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싸움이 안되네"… 자산운용사 빅4, 해외투자형 ETF '싹쓸이'

      2024.09.11 18:16   수정 : 2024.09.11 18:16기사원문
자산운용사 상위 4개사의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지배력이 공고해 지고 있다. 중소형 자산운용사들은 신규 테마를 선보이는 등 고군분투하고 있지만, 인력·자본 등 경쟁에 밀려 지형 변화가 쉽지 않다는 관측이 나온다.

1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상장된 해외투자형 ETF 합산 순자산총액(9일 기준)은 47조9021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상위 4개사 수치가 46조9177억원으로 전체 96.9%를 차지했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이 27조6921억원이 부동의 1위이고, 삼성자산운용(9조5948억원), 한국투자신탁운용(7조2489억원), KB자산운용(2조3820억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말 해당 4개사의 비중 94.1%보다 2.8%p 높아진 수치다. 이들은 제외한 나머지 22개 ETF 운용사가 3.1%의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셈이다.

국내투자형 시장에서도 상위 4개사가 전체 103조7560억원 중 90조7092억원을 잠식해 비중이 87.4%에 이른다. 다만, 지난해 말 88.9%보다는 1.5%p 낮아졌다.

현재 국내 ETF 시장은 대형 2개사와 3, 4위 중견사 등 일부 자산운용사들이 지배하는 구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그 중에서도 해외투자형이 더 두드러진다. 이는 인공지능(AI) 반도체 등이 시장 지배적 테마로 자리매김하면서 미국 빅테크를 편입하는 상품이 각광을 받게 됐고 이같은 투자수요를 흡수하기 위해 관련 상품을 잇따라 출시한 영향이 컸다.

실제 올해 들어 출시된 국내투자형 ETF 중 상위 3개사 상품은 13개로 3분의 1에 못 미쳤지만 해외투자형의 경우 52개 중 27개로 절반을 넘었다. 그렇다고 중소형사들이 국내투자형 시장을 비집고 들어가기도 녹록지 않다. 기본적으로 국내주식으로 이목을 끌 상품을 만들어내기가 쉽지 않아서다. 비만치료제, 금 채굴기업 등은 해외 기초자산을 활용하지 않을 수 없고, 중소형사들은 상대적으로 인력, 자본 등에서 밀려 상품 출시에 보수적이다. 새로운 상품을 발굴하는 중소형사들도 있다.
이달에 우리자산운용이 슈퍼리치 투자 기법을 따르는 'WON 미국빌리어네어'를, BNK자산운용은 지난 7월 온디바이스AI 테마 상품을 내놓은 게 대표적이다. 다만 새로운 상품 출시도 버거운 만큼 중소형 운영사들의 차별성 극대화는 쉽지 않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공모펀드 시장에선 점차 수익을 올리기 어려워지고 ETF쪽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발을 담그지 않을 수 없다"면서 "하지만 소위 '돈 되는' 테마는 시장구조가 고착화돼 중소형 운용사들이 시도 하기 쉽지 않다"고 말했다.

taeil0808@fnnews.com 김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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