 있다.

김택훈 박사는 "앞으로 대사항암제 개발을 위해 BRAF 돌연변이가 자주 나타나는 대장암, 갑상선암 등에서 폴리아민 대사 조절을 통한 항암 효과를 검증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연구진은 이번에 발견한 흑색종 항암제 내성 원리를 국제 학술지 '분자 암'(Molecular Cancer)에 발표했다.

monarch@fnnews.com 김만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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