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우라늄 수출 제한 시사
2024.09.12 03:25
수정 : 2024.09.12 03:25기사원문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 세계 원자력 발전 붐에 찬물을 끼얹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초기 석유·가스 수출을 통제하며 서방을 압박했던 푸틴 대통령은 11일(현지시간) 원전 가동 연료인 우라늄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하라고 지시했다.
전기차 핵심 부품인 배터리 소재인 니켈 수출 제한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파이낸셜타임스(FT) 등 외신에 따르면 푸틴은 이날 정부 화상회의에서 우라늄 등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방안을 검토할 것을 지시했다. 서방이 러시아와 동맹국들을 제재하자 이에 맞서 보복하겠다는 것이다.
푸틴은 "러시아가 세계 시장에 공급하는 일부 종류의 재화를 잘 봐야 한다"면서 "어쩌면 우라늄, 티타늄, 니켈 같은 특정 광물 수출을 제한하는 것을 생각해야 할지도 모르겠다"고 밝혔다.
전 세계가 기후 위기에 대응해 탄소를 배출하지 않는 원전으로 다시 회귀하면서 제2의 원전 붐이 일고 있는 가운데 원전 가동에 필요한 우라늄 수출을 제한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은 것이다.
농축 우라늄 수출을 제한하면 이는 미 동맹국들의 원자력 발전에 타격을 줄 수 있다.
러시아는 전 세계 우라늄 광산 비중이 5%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전 세계 우라늄 농축 설비의 약 3분의1은 러시아에 있다.
상당수 서방 원전 업체들은 러시아와 장기 계약을 맺고 농축 우라늄을 수입하고 있다.
푸틴은 수출 제한을 고려하고 있는 것이 서방의 제재에 대한 보복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러시아는 일부 수입 제한을 겪고 있다"면서 "따라서 아마도 우리 역시 우리 스스로 (수출에) 특정한 제한을 두는 것을 검토해야만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이 러시아에 무기를 제공했다는 이유로 이란에 대한 추가 제재에 나서는 등 이번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하고 있는 중국과 이란 등 동맹들을 제재한 것이 그 발단이라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BMO 캐피털마켓츠의 금속 애널리스트 콜린 해밀턴은 러시아가 우라늄 수출을 제한하는 것이 특히 큰 고통을 유발할 것이라면서 "우라늄 업계가 그동안 우려했던 일"이라고 말했다.
미국은 큰 타격이 없겠지만 미 동맹국들에 그 불똥이 튈 전망이다.
미국은 이미 러시아산 농축 우라늄 수입을 금지했지만 동맹국들의 기존 수입 계약까지 금지 대상에 포함하지는 않았다.
한편 러시아가 농축 우라늄 수출을 제한하게 되면 남은 물량은 대신 중국으로 갈 전망이다.
dympna@fnnews.com 송경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