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시장 침체, 중국 주요 도시 지하철 회사들까지 적자 늪에

      2024.09.12 13:14   수정 : 2024.09.12 13:14기사원문




【베이징=이석우 특파원】중국의 부동산 시장 침체가 주요 도시의 지하철 회사들까지 적자 늪에 빠뜨리면서, 가뜩이나 어려운 지방 정부 재정에 더 부담을 주고 있다.

'중국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지하철 회사'로 불리던 선전지하철그룹이 올 상반기 10년 만에 거액의 적자를 기록한 것을 비롯해, 순이익을 남겨왔던 상하이, 우한, 지난 등의 주요 도시들의 지하철들도 일제히 적자로 돌아섰다.

12일 선전지하철그룹의 2024년 전반기 재무 보고에 따르면, 영업 수익은 전년 동기 대비 51% 증가한 93억 위안(1조7490억원)을 달성했지만, 순이익은 적자로 돌아서면서 정부 보조금을 제외할 때 38억위안(7145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



이익이 손실로 바뀐 것은 부동산 운영으로 얻어 온 이익이 부동산 침체로 급감하면서 손실을 메울 길이 없었던 탓이다. 선전 지하철 등 중국 지하철들은 역세권 부동산 개발과 상업부동산 프로젝트 운영을 통해 얻은 이익으로 지하철 건설 비용 부담과 싼 운임으로 인한 운영 손실을 메워 왔었다.
베이징 등 중국 도시 지하철의 기본 운임은 4위안(752원)으로 원가에 턱없이 모자란다.

그럼에도 2019년과 2020년에 선전지하철그룹의 연간 이익은 각각 110억위안(2조682억 원)이 넘었다. 역세권 부동산 운영 등에 따른 이익이 컸기 때문이었다. 선전지하철그룹은 중국 부동산 대기업 완커그룹의 1대 주주로서 총 자산의 약 14%를 보유해 왔다. 완커의 투자 수익은 선전지하철그룹의 수입의 주요 원천이 돼 왔었다. 그러다, 부동산 침체 속에 완커의 실적 하락, 부채 증가, 주가 하락 등도 선전 지하철의 투자 수익 악화를 부채질했다.

실적 압박에 따라 선전지하철그룹은 올해 8월 하순에 각각 15억 위안과 14억 위안의 270일짜리 초단기 금융 채권을 발행했지만, 시장 변동성이 커지자 1차 금융 채권은 취소하기도 했다.

선전 지하철의 여객 수송량은 계속 늘었지만, 원가보다 턱없이 낮은 운임에다 부동산 운영 수입이 악화되면서 수지 균형을 이루지 못했다. 중국 대부분의 도시 지하철 회사들도 유사한 적자 대열에 들어섰다. 과거 선전 지하철은 홍콩 지하철 등의 성공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역과 지역의 통합 개발', 지하철 역세권의 부동산 및 상업 프로젝트 개발로 막대한 이익을 얻어왔었다.

싱가포르 렌허자오바오는 12일 중산대 홍콩·마카오·주강 삼각주 연구센터의 정톈샹 교수의 말을 인용해, "중국 지하철 시스템도 수익성 부동산 운영에 의존해 선로를 건설하고 운영하던 황금시대는 끝났다"라고 전했다.
이로 인해 재정 적자로 허덕이고 있는 지방 정부들은 더 큰 압박을 받게 됐다. 지역 성 정부들의 80%이상이 상반기 재정수지 적자에 시달리고 있지만 중앙정부는 지방의 모럴해저드 및 무분별한 재정지출 억제 등을 이유로 지원에 인색한 상황이다.


부동산 침체가 결국 중국 주요 도시들의 지하철 적자로 전이되면서, 지방 정부의 재정 부담 압박이 더 커지게 된 것이다.

june@fnnews.com 이석우 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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