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검법·지역화폐법 野 단독 의결… 우원식 "추석 이후 처리"

      2024.09.11 18:38   수정 : 2024.09.11 18:38기사원문
더불어민주당이 김건희 특검법을 비롯한 다수 쟁점 법안을 12일 열릴 국회 본회의에 올리려 시도했지만 우원식 국회의장의 거부로 암초를 만났다. 이에 따라 추석 밥상 민심을 노린 민주당의 발빠른 입법 행보가 무산될 가능성이 높아졌다. 쟁점 법안 처리보다는 의정 갈등 해결이 우선이라는 우 의장의 결단이 작용한 것으로, 향후 여야의정협의체 구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모아지는 대목이다.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는 11일 전체회의에서 김건희 특검법과 채상병 특검법, 지역화폐법(지역사랑상품권 이용 활성화법) 개정안 등을 야당 단독으로 처리했다.

김건희 특검법은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과 주식 저가 매수 의혹, 인사 개입·공천 개입 의혹, 명품백 수수 의혹 등 8개 의혹을 수사 대상으로 삼았다.

야당이 4번째로 발의한 채상병 특검법은 대법원장이 특검 후보 4명을 추천하면 민주당과 비교섭단체 야당이 이를 2명으로 추린 후 그중 1명을 대통령이 임명하게 했다. 대법원장 추천 인사가 적합하지 않다고 판단될 경우 야당은 재추천을 요구할 수 있다.

지역화폐법은 지역사랑상품권에 대한 재정적 지원을 국가 책무로 명시하는 내용이 골자다.
현행법은 지자체가 상품권 발행 등에 필요한 재정 지원을 하게 하는데 윤석열 정부 들어 관련 예산이 삭감되자 민주당이 법 개정에 나선 것이다.

국민의힘은 두 특검법에 대해 안건조정위원회(안조위) 구성을 요구했다. 그러나 야당이 과반을 점한 안조위는 전날 법안소위를 통과한 내용 그대로 심의를 마쳤다. 국민의힘은 특검법 처리에 반발하며 표결 직전 퇴장했다.

민주당은 12일 국회 본회의에서 이 세 법안을, 특히 김건희 특검법만은 반드시 처리하고 싶어 했다. 최근 공천 개입 의혹까지 갖은 논란의 중심에 선 김 여사를 고리로 명절 연휴 여권에 부정적인 여론전을 펼친다는 전략에서다. 공천 개입 의혹의 경우는 공소 시효가 내달 10일로 얼마 남지 않아 재의요구권(거부권) 행사 및 재표결 일정 등을 고려하면 시간이 빠듯하다는 이유도 작용했다. 아울러 민주당은 민생을 우선시하는 정당이라는 면모를 강조하기 위해 가능하다면 지역화폐법도 처리하길 원했다.

그러나 법안 상정 권한을 쥔 우 의장이 제동을 걸며 일단 민주당 계획에 차질이 생겼다. 우 의장은 이날 기자회견을 통해 "국회는 의정 갈등 해결에 집중해야 한다"며 "(특검법 등 취지에 공감하지만) 지금으로서는 국민이 처한 비상 상황에 집중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 의장은 여야를 향해 해당 법안들을 오는 19일 처리하자고 제안했다.

우 의장의 친정인 민주당은 강하게 반발했다. 정청래 법사위원장 등 야당 법사위원들은 같은 시간 항의 성격의 기자회견을 가졌다.
정 위원장은 "안조위까지 시급하게 마친 법안을 의장이 상정하지 않겠다는 사례는 처음 본다. 매우 당황스럽고 경악스럽기까지 하다"며 "이거는 올리겠다, 이거는 다음에 올리겠다도 아니고 한 건도 올리지 않겠다는 것을 국민이 어떻게 납득하겠나"라고 따졌다.


이어 정 위원장은 "의장도 국회의장이기 전에 한 명의 국회의원"이라며 "법사위까지 마친 법안을 의장 개인 판단에 따라 올리고 안 올리고 하는 것을 결정하는 것은 지나친 일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쏘아붙였다.

glemooree@fnnews.com 김해솔 기자

Hot 포토

많이 본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